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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에티오피아의 당나귀

P A P E R 2018. 8. 24. 23:12


인간의 짐을 싣고 인간의 일을 하는 가축. 말을 길들인 이후 인간은 거리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 두세 번 물속에 몸을 담가야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물소. 물에서 빠르고 자유로운 물소는 물이 많은 인도네시아 논에서 쟁기를 끌기에 유용한 가축입니다.



해발 2000미터 지대 고산지역 에티오피아. 이곳에서 가장 흔한 가축은 당나귀입니다. 말보다 빠르지 않고 물소보다 힘은 약하지만 전통적인 농촌마을인 이곳에선 튼튼하고 일 잘하는 당나귀가 쓸모있는 가축입니다. 기원전 4000년 무렵 처음 가축화 됐을 때부터 당나귀는 짐 운반용으로 길들여졌습니다. 고기나 젖보다는 노동력을 이용하려는 가축이었죠.



끈을 발목에 묶어놓았네요. 평소에는 발목에 끈을 묶어서 당나귀가 풀을 먹고 물을 마시기 편해게 해줍니다. 일할 때는 턱에 끈을 묶어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인간이 들집승을 가축으로 길들이던 초기, 이집트의 부유층은 1000마리 이상의 당나귀를 소유하기도 했습니다. 당나귀는 도시와 문명을 연결시키는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가축이었죠. 


브라이언 페이건(UC 샌타바버라 명예교수): 고대 이집트에는 당나귀를 타고 다니는 무역상이 존재했고 사하라 사막의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300킬로미터나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귀중한 광석을 찾아 길을 떠나기도 했고 200마리나 되는 당나귀를 이용해 상단을 이동시키기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더 크고 더 힘이 센 낙타가 가축화된 이후 당나귀는 밀려나 버렸습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당나귀가 없으면 안 되는 곳, 에티오피아 마르코. 사탕수수 수확은 힘들고 거친 일이라 남자들이 도맡하서 하는 일입니다. 그 다음 일은 당나귀의 몫입니다. 남자들이 수확이 끝난 사탕수수를 여자들이 시장에 나가 팔아오는 것이 이 마을의 역할분담. 사탕수수를 등에 싣고 시장까지 옮기는 건 당나귀의 일입니다.



출발 전에 좋은 곡물로 만든 특식을 먹입니다. 갈 길이 꽤 험난하다는 뜻이죠. 당나귀의 등짐을 더 이상 채워넣을 수 없을 만큼 채워넣습니다. 



사탕수수를 싫은 당나귀와 여성들이 줄을 지어 출발합니다. 도매시장까지는 서너 시간을 걸어가야 하는 먼 거리. 오전 열 시까지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마을의 새벽은 언제나 여자들과 당나귀로 북적입니다. 당나귀는 이 마을 여자들에게 고마운 가축입니다.


당나귀는 여러 가지 일을 도와줘요. 사탕수수 철에는 사탕수수를 시장에 나르고, 망고 철에는 망고를 시장에 날라요. 사탕수수와 철이 지나면 땔감을 날라서 팔 수 있게 해주죠. 평소에는 강에서 물을 길어 오는 일을 도맡고 있어요.



자주 오가는 길이지만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생깁니다. 천연덕스럽게 옆길로 내려가는데요. 재빨리 쫓아가 제 길을 찾아줍니다. 사탕수수까지 한가득 지고 당나귀가 사라지면 큰일입니다. 당나귀가 없으면 가장 불편한 이들은 이곳의 여자들입니다.



짐꾼으로 삼는 당나귀는 모두 수컷. 흥분한 수컷 당나귀들이 갑자기 달릴 때가 있습니다. 주의하지 않으면 짐이 쏟아지는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여자들이 당나귀를 따라 서너 시간 동안 시장까지 가는 길을 따라가면서 하는 일은 짐의 균형이 잘 맞는지 지켜보는 일입니다.


짐의 균형을 잘 맞추지 않으면 당나귀가 넘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시장까지 갈 때도 뒤에서 봤을 때 기우는 쪽 짐을 다른 쪽으로 옮겨가며 계속 균형을 맞춰줘야 해요.


몸집은 작지만 당나귀는 최대 100킬로그램을 싣고 서너 시간을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좋은 짐꾼입니다. 낙타만큼 빠른 걸음에 훈련시키기도 쉽고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죠. 사람들은 당나귀를 소형트럭처럼 유용한 가축이라고 말합니다. 비스듬한 오르막길에 들어섰지만 이 정도는 묵묵히 견뎌냅니다.



잠깐의 휴식시간, 그 틈에 당나귀들은 먹을 것을 찾아냅니다. 아무것도 없어보이는데도 쉬지 않고 코와 입을 움직여 풀뿌리를 찾아 뜯습니다. 따로 먹을 시간을 주지 않아도 알아서 먹이를 찾아내죠.



평화로워 보이는 이 행렬에도 위협적인 존재가 있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차량들이죠. 한 번은 차 사고로 캐러반 17명이 죽은 적도 있습니다.



당나귀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를 무렵 시장에 도착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벌써 사탕수수 거래가 한창입니다. 11마리의 당나귀를 끌고온 여자들은 무사히 시장에 도착한 것에 감사합니다. 당나귀는 삶의 무게를 함께 나눠주는 가축이죠.


참고자료:

EBS 다큐 오늘: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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