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와의 대담


- 교수님께서는 이전에 무역전쟁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해주셨습니다. 실제로 강의를 듣고 경각심이 조금 더 생겼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꽤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 행동으로는 번지지 않을 것이라 여겼는데 듣고 보니 지역적 무역전쟁의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습니다.

"네, 말씀드렸듯이 이런 행보를 보이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 걸려있기에 저 또한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일어나는지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유명한 오토바이 제조업체이자 미국의 상징이기도 한 할리 데이비드슨은 자사가 수출에 의존하니 유럽이 보복관세를 유지한다면 기존 해외의 생산설비보다 더 많은 생산설비를 해외로 돌리겠다 공표했습니다. 이에 미국 대통령은 이것을 경고의 표시로 인식하기보다는 그저 분노했죠. 그리고 곧이어 이들을 겁쟁이라 칭하고 항복하는 것이라 조롱했습니다. 누가 이것을 멈출 수 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어딘가에 현명한 사람이 등장해 이를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지금 상태로는 그 현명한 사람이 어딘가에 숨어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이 전쟁이 정말로 발발할 것이라 전제한다면, 무역의 양은 급겨기 줄 것이고 GDP도 조금은 하락할 것입니다. 혹시 각각의 국가에 대한 영향이 다를까요? 예를 들어, 미국 대 중국 또는 한국 말입니다. 한국의 수출의존도는 매우 높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 국가에 따른 차이가 클까요?

"네, 규모가 큰 경제는 평균적으로 덜 취약합니다. GDP 대비 수입 비중이 15%이고 수출 비중이 12%인 미국의 경우 그 의존도가 두 배는 더 높은 한국보다 덜 취약할 것입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지역 내 무역협정이 몇몇 작은 경제에 충격을 완화해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아시안 무역협정은 그 손해를 제한시켜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전쟁에 가장 취약한 국가들을 꼽자면 한국은 이 중 하나일 것입니다. 단지 한국의 수출의존적 성향뿐 아니라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수출에 의존적이라는 사실이 가장 중점적인 위험요소가 됩니다."


- 교수님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대해 잠시 언급해주셨는데 역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중국에 대한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직접투자정책, 기술교류, 그리고 엄청난 양의 정부 보조금에 대한 요구는 굉장히 타당해 보입니다. 이에 동의하십니까?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중국이 세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것에 비교해 책임감은 많이 떨어집니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가난하다는 점을 고려해도 말입니다. 중국은 이 시스템을 지키는 것을 도와야 합니다. 그러나 중국은 현재 연루된 지적재산권 문제와 같이 선진국들의 이익을 침해합니다. 그러니 미국에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문제에 기술교류와 위협적 제재를 거는 등 강경한 대응을 할 수 있는 구실이 됐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시행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를 같이 겪고 있는 선진국들과 협동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미국, 유럽연합, 일본, 한국이 연합체로 중국에 투자에서 게임의 법칙을 따르라고 요구하는 구도로 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러기보다 현재 미국은 동시다발적으로 모두에게 시비를 걸고 있고 분명하게 중국에 무엇을 원하는지도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중국의 지적재산권 정책에 반하는 타당한 사례는 존재하지만, 미국과 양자 무역에서의 적자가 곧 나쁜 정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타당한 사례는 없습니다. 또한 말 그대로 미국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찾으려 물어도 어느 공무원에게 어떤 날에 물어보는지에 따라 그 대답이 달라집니다.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지만 중국에 사절로 파견된 두 명의 미국 고위 관료가 중국인들 앞에서 서로에게 소리를 친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말하는 바는 미국이 일관성 없는 말을 한다는 것인데,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진실한 고충의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상상 속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는 상상 속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은 그렇지 않고,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도 이와 같지 않죠."


- 그럼 교수님이 말씀하고자 하시는 바는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와 관련해서 우리는 힘을 합치고 WTO 분쟁해결제도 등을 통해 이에 맞서야 한다는 얘기입니까?

"사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 아주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어떻게 보면 약하게나마 TPP에 반대하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정치적인 이유로 쎼ㅖ가 미국의 환경을 지탱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러한 형태의 중국 무역 상대국들의 연합체가 존재한다면 중국에 "너희가 이 시스템에서 이득을 챙겨가는 것을 넘어 남용하는 것을 보아라 그리고 우리는 이에 대해 나머지 시스템을 유지하는 선에서 제재를 걸 준비가 되어있다"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다른 나라들에 게임의 규칙을 지키라고 요구하려면 우리부터 그 게임의 규칙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 그렇다면 TPP 11(미국을 제외한 11개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국 없이도 잘 운행될까요?

"네, 이것은 미국이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이자 문제 중 하나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국가들은 서로와 협상을 맺을 것이고 이것은 그들을 생산시설을 가동하는 데 더 매력적인 장소로 보이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미국이 없는 TPP는 굉장히 약합니다. 가장 중요한 참가국이자 주도권을 쥐고 있는 패권국이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 당연하게도 제가 아시아 국가의 지도자였으면 무역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적인 협정을 맺는 방법을 찾아볼 것입니다."


- 네, 예를 들어 일본과 한국의 수출을 고려하면 TPP 11이 지속되는 게 바람직하고,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을 참여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미국에 TPP 재가입 요청을 보내거나 중국에 압력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입니까?

"둘 다 맞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물론 가장 잘 맞는 국가라는 것은 없지만 누군가에게 어떤 경제가 가장 잘 맞냐 묻는다면 또는 무역전쟁에서 가장 덜 취약한 경제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것은 아마도 미국과 유럽연합이 될 것입니다. 미국은 국가지만 유럽연합은 아닙니다. 그러나 무역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걱정할 필요도 없는 부분은 독일과의 무역전쟁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로 아시아가 이 시스템을 차용할 수 있다면 자신을 부분적으로나마 보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상황은 안 좋아질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조그만 가능성은 확실히 생길 것입니다. 만약 정말로 다자간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는 것이라면, 지역적 협정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럼 객석에서 질문을 받기 전에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한국과 같은 소위 중간세력 국가들은 미래 국제무역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까요? 어떤 제안이나 추천 있으신가요?

"이런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해하면서 언제나 좋았던 적이 없긴 합니다. 일단 G7(선진 7개국 정상회담) 회의는 총체적 난국이었고, 아마도 G20과 같이 더 넓은 범주의 국가들이 포함되면 더 나을 것 같긴 합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미국 대 중국과 캐나다의 경쟁을 희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저 자신도 어렵다 느낍니다. 캐나다와의 대립에 놀랍기도 합니다. 어쨌든 조금 더 큰 그룹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만약에 중간 크기의 중간 소득 국가들을 시스템에 들여보낼 수 있다면 우리는 이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제는 부유한 선진국과 미국이 더 믿음직스러운 파트너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으니 말입니다."


◆ 객석 질문


- 케임브리지 대학의 존 닐슨 라이트 교수입니다. 크루그먼 교수님, 만일 문제가 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고 그의 참모들이라면, 어떤 보복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에 영향을 줄까요? 그리고 이것이 미국의 체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요?

"간략한 답변으로는, 잘 모르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를 알아내기란 실로 어렵습니다. 제가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흐름을 읽어본 바로는 경제문제들이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싶은 것보다 비교적 작은 역할을 차지합니다. 미국에서 자주 등장하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트럼프 지지자는 경제적 근심을 근거로 그에게 표를 던진다 말하고 트럼프 지지자에게서 극단적 인종차별 발언이 나오면 농담으로 "오, 맞아, 경제적 근심이 있으니까"라 웃어넘깁니다. 그러나 이 뜨거운 쟁점으로 보이는 문제들이 사실 들여다보면 무역보다는 이민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민에 대한 근심은 사실 이민이 실제로 가져오는 결과들과 아주 적은 연관성만이 있습니다. 대개 민족성과 인종, 그리고 정체성 정책들과 맞닿아 있죠. 2016년의 대선에서 트럼프가 아주 간발의 차로 승리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유권자 표는 확실히 많이 받았죠. 그러나 미국 선거제도의 특수성으로 백악관에 전혀 엉뚱한 사람이 앉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투표결과를 믿는다고 하면 중간선거가 그나마 여론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겠죠. 또 한 번, 대중은 선명하게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많은 차이로 표를 얻어야지만 주권을 잡을 수 있는 미국 정치시스템의 구조적 이득이 이를 가로막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엄청난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벌써 몇 명의 노동자들이 무역전쟁의 초기 영향에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탓이 아닌 그 누군가의 만행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차이를 만들기에는 충분합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뒤로 물러서고 있다는 말과 관련해서 아무래도 그가 누군가의 말을 듣기는 할지 의문입니다. 정치적 반발에 부딪히고 사람들은 그를 끌어내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반발을 산 모든 정책에 대해서 그는 더 끈질기게 몰아붙였죠. 그러므로 우리가 그의 의견을 바굴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아니면, 국회가 그를 제재할 수 있겠지만 그것 또한 어렵습니다. 미국 무역법은 절대 변덕스러운 사유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대통령에게 자유재량적 권한을 부여합니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정책을 변경하라 압력을 가하려면 그에 준하는 특수 입법 조치가 사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 저는 라지라입니다. 제 질문은 트럼프 쇼크에 관한 것입니다. 이것은 실제로 발생한 쇼크이기도 한데, 혹시 이것이 진짜 불경기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이것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고 사람들이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며 자원이 얼마나 원활하게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는지에 따라 불황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을까요? 그리고 강연 에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왜 의회에 있는 공화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좁히려는 압박을 가하지 않을까요?

"만일 쇼크가 불황으로 이어진다 생각한다면 그것은 크나큰 실수입니다. 중국 쇼크는 경제가 전반적으로 확장되는 시기에 발생했습니다. 미국 경제는 2000년과 2007년경에 아주 급격한 속도로 성장했죠. 대이동이 있었고 그만큼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없어졌습니다. 그러므로 많은 부분에서 불경기라 느꼈을 수 있겠지만 통합적으로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도 같습니다. 이 문제를 그저 단순한 경기순환문제로 본다면 큰 실수일 것입니다. 물론 민주당은 이것을 불경기의 원인으로 보려 하겠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이것은 거의 브렉시트가 영국에 불경기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하는 믿음과 같습니다. 브렉시트는 영국에 수많은 손해를 입히겠지만 불경기까지는 아닙니다. 사회를 교란하고 장기적인 손실을 입히겠지만 순간적인 만족감에 너무 기대 않길 바랍니다."


- 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것으로 크루그먼 교수님과의 세션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