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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가 기후변화가 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이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합니다. 국가의 안보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예측했던 결과가 이미 현실로 나타나는 상황입니다.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는 인도적 위기와 이주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물과 식량, 공간 부족으로 나라가 제기능을 잃는 것은 물론 심지어 과격파가 득세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거에도 기후 변화는 있었지만 현대사회로선 처음 겪는 사태죠. 이는 정세불안과 기아, 빈곤, 갈등을 현재보다 훨씬 더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지대하며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전략적 사고와 주의를 요합니다. 미 국방부는 21세기의 변화에 대응코자 대책을 마련 중입니다.”


기후변화와 국가안보가 중첩되며 발생할 문제들은 곧 우리에게 현실로 닥쳐올 겁니다. 아무 대책 없이 방치하다가는 수습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이 막중한 안보적 우려를 다음 세대로 떠넘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마이클 브린(트루먼 국가안보 프로젝트 소장 겸 CEO, 전 미 육군 대위): “군을 예로 들어보죠. 제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낙하산부대를 이끌 때 99% 확실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우리 소대 3킬로미터 전방에 적이 매복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때 매복이 없을 가능성이 1%니까 99%를 무시하자고 했다면? 그 건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 현재 기후를 놓고 벌이는 논쟁이 딱 그 꼴이죠. 엄청난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기후변화는 진행 중이고 대응 여부에 따라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기본 자원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국가도 영향을 받죠. 현재도 그렇듯이, 자원 부분에서 압박이 커지면 전례 없는 사태를 맞게 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기후변화의 위협은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국가안보는 물론이고 국제정세에도 영향을 미치죠. 정세가 불안해지고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크리스천 파란티 박사(<혼돈의 열대> 저자): “처음 기후변화와 분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건 아프가니스탄에서 헤로인 원료인 양귀비를 연구할 때였죠. 농부들이 양귀비를 재배하는 이유가 가뭄에 강해서라고 하더군요. 당시 아프가니스탄은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었습니다. 양귀비는 밀에 비해 물을 1/5만 줘도 잘 자라죠. 카르자이 정부는 양귀비를 뽑아버리느라 바빴습니다. 그런데 탈레반은 농부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다녔어요. ‘우리가 양귀비를 키울 권리를 보장해주겠다’ 정부와 탈레반 간의 싸움에도 기후가 영향을 미치고 있었죠. 기후변화는 기저에 깔려있던 문제를 끌어올리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샤론 버크(뉴 아메리카 선임 고문): “이미 불안정한 지역이 있다고 칩시다. 그 지역에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상이변이 닥치고 물과 식량 부족, 재해 등이 겹쳐 주민들이 이주를 하게 될 경우 그게 갈등의 단초가 되죠. 그 배후에 기후변화가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자극제이자 기폭제죠. 불안정을 충돌 국면으로 폭발시킵니다.”


스티븐 체니(미 해군 준장(퇴역)): “과거 미군의 일원이자 30년 이상 복무한 입장에서 보자면 기후변화는 소위 불안정을 촉진하는 촉매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고 또 갈등을 조장하기도 하죠. 신문 1면에 거의 매일 그런 기사가 납니다.”


신문 헤드라인만 봐도 세계는 이미 기후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가 크게 주목하지 않는 나라들을 생각해봅시다. 시리아 내전만 해도 벌써 몇 년째 지속되고 있으며 그 결과 수천수만이 희생되고 나라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죠. 최근 연구에 의하면 기후변화가 시리아의 가뭄을 악화시켰으며 이는 인간의 간섭에 의한 결과라고 합니다.


리처드 시거 교수는 3년에 걸친 가뭄이 시리아를 내전으로 내모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리처드 시거(콜롬비아대학교 연구교수): “이는 기후변화와 분쟁촉발 간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규명해낸 첫 번째 연구였습니다.”


시리아는 2006년과 2007년 겨울에 걸쳐 매우 심각한 가뭄을 겪었습니다. 극심한 가뭄이 3년 연속으로 이어졌죠. 그렇게 오래 가뭄이 지속되면 농부로선 살아갈 방도가 없습니다. 가족을 먹여 살릴 수가 없으니 어디론가 옮겨가야 했죠. 농지를 버리고 도시로 이주해야 했습니다. 다마스쿠스나 알레포 등으로 150만 이상이 유입됐죠. 주민들이 살던 곳을 떠나게 되면 안정성이 크게 흔들립니다. 원인이 분쟁이건 자원 부족이건 마찬가지죠. 대도시에 젊은 실업인구가 넘쳐나면 사회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시리아는 이미 난민을 150만이나 받아들인 상태였습니다. 전쟁을 피해서 시리아로 온 이라크 난민이었죠. 이라크 난민과 시리아 주민이 합쳐지자 시리아 도시의 인구가 30% 이상 증가합니다. 그 정도 증가율이면 재앙에 가깝습니다. 식료품 가격도 오르고 아파트 가격도 오르고 의료체계에 부담이 가해지면서 불만이 쌓여 결국 내전이 발발했고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죠.


리처드 시거(콜롬비아대학교 연구교수): “우리가 수집한 강수량 자료를 꼼꼼히 분석해보면 이렇게 장기간 지속되는 극심한 가뭄을 자연스런 기후의 변덕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그 가뭄은 기후변화가 원인일 가능성이 2~3배나 됩니다. 물론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원인이 오로지 가뭄에 있다고만 할 수는 없겠죠.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기후도 그 중 하나인 건 확실합니다.”


프란체스코 페미아(기후 안보 센터 공동소장): “기후변화의 핵심은 물이죠. 기후변화의 강우의 가변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언제 비가 올지 예측할 수가 없고 물을 늘 쓰던 만큼 쓸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는 농사에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시리아의 예를 잘 살펴보면 기후변화가 수자원과 식량자원과 인간의 생계수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습니다. 농사도, 목축도 여의치 않으면 테러집단에라도 들어가는 거죠.”


시리아의 도시로 몰려든 이들은 일자리도 없고 농사도 못 짓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가족을 먹여살려야 했고 IS는 그들에게 일자리도 주고 먹을 것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 단체의 이념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일단 살고 봐야했죠.


IS는 예전에도 그 지역에 존재했고 시리아에 가뭄이 없었어도 존재했을 겁니다. 문제는 시리아 사회가 혼란해지기 시작했다는 거죠. 각 지역의 리더들은 그 혼란을 기회로 삼아 전부터 가지고 있던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합니다. IS는 물 부족 사태를 이용해서 지역 주민들을 압박했습니다. IS는 주요도시인 라마디 근처의 댐을 점령하고 두 개 마을의 물을 끊었습니다. 이른바 ‘갈증 말살 작전’입니다. 그들은 강가 마을과 물 공급시설을 확보하는 전략을 썼습니다.


스티븐 체니(미 해군 준장(퇴역)): “권력을 잡으려는 자들에게 물은 전쟁의 도구입니다. 물을 통제하면 생계수단을 통제할 수 있죠. 기후변화는 물의 양에도 영향을 미칠 거고 안정의 열쇠인 물의 통제권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리처드 시거(콜롬비아대학교 연구교수): “기후변화로 앞으로 몇 년 간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사태는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온 일의 확장판이 될 것입니다. 시리아를 반면교사로 삼아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시리아는 그저 시작일 뿐입니다.”


프란체스코 페미아(기후 안보 센터 공동소장): “전 세계의 안정을 확보하는 건 미국의 국가적 의무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티모시 스나이더(예일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검은 지구>저자): “시리아 사태를 들여다볼 때 IS나 아사드 정권을 탓하기 쉽죠. 물론 그 말도 맞지만 그 뒤에 기후가 버티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겁니다. 매번 다른 정치적, 이념적 이유가 등장할 테고, 그것도 사실이겠지만 그 근본 원인은 매번 기후가 될 겁니다.”


레온 퍼트(전 국가안보담당 보좌관, 미 백악관(1993~2001): “우리는 국내 이슈와 국제 이슈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마치 둘 사이에 굳건한 벽이 서 있는 것처럼요. 그러나 국내 이슈와 국제 이슈는 서로 큰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따라서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주시해야 합니다.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우려할 때가 됐습니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사태가 갑자기 들이닥칠지도 모릅니다.”


2010년, 폭염으로 인해 러시아에 큰 가뭄이 들었죠. 우크라이나와 중국도 밀농사를 완전히 망쳤습니다. 상품 거래상은 들불과 가뭄을 이유로 밀 가격을 23개월 만에 인상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 식량시장에서 밀을 사들이기 시작하자 가격이 치솟았죠.”


리처드 시거(콜롬비아대학교 연구교수): “식량은 국제적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마스쿠스나 카이로에서 빵을 구입한다고 칩시다. 그 빵의 원료인 밀은 국제 시장을 거치는 물품이므로 기후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캔자스나 남 호주,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날씨의 영향을 받죠. 세계의 상황이 중요합니다.”


세계화는 본디 예측불가죠. 농산물 상품이 국제적으로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서 중국이 사재기를 하면 전 세계가 영향을 받습니다. 식량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기면 가장 취약한 계층이 피해를 입죠. 국제 시장에서 가격이 올라도 돈이 있는 이들은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형편이 넉넉지 못한 이들은 식품 구입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집트는 국제 식량시장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인구가 8천만을 웃돌아 빵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은 탓에 이집트는 세계 최대의 밀 수입국으로 손꼽힙니다.


셰리 굿맨(우드로윌슨센터 공공정책 선임연구원): “그런데 러시아가 그 시기에 중동지역 밀 수출을 중단했습니다. ”


일부 지역에서는 밀 가격이 300%나 폭등했죠. 수요의 절반 이상을 수입하므로 밀가루는 금가루와 맞먹습니다.


러시아가 밀 수출을 중단하자 정세가 매우 불안해졌죠.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카이로 중심부는 전쟁터가 됐고 타히르 광장에 총탄이 난무했습니다. 시위대가 무기를 탈취, 경찰을 겨눴습니다. 시위대는 빵과 자유를 요구하며 정부 각료의 퇴진을 외쳤습니다. 구하면 먹고 못 구하면 굶는 상황에서 밀가루 값은 마구 치솟고 수입량은 부족하죠. 이는 엄청난 위협입니다. 이번 시위는 중동 지역에 일종의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벌써 수십 년간 아랍 세계는 분노로 들끓고 있었습니다. 부패한 정부와 부자유, 빈곤을 향한 분노는 큽니다. 이건 A 다음에는 B처럼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기후변화는 연쇄반응을 촉발하는 주요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아랍의 봄’의 경우만 봐도 이미 불안했던 정세를 악화시켰죠.


크리스천 파란티 박사(<혼돈의 열대> 저자): “기후변화의 급작스런 충격파는 분열과 붕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사회시스템이 취약해져서 조금만 충격이 가해져도 시스템 와해나 전쟁 발발 등 전혀 다른 상황으로 치닫게 되죠.”


티모시 스나이더(예일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검은 지구>저자): “지난 몇 세대에게 있어 식량은 정치적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는 그저 맛보기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기후와 정치, 경제가 뒤얽히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일반적으로 모든 사회가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입니다. 중장기적 미래를 조망하는 데 말이죠. 과거 재앙의 역사를 거울삼아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춰봐야 해요. 역사는 균형감각을 유지해주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솔로몬 시앙(<기후와 분쟁> 공저자): “과거의 역사적 기록을 살펴보면 앙코르와트 같은 거대한 문명도 한순간에 무너진 걸 볼 수 있습니다. 국가의 정치시스템 전체가 흔들린 시점을 따져보면 전 지구적 대규모 기후변화가 발생한 시점과 일치한다고 합니다. 당 왕조와 마야 문명은 각기 지구 반대편에 있었음에도 거의 동시에 몰락했습니다. 당시 두 지역 모두 기후변동으로 가뭄과 폭염을 겪었고 결국 두 위대한 문명이 쓰러졌죠. 이 예는 지구상의 인간사회가 오랜 역사에 걸쳐 기후와 상호작용해왔음을 명화하게 보여줍니다. 어디를 보든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몇 년 간 농지에서 유사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죠.”


우리는 기후는 안정적이라는 추정 하에 사회를 건설했습니다. 균형이 잘 유지될 때는 예측에 따라 움직일 수 있습니다. 파종 시점을 알죠. 비가 얼마나 올지도 알고요. 사회의 바탕이 안정적 기후였는데 지금 그 기후가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고 누렸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하지가 않습니다.


아프리카 사헬 지대 전역이 흉작을 이루자 수천만이 기아에 신음했습니다. 주민들은 가축을 버리고 물을 찾아 떠났고 곧 추가 원조가 들어오지 않으면 수백만이 아사할 위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이게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기후변화가 이미 불안정해진 지역을 강타하는 거요.


리처드 시거(콜롬비아대학교 연구교수): “사헬 지대는 준 아랍 지역입니다. 대서양에서부터 에티오피아까지 이어져 있죠. 사하라 사막과 남부의 습한 삼림지대를 잇고 있는 중간지대라 할 수 있습니다. 가뭄에 몹시 취약한 지역이죠. 대부분 농사를 지어서 생계를 유지하는데 가뭄이 들 때마다 많은 이들이 타지로 이주합니다. 사헬 지대는 전부터 분쟁이 치열했던 지역입니다. 이슬람 과격파와 민족주의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죠.”


다르푸르는 세계 최악의 인권유린의 현장입니다. 2백만 이상이 종족분쟁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도 한몫을 하고 있는데 이 지역에 물이 부족해지고 경작이 가능한 농지가 줄어들자 아랍 유목민과 농부 간에 갈등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크리스천 파란티 박사(<혼돈의 열대> 저자): “현재 기후변화가 가속화시키고 있는 많은 분쟁이 뿌리 깊은 해묵은 갈등에 그 연원을 두고 있죠.”


마커스 D. 킹(조지워싱턴대학교 국제정세학과 부교수): “가뭄은 이미 존재하는 사회적 분열을 악화시킵니다. 회교도 대 기독교도, 유목민 대 농부, 모든 경우 기후변화가 위협 증폭인자로 작용합니다.”


다르푸르의 통계는 충격적입니다. 2003년부터 희생된 인명이 무려 40만 명에 달하며 250만은 차드 등 인접국가로 피신, 난민촌에 의지해 살고 있습니다. 가뭄과 굶주림이 공동체를 약화시켰고 쿠데타와 반란은 사회불안을 촉발했습니다. 이 허약한 국가는 이제 빈곤과 방치에 직면해있습니다.


크리스천 파란티 박사(<혼돈의 열대> 저자):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치면서 살기가 어려워져 빈곤이 심화되고 빈곤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죠. ”


약 3천만 인구가 차드 호수에 기대어 살고 있다고 합니다. 한때 세계 최대의 호수였던 이곳은 겨우 40년 만에 90%를 잃었습니다. 차드 호수는 최근 보코하람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물 부족이 이주와 불안을 촉발하자 보코하람이 이를 이용한 거죠. 불안정해진 지역에선 극단주의가 득세하기 마련입니다. 보코하람의 공포를 피해 백만 이상이 피신했습니다.


현재 북아프리카의 상황을 모델링한 표본에 의하면 가뭄은 더욱 악화될 거고 강수량이 현재에 비해 확연하게 줄어들 겁니다.


티모시 스나이더(예일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검은 지구>저자): “우리는 멀지 않은 과거에 이미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 가뭄이 들자 중국이 농산물을 사재기하는 걸 똑똑히 봤죠. 만약 상황이 더 나빠진다면? 중국이 사재기를 하는 방법 대신 광활한 토지를 구입하거나 임대하는 방법을 택한다면? 이 시나리오는 모두가 방심한 틈에 차근차근 실행될 수 있는 종류죠. 중국이 아주 천천히 합법적으로 국외의 토지를 통제하게 되는 겁니다. 밖에서는 토지횡령이라 비난해도 해당 지역 주민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거죠.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국내 정세가 불안한 것보다는 아프리카 정세가 불안한 게 낫죠.”


우리는 우리의 생활방식을 고정점으로 봅니다. 꼭 뭔가를 바꿔야 한다면 다른 게 바뀌기를 바라죠. 뭔가 멀리 있는 그런 거요. 미국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앞장서서 홍보하기는 했지만 다른 나라들이 문제를 깨달은 뒤에 뒤늦게 깨우치게 될 겁니다. 생활방식이 곧 삶인 줄로 착각하고 바꾸려 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레온 퍼트(전 국가안보담당 보좌관, 미 백악관(1993~2001): “변화의 패턴이 일정하다면 영향이 일정 정도에 그칠 테고 그에 따른 결과도 예측이 가능하겠죠. 반대로 패턴이 일정하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작은 변화도 매우 큰 변화를 촉발할 수 있고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 닥칠지 모릅니다. 만약 현재 기후변화의 패턴이 일정하지 않다면? 매우 가파른 곡선을 그린다면?”


레온 퍼트(전 국가안보담당 보좌관, 미 백악관(1993~2001): “북극의 얼음이 녹는 속도를 보세요. 빙하가 녹는 속도를 보세요. 얼음이 녹기 시작하던 시점부터 그래프를 만들었죠. 그런데 그 추이를 살펴보니 북극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예측이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던 거죠. 저는 우리가 준비했던 대비책이 현실을 감당하지 못할까봐 걱정입니다. 현실이 훨씬 심각하거든요.”


마이클 브린(트루먼 국가안보 프로젝트 소장 겸 CEO, 전 미 육군 대위):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힐 수도 있습니다. 좋은 예가 방글라데시죠.”


무니르 무니루차만 소장(퇴역, 전 방글라데시 대통령 군사고문): “방글라데시는 기후변화의 중심지라 볼 수 있죠. 인구가 적은 여타 국가에 비해 혹독한 영향을 받게 될 겁니다. 만약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빠르게 상승한다면 방글라데시의 주민 중 많은 수가 실제로 이주해야 할지 모릅니다. 해수면은 계속 상승할 겁니다. 얼음이 녹는 속도가 매우 빨라요. 만약 해수면이 1미터 상승한다면 방글라데시는 국토의 약 20%를 잃게 되죠. 기후 난민이 대량으로 발생할 겁니다. 연구에 의하면 3천만 명쯤 될 거라고 합니다. 이건 인도적으로 초대형 악재입니다. 어디로 이주시켜야 하죠?”


마이클 브린(트루먼 국가안보 프로젝트 소장 겸 CEO, 전 미 육군 대위): “인도는 이미 국경 삼면에 일방적으로 장벽을 세웠습니다. 3미터 높이의 이 장벽은 아마도 세계 최초의 기후 장벽일 겁니다.”


이스라엘의 서안 장벽을 본뜬 장벽을 8만의 경비대가 지키고 있습니다. 장벽을 넘거나 가까이 가기만 해도 죽음을 각오해야 합니다. 가장 위험한 장벽으로 꼽히는 이곳에서 이미 수백 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도가 장벽을 세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후 난민을 막으려는 의도가 가장 크겠죠.


무니르 무니루차만 소장(퇴역, 전 방글라데시 대통령 군사고문):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대가에도 대가가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합니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나올 겁니다. 물과 식량이 부족해지고 사회기반시설이 마비되겠죠. 이는 국가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 지경에까지 이르면 방글라데시만으로 끝나지 않아요. 전 세계에 엄청난 여파가 미쳐 세계정세가 불안해질 테고 상상도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마이클 브린(트루먼 국가안보 프로젝트 소장 겸 CEO, 전 미 육군 대위): “우리는 느긋해서도 안 되고 느긋할 수도 없습니다. 동인을 하나만 따로 분리해서 그것만 풀자는 건 말이 안 돼요. 우리가 풀어야 하는 건 서로 얽혀있는 다층적 문제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방글라데시에서 해수면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면 아태 지역 농업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중요한 수원인 히말라야 정상의 만년설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한 지역의 가뭄과 식량부족이 다른 지역의 홍수와 이주 행렬로 이어지게 되겠죠. 그렇게 된다면 정치상황은? 만약 그 시기에 중국과 인도 간에 국경 분쟁이 계속된다면 분쟁이 격화될 게 뻔합니다. 이런 분쟁은 국제사회에 엄청난 부담이 되겠죠. 이런 복합적 인자, 복합적 역학관계를 우리는 우려해야 합니다.”


히말라야 고원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죽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 위치한 국가 중에 핵무장 국가도 있습니다. 만약 물이 점점 부족해져서 누군가 댐을 건설하기로 결정한다면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쪽에서 전쟁을 불사할 수도 있죠. 현재의 세계에서 갈등이 특히 위험한 건 긴장이 점점 고조될 경우 다다르게 되는 종착점 때문이죠. 만약 그 종착점이 대량살상무기를 소유한 국가라면? 기후변화에 의해 발생할지 모르는 위협이 너무도 심각하고 통제가 불가능한 나머지 정부가 독재자처럼 굴기 시작하면 어떻게 하나?


셰리 굿맨(우드로윌슨센터 공공정책 선임연구원): “우리는 냉전 내내 핵전쟁의 위협을 줄이려 수십억 달러를 퍼부었습니다. 전쟁 가능성은 낮았지만 발발할 경우 대가가 엄청나서였죠. 우리는 현재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직면해있습니다. 이 위기는 심각하고 발생할 확률도 더 높죠. 그런데 일부는 이 문제를 받아들이기를 꺼리고 있어요. 철저하게 대비하는 일이 시급한데도요.”


핵전쟁의 위협이건 국제 테러조직의 위협이건 확률적으로는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죠. 그런데 위험관리 측면에서 기후변화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겁니다. 인간은 지금껏 가속페달만 밟았습니다. 전 세계가 합의해서 그걸 뒤집는 건 아마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겁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전 미 국무장관): “저는 안보 면에서 가장 큰 위협이 기후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모든 걸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는 장기적 대책이 필요한데 우리가 가진 시간은 짧습니다.”


이건 사회 전체가 대응해야 하는 문제라는 걸 모든 기관에 알려야 합니다. 정부의 모든 기관이 이를 숙지하고 자원과 정치적 의지를 모아야 합니다. 이는 협력의 문제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미국이 앞장서서 여타 국가가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샤론 버크: “민주 공화 양당과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괴로웠던 건 몇몇 사안을 놓고 의견이 갈렸다는 점입니다. 이런 의견차 때문에 우리가 진짜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선 논의하지 못했어요. 유연성을 확보하고 대응능력을 키우는 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군대식으로 말하면 1차 방어선이죠.”


미래에 맞닥뜨릴 사태가 하나뿐이라고 보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최선의 대응 방법 역시 하나뿐이라고 봐서는 안 되죠. 사회 시스템이 낡은 사고방식만을 고집하면 어느 순간 사회구조가 경직되기 시작힙니다. 체제가 어느 시점까지 변화에 저항하다가 오류를 감지하고 변화를 원하는 집단적 염원에 짓눌리게 되죠. 그 순간은 서서히 오지 않아요. 눈사태처럼 급작스럽죠. 이제 항로를 바꿔야 할 때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현재까지는 인간이 지구에 끼친 폐해에 대한 얘기가 지배적이지만 앞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낼 여지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낼 여지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당장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긴 하죠. 두려운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논의만으로는 부족해요. 우리가 가진 정보와 도구를 토대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에너지 독립성이란 국가 내에서 에너지 수요를 조달하는 능력입니다. 대단히 미국적인 개념이죠. 우리는 현 체제 안에서 미래를 확보하고 대체 에너지에 투자해야 합니다. 기후변화의 위협을 잘만 활용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에너지 공급원을 더욱 다원화시켜서 에너지 재생과 혁신 기술을 전반적으로 발전시킬수록 우리는 더 강해지고 안전해질 겁니다.


석기시대가 끝난 건 돌이 없어서가 아니라 더 나은 도구를 찾아냈기 때문이죠. 처칠은 미국이 항상 옳은 방향으로 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다른 모든 가능성을 소진한 뒤에요. 이제 다른 가능성이 거의 소진되어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일종의 산업혁명이 필요합니다. 화석연료에 기초한 기술을 버리고 클린테크 르네상스로 중심축을 옮겨야 합니다. 길은 이미 열려 있어요.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보건대 경제적 가치는 충분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책을 미리 마련하는 건 국가경제력 강화 대응책을 미리 마련하는 것과 같죠. 어느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21세기가 달라질 겁니다. 우리 삶과 안보와 경제가 더욱 튼튼해질 수도 있죠. 엄청난 위협에 직면할 수도 있고요.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인식입니다. 변화의 시대가 실제로 손에 잡힐 만큼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참고자료

다큐 로그인: 기후변화는 왜 세계를 위협하는가 (종말의 시대, The Age of Consequ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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