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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 동물의 털과 분비물, 음식물. 대표적인 알레르기 유발 물질입니다. 전 세계 알레르기 환자는 수백만 명에 달합니다. 그래서 알레르기에 관한 연구는 꾸준히, 폭넓게 이뤄져왔죠. 최근 알레르기 연구는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건초열, 화분증으로도 불리는 건초열은 과거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지속적인 연구 덕분에 알레르기 치료는 크게 발전했습니다.


전 세계의 알레르기 환자 수는 1960년대에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선진국에서는 알레르기 환자를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죠. 하지만 이 가파른 상승세는 곧 꺾일지도 모릅니다. 알레르기 반응의 메커니즘이 상세히 드러난 덕분입니다.


알레르기 연구의 일등공신 중 하나는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들이었죠. 이 사람들 몸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핵심 세포가 있습니다. 조절 T 세포, 혹은 T렉이죠. 조절 T 세포는 면역체계를 제어하고 면역반응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합니다. 조절 T 세포를 이용하면 여러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할 수 있죠.


알레르기와의 전쟁은 의외의 곳에서 시작됐습니다. 미국 오하이오 주에 사는 이 사람들 중에는 알레르기 환자가 거의 없죠. 수백 년 전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사는 사람들. 아미시 교도입니다. 



오하이오 주에는 2만 명 정도의 아미시 인이 35제곱킬로미터의 땅에서 살아가죠. 이들은 자동차와 전기를 거부하고 18~19세기 유럽 농부처럼 살아갑니다. 공동체를 벗어나 외부와 접촉하는 일도 거의 없죠. 의식주는 자급자족합니다. 살충제, 농약 같은 것도 쓰지 않죠. 물론 가축도 기릅니다.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가축 돌보는 법을 배우죠. 여기서 알레르기는 흔한 병이 아닙니다


아미시 공동체에 알레르기 환자 비율이 낮은 건 전문가들의 연구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아미시 공동체의 건초열 환자 비율은 도시거주자의 1/20, 아토피 피부염은 1/10 정도죠.


마크 홀브리치 박사(알레르기 전문가): 알레르기 환자가 훨씬 적죠. 그래서 이유를 찾아봤습니다. 아미시 공동체가 알레르기에 강한 이유를 알아내면 자녀의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하는 부모들에게 이렇게 하면 알레르기에 강해진다고 알려줄 수 있을 테니까요.


연구팀은 2012년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아마시인들의 알레르기 실태를 조사했죠. 집중 조사 대상은 열살 안팎의 어린이들이었습니다. 개별면담도 하고 혈액샘플을 채취해 분석도 실시했습니다. 독일 뮌헨 대학은 앨리스 폰 무티우스 교수도 연구팀의 일원이었습니다. 폰 무티우스 교수는 혈액샘플 분석을 맡았습니다. 연구 시작 전 폰 모티우스는 아미시 인들한테 알레르기 억제 유전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에리카 폰 무티우스 교수(뮌헨 대학 소아알레르기 학자): 아미시 공동체는 크지 않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아요. 공동체 안에서 친척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특별한 유전자가 있을 줄 알았어요. 혈족끼리 결혼해서 그 유전자가 계속 전해졌을 거라 추측한 거죠.


하지만 특별한 유전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폰 무티우스는 아미시 인이 알레르기에 강한 이유를 다시 찾아야 했죠. 그리고 아미시 인은 어려서부터 가축과 접촉한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어릴 때 가축과 접촉한 사람이 알레르기 질환에 덜 걸린다는 건 다른 연구들에서도 확인된 사실이죠. 폰 무티우스는 아미시 인의 경우도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축과의 접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죠. 폰 무티우스는 가축들과 자주 접촉하는 독일 농부들의 혈액을 분석했습니다. 첨단기술을 이용해 면역세포들을 종류별로 구분해봤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가축들과 접촉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농부들이 35%나 많은 세포가 있었던 거죠. 그 세포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조절 T 세포, T렉이죠. 폰 무티우스는 가축 접촉이 조절 T세포 생성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농부들이 알레르기에 강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조절 T 세포는 1995년 일본의 사카고치 시몬 교수가 처음 발견했습니다. 2015년, 사카고치는 의학연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학자에게 주는 가드너 국제상을 수상했죠. 


조절 T 세포는 어떤 일을 할까요? 인체의 면역체계는 면역세포들 의 공격으로 유지됩니다. 낯선 물질이 몸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들은 합동 공격에 나서죠. 사카구치는 면역세포들의 공격을 억제하는 세포를 찾아냈습니다. 그게 바로 조절 T 세포죠. 꽃가루가 들어왔다고 해볼까요? 유해물질은 아니지만 면역세포들은 일단 공격을 퍼붓습니다. 이 공격이 너무 심해 인체가 공격을 입는 게 알레르기 반응이죠. 조절 T 세포는 여기에 개입합니다. 알레르기 항원이 유해물질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공격중지명령을 내리는 거죠. 그래서 알레르기 질환에 걸리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미시 인은 조절 T 세포를 많이 만들어냅니다. 덕분에 공격적인 면역세포를 효과적으로 억제해 알레르기 질환 위험이 낮죠. 반면 도시거주자는 조절 T 세포가 적어서 면역세포의 공격을 잘 억제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알레르기 질환에 취약한 거죠.


사카구치 시몬 교수(오사카 대학 면역학자): 알레르기 환자는 산업화가 고도로 진행된 선진국에 많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조절 T 세포, T렉 생산능력이 떨어져서라고 생각해요. 조절 T 세포 숫자가 적으면 인체의 면역체계가 균형을 잡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알레르기 질환에 걸리기도 쉬워지죠. 가축 접촉이 빈번한 사람은 조절 T 세포도 많이 만들어냅니다. 폰 무티우스 연구팀은 그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 축사를 샅샅이 훓었죠. 폰 무티우스가 추정하는 이유는 먼지입니다.


에리카 폰 무티우스 교수(뮌헨 대학 소아알레르기 학자): 축사의 먼지를 모으는 이유는 이 안에 천식과 알레르기를 예방해주는 물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물질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모으는 거죠.


먼지에서는 조절 T 세포의 생성을 촉진하는 물질이 나왔습니다. 동물의 몸과 분비물에는 갖가지 미생물이 삽니다. 먼지 속 미생물은 아주 다양합니다. 학자들은 이런 미생물이 몸에 들어오면 조절 T 세포 생성이 촉진된다고 말하죠. 조절 T 세포는 특히 만 세 살까지 영유아기에 활발하게 생성됩니다. 



미생물이 몸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들이 공격을 합니다. 이런 공격이 오래 이어지면 몸에 이상이 오죠. 그래서 인체는 조절 T 세포로 과도한 공격을 막습니다. 같은 미생물이 또 들어오면 인체는 조절 T 세포를 더 많이 만들어 면역세포를 저지하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조절 T 세포는 늘어나고 알레르기 저항성은 커집니다. 아미시 어린이들은 어릴 때부터 가축과 접촉하죠. 다시 말해서 어릴 때부터 꾸준히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되는 겁니다. 그 덕분에 꾸준히 조절 T 세포가 생성돼 알레르기 환자가 적죠.


에리카 폰 무티우스 교수(뮌헨 대학 소아알레르기 학자): 알레르기에는 조절 T 세포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인체가 조절 T 세포를 많이 만들게 할 수 있으면 알레르기 질환이 심해지는 걸 막을 수 있죠. 물론 알레르기 질환은 치료도 가능해지는 거고요.


알레르기 학자들은 성인도 조절 T 세포 생성을 늘려서 알레르기 대응력을 높일 수 있을지 궁금했죠. 덴마크의 한 연구팀은 그걸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15년 이상 8000명을 추적 조사했죠. 연구대상은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간 사람들이었습니다. 할도르 비헤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도시에서 자란 비헤는 어렸을 때부터 건초열로 고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골에서 돼지를 기르며 살죠.


할도르 비헤(알레르기 완치 환자): 저는 도시에서 자랐어요. 거기서 살 때는 건초열로 고생했죠. 눈도 가렵고 코도 간질간질하고 콧물도 나왔어요. 풀밭에만 가면 그랬죠.


오늘 비헤는 알레르기 증상을 확인하기 위해 오르후스 대학에 왔습니다. 피부반응 검사는 다양한 알레르기 항원을 피부에 주입해 알레르기 반응 여부를 살펴보죠. 알레르기 반응이 강할수록 피부는 많이 부풉니다. 비헤의 반응은 이랬죠.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어요. 비헤는 잔디, 돼지풀, 자작나무 알레르기가 아니란 얘기죠. 비헤의 건초열이 사실상 완치됐다는 뜻입니다. 비헤는 오랫동안 가축 곁에서 살았고 가축 몸과 분비물에 사는 미생물도 많이 들이마셨죠. 연구팀은 그 결과 조절 T 세포가 늘어나 알레르기가 나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레테 엘홀름(오르후스 대학 연구원): 지금까지는 알레르기가 한 번 생기면 평생 없어지지 않는 줄 아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없던 알레르기가 생긴다는 건 있던 알레르기도 없앨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성인이 된 다음에도 충분히 알레르기를 치료할 수 있다는 거죠. 비헤 씨는 오랜 기간 시골에서 가축들과 접촉한 덕분에 알레르기가 거의 완치됐어요. 물론 2~3주만에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이렇게 설명해볼까요? 파란 구슬은 조절 T 세포입니다. 파란 구슬이 많을수록 우리 몸은 건강하죠. 이 저울은 우리가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지 말지를 결정합니다. 붉은 구슬은 공격적인 면역세포입니다. 붉은 구슬이 푸른 구슬, 즉 조절 T 세포보다 적으면 알레르기는 생기지 않죠. 하지만 구슬의 숫자는 바뀔 수 있습니다. 조절 T 세포가 부족해지면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거죠. 


알레르기 전문가 중에는 치료법이 아니라 예방법을 연구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들은 주로 어린이들의 식습관을 연구하죠. 미국 오하이오 주에 사는 클로자 가족. 가장인 애덤 클로자는 오래 전부터 땅콩과 콩 알레르기로 고생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알레르기를 물려주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죠. 첫째를 임신했을 때부터 제니퍼 클로자는 땅콩과 콩을 거의 섭취하지 않았습니다. 모유를 먹일 때 이유식을 만들 때도 철저히 피했죠. 이렇게 노력했지만 첫째 에바는 콩, 땅콩, 계란, 우유에 알레르기가 있고 둘째는 계란, 땅콩 알레르기죠. 두 딸의 알레르기는 아빠보다도 심합니다. 알레르기를 물려주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죠. 모르고 콩이나 땅콩이 든 음식을 먹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클로자 가족은 늘 비상용 주사기를 가지고 다니죠.


제니퍼 클로자: 속상하기는 하지만 어쩌겠어요. 최선을 다했지만 효과가 없었죠. 아이들한테 뭘 먹여야 할지 걱정이에요.


클로자 부부는 2000년 미국 소아과학회가 발표한 알레르기 예방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가이드라인에는 임산부와 모유수유 여성은 위험식품을 섭취하지 않아야 자녀의 알레르기 위험이 줄어든다고 나오죠. 유제품은 첫 돌 이후에 계란은 두 돌 이후에 견과와 생선은 세 돌 이후에 먹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발표 후에도 음식물 알레르기 환자 수는 늘어나기만 했죠. 


그래서 하버드 연구팀은 8000명이 넘는 임산부를 추적 조사한 예전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조사 대상 임산부의 자녀 중 몇 명한테 땅콩 알레르기가 생겼고 그중 가이드라인을 따른 임산부는 몇 명이었는지를 조사한 겁니다. 데이터 분석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임신기간에 땅콩을 적게 먹은 엄마일수록 자녀한테 땅콩 알레르기가 생기는 비율이 높았던 거죠.


알레르기 가이드라인은 최근 크게 달라졌습니다. '위험 식품은 먹이지 마세요'라는 권고는 잘못된 것이었죠. 알레르기 위험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요? 줄일 방법이 있다고 봅니다. 과거의 가이드라인과 정반대로 하는 거죠. 놀라운 연구결과는 또 있었습니다. 2015년 미국 알레르기, 천식, 면역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였죠. 아동의 땅콩 알레르기를 예방하려면 땅콩을 먹이라는 내용의 발표였습니다.


가디언 랙 교수(킹스칼리지런던 소아알레르기학자):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땅콩 알레르기 치료법에 관해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많이 발표됐습니다. 땅콩 알레르기 예방을 위해서는 땅콩을 일찍부터 먹여야 합니다. 땅콩 알레르기 위험 어린이 중 땅콩을 일찍 섭취한 집단은 땅콩 알레르기가 5%도 생기지 않았죠. 위험집단 평균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발표자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가디언 랙 교수로 세계적인 소아알레르기 전문가죠. 이번 연구대상은 생후 4개월에서 11개월 아기 600여 명이었습니다. 아기들은 두 그룹이었죠. 한 그룹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소량의 땅콩을 지속적으로 섭취했고 한 그룹은 땅콩을 전혀 먹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5살이 되자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검사했습니다. 땅콩을 전혀 먹지 않은 그룹은 17.3%가 땅콩 알레르기였습니다. 하지만 땅콩을 계속 섭취한 그룹은 3.2%만 땅콩 알레르기가 생겼죠. 땅콩을 먹는 게 알레르기 예방에 도움이 된 것입니다. 


랙의 가설은 땅콩 같은 알레르기 위험 식품을 섭취하면 조절 T 세포가 늘어난다는 것이죠. 이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실험은 또 있습니다. 이번엔 아기 쥐한테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먹였죠. 아기 쥐들의 조절 T 세포는 크게 늘어났습니다. 아기쥐들의 몸속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요? 입으로 들어온 식품은 장에서 흡수됩니다. 공격적인 면역세포는 땅콩을 외부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하죠. 그럼 조절 T 세포가 생성돼 공격을 억제합니다. 땅콩에 대한 공격만 전문적으로 막는 조절 T 세포죠. 아기쥐가 계란을 섭취하면 계란에 대한 공격을 막는 조절 T 세포가 생성됩니다. 물론 밀을 섭취하면 밀에 포함된 단백질을 공격하지 않게 하는 조절 T 세포가 생기죠. 동물실험으로 확인된 건 여기까지입니다.


가디언 랙 교수(킹스칼리지런던 소아알레르기학자): 특정 단백질을 소량씩 주기적으로 섭취해주면 특정물질들에 대한 면역세포들의 공격을 억제해주는 세포, 즉 조절 T 세포가 생성됩니다. 그래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면역세포의 과도한 공격을 예방할 수가 있어요.


다른 알레르기 유발 식품들도 마찬가지일지 그런 식품은 언제 어떻게 섭취해야 할지 학자들은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동물실험 결과가 인간한테 적용되는지도 확인해야겠죠.


어쨌든 알레르기가 없는 영유아는 알레르기 유발 식품을 섭취하는 게 조절 T 세포 생성에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절 T 세포가 많은 사람도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공격적인 면역세포가 계속 생성되면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죠.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알레르기 환자가 되기도 합니다.


영국 런던의 폴 존스는 대학생입니다. 존스는 땅콩 알레르기가 아주 심하죠. 쇼크에 대비해 주사기를 상비하고 다녀야 할 정도입니다. 땅콩 알레르기는 3살 때 시작됐습니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 때문이었죠. 존스의 병력은 기디언 랙 교수의 눈길을 끌었죠. 그래서 알레르기의 원인을 조사했습니다. 랙이 주목한 건 바로 존스가 쓴 크림입니다. 크림에 든 땅콩기름을 용의자로 지목했기 때문입니다. 랙은 비슷한 시기에 땅콩 알레르기가 생겼다는 사람을 49명 조사했고 그중 91%가 아기 때 땅콩기름이 든 크림을 사용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가디언 랙 교수(킹스칼리지런던 소아알레르기학자):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크림이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식품으로 섭취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단백질이라도 습진 때문에 상처가 난 아기의 피부를 통해 들어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땅콩을 먹으면 땅콩 알레르기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피부로 흡수된 땅콩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신기한 결과입니다. 피부에 난 상처로 들어온 외부물질이 소량이면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습진 같은 피부질환으로 방어벽이 약해진 상태라면 얘기가 달라지죠. 



피부 밑 면역세포는 외부물질을 공격할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적군을 잡으려고 무기를 꺼내든 부대와 같습니다. 습진으로 손상된 피부를 현미경으로 보면 작은 전구 같은 게 점점이 붙어 있죠. 활동에 들어간 면역세포입니다. 확대한 단면을 보면 면역세포가 팔을 뻗어서 피부 표면을 붙잡은 것 같은 모습입니다. 건강한 피부에서는 팔을 뻗고 있지 않죠. 손상된 피부의 면역세포는 들어온 외부물질을 뻗은 팔로 잡아서 안으로 끌고가죠. 그리고 공격적인 면역세포한테 갖다준 다음 공격하라고 부추깁니다. 


이런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 공격적인 면역세포는 더욱 강해지고 조절 T 세포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죠. 이렇게 되면 알레르기 질환이 생깁니다. 이건 동물실험으로도 증명된 사실입니다. 연구팀은 알레르기 위험 물질 중 하나인 계란 흰자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쥐이 찰과상이 난 피부에 문질렀습니다. 그 다음엔 쥐한테 계란 흰자를 먹였죠. 정상적으로 움직이던 쥐는 잠시 후 갑자기 활동을 멈춥니다. 쥐의 체온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알레르기 반응이 시작됐다는 뜻이죠. 피부를 통해 들어간 알레르기 물질, 계란 흰자 때문입니다.


가디언 랙 교수(킹스칼리지런던 소아알레르기학자): 피부라는 방어막이 습진 등으로 허물어졌기 때문에 외부물질이 이렇게 쉽게 몸속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낯선 식품의 분자가 몸에 들어오면 면역 시스템은 일단 거부반응을 보이죠. 낯선 물질을 공격하는 겁니다. 나쁜 병균 같은 게 몸에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공격부터 해요.


동물실험에서는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됐습니다. 이번 쥐한테는 먼저 계란 흰자를 먹이고 그 다음 찰과상이 난 피부에 계란흰자를 문질렀죠. 그리고 계란 흰자를 또 먹였습니다. 이번 쥐는 건강해 보입니다. 체온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알레르기 반응도 없었던 거죠. 이런 가설이 가능해집니다. 장에서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흡수하자 조절 T 세포가 생성됐고 그 뒤에 피부로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들어왔기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이 없었다는 가설이죠.


가디언 랙 교수(킹스칼리지런던 소아알레르기학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들의 경우엔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어떤 경로로 들어오느냐에 따라서 알레르기에 대한 저항성이 상당한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누가 먼저 몸에 들어가는지 경주를 하는 것 같죠. 피부 침투파와 소화기 침투파가 시합을 하는 것 같아요.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피부로 먼저 들어오면 공격적인 면역세포숫자가 늘어납니다. 과거 전문가들은 소화기관으로 들어온 알레르기 유발 물질만을 연구했습니다. 피부로 흡수되는 알레르기 유발물질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죠. 하지만 피부로 흡수되는 물질 역시 공격적인 면역세포를 늘릴 수 있습니다. 피부 밑에서 시작된 연쇄반응이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죠. 하지만 조절 T 세포 수를 늘리는 방법, 그래서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방법도 속속 나오는 중입니다.


일본 지바대 의학전문대학원에는 알레르기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실험실이 있죠. 오늘 실험실엔 건초열 환자들이 모였습니다. 천장으로 꽃가루를 내보낼 준비를 하는 연구원들. 실험실은 단숨에 삼나무 꽃가루가 날리는 봄이 됩니다. 환자들은 이 방에 세 시간 머무르며 자신의 증상을 기록하죠. 모두 새로운 알레르기 치료를 받은 환자들입니다.


환자들이 받은 약에는 건초열 유발물질인 삼나무 꽃가루가 포함되어 있죠. 매일 혀 밑에 뿌리는 약입니다. 이런 치료는 설하면역요법이라고 부르죠. 2년째 이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약 50명. 그중 70%가 증상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30%는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죠. 증상이 좋아진 환자들은 조절 T 세포가 늘어났습니다. 호전되지 않은 환자들은 조절 T 세포가 늘지 않았죠. 설하면역요법은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오랜 기간에 걸쳐 혀 밑에 떨어뜨립니다. 그럼 그 물질에 대한 면역세포의 공격을 막는 조절 T 세포가 늘어나 알레르기가 호전되죠. 알레르기 유발 물질의 양은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늘려갑니다. 물론 모든 환자한테 효과가 있는 치료법은 아니죠.


오카모토 요시타카 교수(지바 대학 의학전문대학원 이비인후과): 조절 T 세포 생성을 촉진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게 관건입니다. 물론 모든 환자한테 효과가 있는 건 아니죠. 치료기간도 깁니다. 하지만 효과를 본 환자들은 모두 조절 T 세포가 늘어났죠. 저희는 조절 T 세포를 늘릴 방법만 찾아내면 알레르기 치료와 예방이 가능한 겁니다.


설하면역요법의 성패는 다량의 알레르기 항원을 안전하게 투입하는 데 달렸죠. 전문가들은 다양한 방법을 실험하는 중입니다. 임상실험에 들어간 실험 하나를 볼까요? 다케미 유리코는 실험 참가자입니다.


다케미 유리코(임상시험 참가자): 임상실험 참가 전에는 건초열 철이 되면 아침에 깨어나서도 눈도 잘 뜨지 못했어요. 눈꼽이 워낙 심하게 껴서 눈이 떠지지 않았죠. 절대 좋아지지 않을 줄 알았어요.


다케미는 건초열로 고생하던 환자였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임상실험에 지원했죠. 특별한 쌀로 지은 밥을 하루에 한 번 먹으면 되는 임상실험입니다.


다케미 유리코(임상시험 참가자): 겉보기는 보통 쌀하고 다르지 않아요.


일본 국립 농업생물자원 연구소에서 재배한 쌀입니다. 이 쌀에는 꽃가루에서 추출한 물질이 들어있죠. 그 물질이 알레르기를 완화시켜 줍니다. 건초열은 꽃가루에 든 단백질 때문에 일어납니다. 학자들은 유전자 변형 기술을 이용해 꽃가루 단백질을 바꿨죠. 먼저 조절 T 세포 생성을 비롯한 면역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추출합니다. 그 다음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을 제거하죠. 그럼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조절 T 세포 생성을 촉진하는 물질만 남습니다. 이걸 쌀에 집어넣은 거죠.


다카노 마코토 박사(일본 국립 농업생물자원 연구소): 건초열 치료 쌀이 임상실험에 성공해 일반 환자들에게도 공급이 되면 알레르기 치료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하루 한 번 이 쌀만 먹으면 꽃가루 날리는 봄과 여름에도 편안하게 살 수가 있으니까요.


건초열 치료 쌀 임상실험에 참여한 환자는 약 50명. 이 쌀을 먹기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조절 T 세포 증가가 확인됐습니다. 공격적인 면역세포 억제가 가능하다는 얘기죠. 꽃가루에만 반응하는 공격적인 면역세포의 수는 평균 50%가 줄어들었습니다.


꽃가루에서 추출한 물질을 인체에 직접 주입하는 임상실험도 진행 중입니다. 이 연구팀은 간단하고 효과적인 알레르기 치료법을 찾고 싶었죠. 조절 T 세포는 림프절에서 생성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연구팀은 조절 T 세포 생성을 촉진하기 위해 꽃가루 추출물을 림프절에 직접 주입하죠. 지름이 몇 mm에 불과한 림프절, 그래서 꽃가루 추출물 주입엔 기술이 필요합니다. 림프절에 바늘이 들어가는 장면입니다. 이제 꽃가루 추출물을 주입하죠.


한스 위르겐 호프만 교수(오르후스 대학 의학과): 과감한 치료법이죠. 조절 T 세포가 생성되는 림프절에 항원을 직접 주입하기 때문입니다. 환자 입장에서도 3번만 치료를 받으면 돼서 편리하죠. 상용화 가능성도 높습니다.


대학 축구선수인 토비아스 마센은 10년차 건초열 환자였습니다. 하지만 이 임상실험에 참가하며 인생이 달라졌죠. 알레르기 걱정 없이 잔디밭을 뛸 수 있게 됐으니까요. 림프절에 꽃가루 주사를 맞은 건 벌써 3년 전, 하지만 효과는 현재진행형입니다.


토비아스 마센(건초열 임상실험 참가자): 부작용은 없습니다. 효과가 없을 수는 있죠. 저도 별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기쁩니다. 여름을 1번이나 났는데도 아무 증상이 없었거든요. 이제 아무 걱정 없이 운동만 해요.


조절 T 세포 생성을 촉진하는 방법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알레르기 환자들한테는 희소식이죠. 조절 T 세포 덕분에 알레르기 치료에는 새 길이 열렸습니다.


건초열 시즌이 시작되는 3월, 임상실험에 참가한 다케미 유리코는 특별한 봄을 맞이했습니다. 꽃가루가 날아다니기 시작하는 시기라서 다케미는 매년 이맘때 집밖으로 나가지도 못했죠. 하지만 이번엔 벚꽃놀이를 나왔습니다. 건초열 치료용 유전자 변형 쌀을 먹은 지 2달 만에 공격적인 면역세포의 양은 1/4로 떨어졌죠. 조절 T 세포가 늘어났기 때문일 겁니다.


다케미 유리코(임상시험 참가자): 그 쌀밥 덕분에 올해는 건초열 증상이 전혀 없어요.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몇십 년이나 고생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저도 봄을 즐길 수 있어 좋아요.


지난 반 세기 도시화는 급격히 진행됐고 우리의 생활방식은 크게 달라졌죠. 알레르기 환자는 급증했습니다. 과거 알레르기는 난치병 취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조절 T 세포 연구는 알레르기 예방과 치료에 획기적인 결과를 몰고 왔죠. 현대사회가 퍼뜨린 질환 알레르기, 이제 알레르기 정복은 곧 현실이 될지도 모릅니다.


참고자료

다큐 로그인: 의학혁명 알레르기(Medical Revolution: Curing Allergies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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