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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는 삶이 견디기 힘들 때 항상 자코파네가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코파네(Zakopane)는 타트라 산 기슭의 평온한 마을이죠. 자코파네에는 양을 키우는 농가가 많은데요. 겨울이 워낙 길고 춥기 때문에 지역 특산품이기도 한 양가죽과 털옷을 만듭니다.
하지만 양에게서 얻는 이 지역 최고의 특산품은 치즈입니다. 자코파네의 전통치즈는 양젖을 짜서 끓이고 응고, 발효를 거쳐 하얀 덩어리를 만드는 과정까지는 일반 치즈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코파네의 전통치즈 작업장에는 장작을 때서 매캐한 연기가 가득합니다. 45년째 자코파네 전통치즈를 만들어온 볼렉 씨는 치즈 덩어리를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건져서 물기를 짜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합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에 맨손으로 말이죠.
볼렉 크롤(치즈 장인): 잘 뭉쳐지고 씹는 느낌을 더 주려고 뜨거운 물에 넣어요. 물 온도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확실히 뜨거워요.
그런데 아까 보던 것과는 치즈 모양이 달라졌습니다. 하얗던 색도 노릇하게 구워진 빵처럼 되었습니다.
뜨거운 물에 여러 번 담가 치즈가 잘 숙성되면 이제 모양을 내는 작업을 합니다. 안쪽에 자코파네 전통문양이 새겨진 틀을 씌우고는 철제 링으로 단단히 고정해 문양이 잘 새겨지게 합니다. 그리고 양 옆을 손으로 주물러 럭비공 모양으로 다듬는데요. 틀을 벗긴 다음 다시 모양을 다듬어줍니다. 치즈를 하나 만드는 데 손이 참 많이도 가는데요. 45년째 이어온 고집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볼렉 크롤(치즈 장인):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야 보기도 좋고 씹는 느낌도 좋아집니다.
모양을 완성한 치즈는 소금물에 담가서 발효를 시킵니다. 소금물에 24시간 동안 담가야 합니다. 발효한 치즈를 장작불 연기로 3일 동안 훈제해주면 비로소 자코파네 전통의 양젖 훈제치즈, 오스차펙이 완성됩니다. 소금물과 훈제 과정을 거쳐 이런 고소한 노란색이 나오는 것입니다.
모양이 다양한 것도 자코파네 치즈의 특징입니다. 이것이 오스치펙, 장인의 고집과 정성으로 만들어낸 깊고 풍부한 맛의 양젖 훈제 치즈입니다.
몽골의 드넓은 산등성이를 따라 일사불란하게 이동하는 가축들. 산을 넘고 들판을 가로질러 그들이 다다른 곳에는 게르가 있습니다. 낯선 여행객에게도 선뜻 문을 열어주고 반갑게 맞아주는 게르의 주인장. 이렇게 손님이 오면 제일 먼저 그 집의 수태차(Suutei Tsai)를 줍니다. 가축의 젖에 찻잎을 넣고 끓인 전통차죠.
주로 해발고도 4000미터 이상에서 사는 야크는 고산지대나 혹독한 추위가 몰아치는 지역에서 유용한 가축입니다. 야크의 젖을 짜야 할 때는 새끼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새끼가 젖을 빨아 어미가 젖이 돌아줘야 젖을 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메르베크(유목민): 야크젖을 짜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먼저 젖을 빨게 하고 나서 송아지를 도로 묶거든요. 젖이 돌면 우유가 잘 나와요. 그렇게 짜요.
몽골은 여름엔 가축의 젖으로 만든 흰 음식을 많이 먹고 겨울에는 붉은 음식인 육류를 주로 먹습니다. 그러니 여름이 되면 하루종일 젖을 짜고 옮기는 것이 일입니다. 오늘 짠 젖을 저어 발효시켜 막걸리와 비슷한 아이락을 만들려고 합니다. 발효시킨 야크젖을 통에 붓고 그 위엔 나무통을 얹습니다. 그래서 열을 가해서 증류를 시키는데 그럼 위에 매어놓은 냄비에 한 방울 두 방울 투명한 술이 만들어집니다.
엥크소닝(주민): 아이락(Airag, 우유를 발효해서 만든 전통 음료)을 여기에 넣어서 증류하면 몽골 술이 돼요. 몽골의 전통 방법인데요. 그 후, 아르갈을 태우고 불을 켜서 만들어요.
아르갈(Argal)은 가축의 배설물을 말린 것입니다. 이것을 연료로 사용합니다. 화력도 좋고 무엇보다 늘 이동하는 유목민들이 구하기 쉬워 아주 유용한 땔감이라고 합니다. 불이 정말 잘 붙습니다.
한 시간 정도 끓이고 난 뒤 통을 들여다보기 위해 막고 있던 뚜껑을 들었습니다. 소주같이 투명한 방울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야크 젖으로 만든 술입니다.
그런데 맛을 보기 전에 치러야 할 의식이 있습니다. 주인이 손님에게 술잔을 건네면 손님이 네 번째 손가락으로 하늘과 땅에 축원을 하고 다시 술잔을 주인에게 돌려줍니다. 그럼 주인이 먼저 술을 한모금 마시고 다시 손님에게 돌려드리면 그때 마십니다. 주인이 먼저 맛보는 것은 술에 독이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잔을 주인에게 돌려주고 맛을 보게 하는 것은 오리앙하이 풍습입니다. 오리앙하이 족장 중에서 독을 탄 술을 마시고 죽은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야크젖을 증류해서 만든 알코올 도수 38도의 몽골 보드카, 아르히(Arkhi), 한 잔의 술에도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습니다.
참고자료:
EBS 다큐 오늘: 양젖 훈제치즈, 야크젖 보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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