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짐을 싣고 인간의 일을 하는 가축. 말을 길들인 이후 인간은 거리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 두세 번 물속에 몸을 담가야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물소. 물에서 빠르고 자유로운 물소는 물이 많은 인도네시아 논에서 쟁기를 끌기에 유용한 가축입니다. 해발 2000미터 지대 고산지역 에티오피아. 이곳에서 가장 흔한 가축은 당나귀입니다. 말보다 빠르지 않고 물소보다 힘은 약하지만 전통적인 농촌마을인 이곳에선 튼튼하고 일 잘하는 당나귀가 쓸모있는 가축입니다. 기원전 4000년 무렵 처음 가축화 됐을 때부터 당나귀는 짐 운반용으로 길들여졌습니다. 고기나 젖보다는 노동력을 이용하려는 가축이었죠. 끈을 발목에 묶어놓았네요. 평소에는 발목에 끈을 묶어서 당나귀가 풀을 먹고 물을 마시기 편해게 해줍니다. 일할..
마닐라에서 차로 10시간, 파라케일 마을에서는 주민의 90%가 금을 캐는 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아침 7시, 광부들이 서둘러 작업을 준비합니다. 굵은 밧줄을 몸에 감은 작업자가 망설임 없이 깊은 지하로 향합니다. 금광은 깊이는 약 50m 정도 됩니다. 이곳의 금광들은 수직과 수평의 갱도를 번갈아 뚫은 것으로 짧게는 20m부터 길게는 200m까지 들어갑니다. 이때 각 금광들은 개미굴처럼 얽히고설켜서 서로 만납니다. 굴의 내부는 남성 한 명이 몸을 펴고 있기도 힘들 만큼 좁습니다. 이곳에서 광부들은 망치와 정을 이용해 단단한 돌을 깨부숩니다. 광부들은 스스로 금이 나오는 광맥을 찾는데 주변 암석과 달리 다소 짙은 색을 띠고 있는 부분이 마치 물길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금맥입니다. ..
바닥을 훤히 드러낸 초록빛 바다를 지나 찾아온 인도네시아 나란투카 앞바다. 이곳에서는 11월부터 2월까지 참치를 잡는 어부들의 환호가 이어집니다. 참치는 잡자마자 바로 얼음 저장고에 넣어 신선도를 유지합니다. 참치를 잡는 도구는 아주 간단합니다. 미끼도 끼우지 않은 대나무 낚싯대. 그리고 비밀병기가 있죠. 지금 요 꼬마가 준비하는 중인데 멸치 같은 작은 생선을 바다로 던져서 참치떼를 유인한답니다. 벌써 신호가 옵니다. 잡은 물고기는 손도 대지 않고 바로 뒤로 던집니다. 갑판 위에 던져진 참치는 또 다른 꼬마가 주워 얼음저장고로 옮기니까 걱정 없습니다. 초농가(참치어선 선주): 마을 전통 방식인 대나무 낚싯대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요. 바다를 숙명처럼 끼고 살아온 이곳은 낭하리 마을. 200년 된 전통 참..
말레이시아 최대 공업도시 슬랑고르. 이곳에 40년 역사의 라텍스 매트리스 공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루에 약 300개 정도, 약 12톤의 매트리스를 생산합니다.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이 주산지인 라텍스는 1990년대 후반 한국에 들어온 이후로 지금까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오전 8시, 작업장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전부 30개에 달하는 틀에 파이프를 연결해 라텍스가 흘러가는 길을 만드는데 이 일만 30분 넘게 걸립니다. 드디어 하얀 라텍스가 틀로 쏟아집니다. 이 라텍스는 고무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으로 60%의 수분과 35%의 고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메르나딥(경력 8년): 매트리스 하나에 약 65kg의 라텍스가 들어가요. 라텍스를 수백 개의 핀이 달린 틀에 넣고 뜨거운 찜증기에 쪄내면 ..
소순다 열도에 위치한 섬 칼리만탄(Kalimantan)의 탄중푸틴. 이곳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숲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유인원들의 서식지로도 유명하죠. 더이상 도시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 깊은 숲 속. 첫번째로 만난 것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원숭이. 칼리만탄에만 산다는 코주부 원숭이(Proboscis monkey)입니다. 코가 큰 것이 수컷 대장. 수컷 원숭이 한 마리에 스무 마리 남짓의 암컷 원숭이와 새끼들이 한 가족을 이룹니다. 여기는 탄중푸틴의 첫번째 포인트. 숲이 워낙 크고 깊어 여행객들은 정해진 포인트로만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먹이를 놓고 오랑우탄을 부릅니다. 소리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긴팔원숭이(Gibbon)입니다. 그리고 잠시 후 모두가 기대하던 오랑우탄도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늦가을이면 태평양에 인접한 홋카이도 강줄기마다 연어가 돌아옵니다. 연어를 신의 음식이라 불렀던 아이누 족, 오랫동안 강을 터전으로 살아온 아이누 족은 큰 의식을 할 때면 그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연어를 빼놓지 않고 준비했습니다. 고모토 미츠하루(아이누족 축제 위원장): 오늘은 가을 고탄노미 축제이며 이제부터 홋카이도가 겨울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가을에 수확한 음식에 감사하며 또 음식을 주신 신에게도 감사하는 의식입니다. 아이누 족은 강으로 돌아온 연어를 시빼라고 불렀는데 시빼는 그냥 음식이라는 뜻으로 아이누 족에게는 연어가 곧 음식이었다는 뜻입니다. 홋카이도 개척으로 강제 이주의 설움을 가진 아이누 족에게 쉽게 구할 수 있고 먹을 수 있었던 연어는 오늘의 제례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제주도 성산일출봉 근처의 토끼섬. 녹색이 섬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식물은 바람과 비보다 훨씬 거대한 힘에 의지해 씨앗을 퍼뜨립니다. 매해 7월 정도면 그윽한 향기가 나는 꽃이 핍니다. 꽃이 지면 씨앗이 들어있는 씨방이 부풀기 시작하죠. 20여 개의 씨방 전부가 포도알 만한 크기로 커집니다. 이제 곧 떠날 시간이 다가옵니다. 문주란은 일부러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씨앗을 키웠습니다. 쓰러지는 꽃대. 씨앗은 꽤 무겁습니다. 그리고 바다는 항상 육지보다 낮은 곳에 있죠. 문주란 씨앗은 무겁지만 부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남쪽의 육지부터 출발해 바다를 건너 이곳 제주도까지 온 것이죠. 바다를 여행하는 동물입니다. 물범은 중국과 한반도를 오가며 생활합니다. 총 3500킬로미터를 이동하죠. 그런데 어떤 씨..
대부분의 파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체죠. 사체엔 먹이가 풍부해 암수를 가리지 않고 파리가 모입니다. 파리는 이곳에서 밥도 먹고 짝짓기도 하며 알도 낳습니다. 파리가 바라는 모든 것이 사체에 있습니다. 그래서 파리를 탐내는 식물은 사체를 모방합니다. 덩굴식물에 기생하는 라플레시아(Rafflesia arnoldii), 입도 줄기도 없는 이 식물도 번식을 위해 꽃을 만듭니다. 크기가 1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꽃은 파리를 유혹하기 위해 사체의 썩은 속살을 흉내냅니다. 사체를 모방한 꽃은 여러 지역에 있습니다. 스타펠리아(Stapelia ledini, 스타펠리아 그랜디플로라)가 사는 건조한 지역에는 벌이 드뭅니다. 그래서 파리를 부르기 위해 검붉은 꽃을 피웁니다. 스타펠리아는 디테일까지 신경썼습니다...
폴란드에는 삶이 견디기 힘들 때 항상 자코파네가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코파네(Zakopane)는 타트라 산 기슭의 평온한 마을이죠. 자코파네에는 양을 키우는 농가가 많은데요. 겨울이 워낙 길고 춥기 때문에 지역 특산품이기도 한 양가죽과 털옷을 만듭니다. 하지만 양에게서 얻는 이 지역 최고의 특산품은 치즈입니다. 자코파네의 전통치즈는 양젖을 짜서 끓이고 응고, 발효를 거쳐 하얀 덩어리를 만드는 과정까지는 일반 치즈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코파네의 전통치즈 작업장에는 장작을 때서 매캐한 연기가 가득합니다. 45년째 자코파네 전통치즈를 만들어온 볼렉 씨는 치즈 덩어리를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건져서 물기를 짜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합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에 맨손으로 말이죠. 볼렉 크롤(치즈 ..
꽃가루, 동물의 털과 분비물, 음식물. 대표적인 알레르기 유발 물질입니다. 전 세계 알레르기 환자는 수백만 명에 달합니다. 그래서 알레르기에 관한 연구는 꾸준히, 폭넓게 이뤄져왔죠. 최근 알레르기 연구는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건초열, 화분증으로도 불리는 건초열은 과거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지속적인 연구 덕분에 알레르기 치료는 크게 발전했습니다. 전 세계의 알레르기 환자 수는 1960년대에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선진국에서는 알레르기 환자를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죠. 하지만 이 가파른 상승세는 곧 꺾일지도 모릅니다. 알레르기 반응의 메커니즘이 상세히 드러난 덕분입니다. 알레르기 연구의 일등공신 중 하나는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들이었죠. 이 사람들 몸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