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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 롤링은 해리 포터에서 현대소설 사상 가장 매혹적인 마법의 세계를 창조했습니다. 하지만 그 세계가 온전히 허구에만 바탕을 둔 건 아닙니다. 우리가 해리 포터에서 읽었던 많은 부분이 과거에 사람들이 믿었던, 그리고 역사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인간은 태초 이래 줄곧 마법에 대한 지식을 추구해왔습니다. 오래 전부터 죽음을 정복하고 운명을 지배하고 미래를 바꾸고자 했던 것이죠. 익숙한 이야기들의 가치를 알았던 J. K. 롤링은 마법과 마법의 역사를 아주 정교한 방식으로 활용했습니다. 자신의 소설에서 그 이야기들을 조합해 멋진 작품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마법을 꼭 믿을 필요는 없지만 마법을 믿지 않는 사람을 신뢰하긴 힘들 것 같아요.” - J. K. 롤링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금을 만들고 영생을 누릴 수 있게 해 주는 돌이란 말이지!” 해리가 말했다. “누구라도 그 돌을 원할 거야.”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1997)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평생을 바쳤습니다. 그중 한 명이 해리 포터 속 전설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현자의 돌에 관한 많은 기록이 있지만 현존하는 유일한 돌은 저명한 연금술사이자 오페라 애호가인 니콜라스 플라멜 선생이 갖고 있다. 플라멜 선생은 작년에 665세를 맞았으며 658세인 부인 페리넬 여사와 함께 영국 데번에서 조용한 삶을 누리고 있다.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1997)
니콜라스 플라멜은 15세기 초 프랑스에 살았던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습니다. 영생의 비결을 알아낸 인물로 소설 속에서는 건재하게 삶을 누리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영생을 얻지 못하고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연금술사들은 불로장생약을 만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비법의 일부가 두루마리에 적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바로 리플리 두루마리입니다. 중세시대 요크셔 브리들링튼 수도원의 수도사이자 연금술사였던 조지 리플리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리플리 두루마리는 1600년경 만들어졌고 길이가 6미터 가까이 됩니다. 이 두루마리는 신비한 상징물로 가득합니다. 여러 기호의 정확한 의미는 아직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으며 일부는 일부러 모호하게 그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존이 무척 잘 되어 있어 아직도 그림이 원래의 선명한 색색깔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계속 말려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보존이 되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건 연금술의 과학적인 면입니다. 사실 연금술은 고대의 화학이고 연금술사는 당대의 화학자였습니다. 연금술사들은 현대 화학의 기본이 되는 현상들을 관찰했고 그들의 연구는 때때로 매우 과학적이기도 했습니다. 과학은 연금술을 따라, 연금술은 과학을 따라 발전했습니다.
마법과 과학의 관계는 특히 근세에 흥미로워졌습니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힘들이 어느 정도는 마법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도 일종의 마법이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마법이었죠.
이성적이고 문명화된 현대에도 그런 사고방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무언가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누구나 자신만의 작은 의식을 치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마법을 믿어요.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고 통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 모든 사람의 내면에 그런 면이 있다고 봐요. 세상은 복잡하고 잘 알 수 없어서 과학이 발전했어도 누구나 마음속에 어느 정도는 그런 믿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 J. K. 롤링
해리 포터와 약초학
해리가 귀마개를 쓰자 소리가 완전히 차단됐다.
스프라우트 교수는 털이 북슬북슬한 분홍색 귀마개를 쓰고, 옷소매를 걷은 뒤 촘촘히 자란 식물들 중 하나를 잡고 세게 잡아당겼다. 아무도 듣진 못했지만 해리는 놀라서 헉 소리를 냈다.
흙 속에서 뿌리 대신 흙투성이의 못생긴 아기가 뽑혀 나왔는데 머리 위에서 잎이 자라고 있었다. 얼룩덜룩한 연녹색 피부의 아기는 목이 터져라 악을 써댔다.
교수는 탁자 밑에서 화분을 꺼내 맨드레이크를 집어넣고 빽빽한 잎들만 남긴 채 검고 축축한 퇴비로 안을 채웠다. 교수는 화분에서 손을 떼고 학생들에게 엄지를 올려 보인 후 귀마개를 벗었다.
"이 맨드레이크들은 아직 어려서 울음소리로 사람을 죽일 순 없어요."
베고니아에 물주기처럼 간단한 일을 끝낸 사람처럼 스프라우트 교수가 차분하게 말했다.
"하지만 여러분을 몇 시간 동안 기절시킬 수는 있죠."
-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1998)
맨드레이크의 뿌리와 묘목들은 보기엔 위험할 것 같지 않지만 이 뿌리를 다룰 땐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J.K.롤링의 풍부한 상상 속 세계를 전달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것은 해리 포터의 삽화가인 짐 케이입니다. 짐의 그림들은 문학이 창조한 판타지와 역사적 사실들의 연관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자정이 지나도록 해리는 스커비풀과 러비지, 산톱풀의 사용법을 읽고 또 읽었지만 한 글자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식물들은 뇌를 자극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어서 정신을 흐리게 하는 약물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된다. 사람을 흥분시키고 무모하게 만들고 싶을 때 쓰면 좋다.
-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2003)
식물은 J. K. 롤링의 마법세계에서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각종 식물들은 마법약의 재료이니까요. 필요한 약재들은 멀페퍼 씨의 약재상에서 살 수 있습니다. 그 비슷한 이름을 가진 학자의 책이 해리 포터의 세계를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바로 니콜라스 컬페퍼의 약초도감입니다.
컬페퍼는 영국 의학에 혁명을 일으킨 약초학의 영웅입니다. 의사들이 독점하던 지식을 평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니컬라스 컬페퍼는 영국 서섹스 주의 작은 마을인 이스필드에서 성장했습니다. 어린 컬페퍼는 할아버지의 교회와 마을을 오가면서 길에 자라는 식물에 대해 배웠을 것입니다.
컬페퍼에 따르면 입안이 헐었을 때 분홍바늘꽃을 우린 물로 양치를 하면 좋습니다. 쐐기풀은 만지면 따갑지만 건강엔 아주 좋습니다. 개나 뱀에 물린 데, 괴저, 코피 등등 온갖 군데에 효과가 있어 컬페퍼 책의 한 장 가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양톱풀은 해리 포터에 나온 산톱풀과 비슷합니다. 상처, 염증, 궤양, 치통에 효험이 있고 치질에도 좋다고 합니다.
이런 치료법은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1600년대 의사들은 의학지식을 독점했습니다. 의사협회에서 면허를 받은 의사들은 이런 정보를 활용해 터무니없이 비싼 치료비를 받았습니다.
큰 책 한 권에 라틴어로 적혀있어 평민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컬페퍼가 바로 그 책을 알기 쉬운 영어로 번역하여 필요한 치료약을 스스로 만들 수 있게 해준 것입니다. 의사들이 자신들만의 비밀이 공개된 걸 알고 격분했지만 사태를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비싼 치료비를 내며 의사에게 매달릴 필요 없이 주변의 숲과 들에서 치료에 필요한 약재들을 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책은 거의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출간되고 있습니다. 1600년대엔 거리에서, 지금은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죠. 성경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출간된 책입니다.
컬페퍼의 책은 J. K. 롤링에겐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컬페퍼의 식물도감, 저도 두 권 갖고 있어요. 단순히 식물의 속성만을 나열한 책이 아니에요. 식물을 관찰해 행성의 움직임과 연계시키는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죠. 문장이 아주 시적이에요. 이 책의 정보가 필요하지 않을 때도 읽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식물을 설명하는 방식이 영감을 주거든요. 소설 속의 이름들을 만들 때 이 책의 옛 이름들을 참고했죠.”
해리 포터와 마녀사냥
컬페퍼는 식물도감을 출판하기 10년 전에 마녀사냥을 당했습니다. 1642년, 컬페퍼가 마법을 행한 혐의로 고발된 것입니다. 의사협회의 미움을 받은 게 주원인이었지만 약초를 섞어 약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대중의 의심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머글이라 불리는 비마법인들은 중세에 마법을 특히 두려워했지만 마법사를 알아보는 능력은 부족했다. 드물게 진짜 마법사나 마녀를 잡아 화형에 처했으나 효과는 없었다. 마법사나 마녀는 화염동결 주문을 써서 비명을 지르는 척하며 불꽃의 간지러운 느낌을 즐겼다. 실제로 괴짜 웬들린은 화형당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변장을 하고 47번이나 일부러 잡히기도 했다.
-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1999)
“해리 포터의 마녀와 마법사들은 도덕적으로 중립이에요. 본인의 선택에 따라 악해질 수도 선해질 수도 있죠. 마법은 타고난 능력일 뿐 선악의 잣대가 아니었어요.” - J. K. 롤링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 마녀에 대한 기록은 대부분 부정적입니다. 마녀가 강력한 어둠의 마법을 쓰는 존재로 굳어진 건 한 권의 책 때문이었습니다. 울리히 몰리터가 쓰고 1489년 출판한 "마녀와 예언자에 대해"는 삽화를 넣고 출판한 가장 초기의 마법 관련 논문입니다. 책에 마녀의 그림이 등장한 건 이 책이 처음입니다.
몰리터는 마녀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강하지는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삽화가는 본문을 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글과 삽화가 전혀 다른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림 속의 두 여자는 늙고 사납고 악해 보입니다. 강력한 힘을 지닌, 위험한 인물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냄비에 뭔가를 끓이면서 날씨 마법으로 우박폭풍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냄비를 이용하는 마녀의 그림이 인쇄물에 등장한 건 이게 처음입니다.
이 책은 49종의 서로 다른 판본으로 출판됐고 100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 발간됐습니다. 본문은 라틴어로 쓰여 있어서 일반인은 읽을 엄두를 못 냈지만 그림은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이 책의 강점이었습니다. 이 책으로 마녀의 생김새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그 모습으로 굳어졌습니다.
참고자료
BBC Harry Potter: A History of Magic
Google Arts & Culture Harry Potter: A History of Mag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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