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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 전체의 인식을 진화시킬 수 있는 친환경 호텔, 전 세계를 통틀어 그런 이상적이고 교육적인 가치를 내세울 수 있는 호텔은 얼마 없습니다. 수많은 관광지 중에서 어떤 곳들은 환경을 존중하고 토착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여행상품을 제안함으로써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모로코 남서부, 해변에 인접한 휴양도시 아가디르(Agadir)는 고운 모래사장과 1년 내내 온화한 기후 그리고 전통시장으로 유명합니다. 그곳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베르베르 마을에는 2006년에 문을 연 독특한 컨셉의 호텔이 하나 있습니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아르간 숲 보호구역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친환경 호텔 아틀라스 카스바(Atlas Kasbah Ecolodge)는 마치 고대의 요새 같은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주목받고 있죠.
“마을 사람들 모두가 입을 모아서 안 될 거라고 했어요. 이렇게 하면 관광객들이 들지 않을 거라고 했죠. 누가 시멘트로 지은 깨끗한 건물을 놔두고 흙으로 지은 건물에서 묵겠냐면서요. 하지만 그런 인식도 차츰 바뀌어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홍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지속가능한 절차에 따라 전통양식의 호텔을 짓는 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첫째로 이 지역에는 폐기물 수거시설이 없었고 둘째로 반건조한 기후 때문에 물과 흙을 관리하기가 무척 까다로웠습니다. 어떤 기술을 사용해야 주변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호텔을 지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지역주민들을 동참시키고 그들에게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성을 인식시킬 수 있을까.
“처음에는 정말 전쟁이 따로 없었어요. 당시에는 이런 발상 자체가 이례적이었거든요. 게다가 위치도 문제였어요. 호텔을 지으려는 장소가 보호구역 안에 속해있다 보니 이런저런 제약이 많이 따랐습니다. 당연히 허가를 얻기도 쉽지 않았죠. 하지만 저희는 인내심을 갖고 투자자들과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해나갔고 결국에는 필요한 허가를 받을 수 있었어요.”
세상에 하나뿐인 이곳의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부부는 호텔 건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습니다.
호텔 공간은 콘크리트로 짓고 천연소재로 마감을 했습니다. 아르가느레(Arganeraie) 지역에서는 내진 설계가 필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손님들이 잠을 자는 객실을 제외한 모든 곳은 흙과 돌을 사용해 지었습니다. 돌로 만든 벽에 바른 천연마감재는 흙과 석회가루, 그리고 짚을 물에 개서 반죽한 다음 3일 동안 숙성시켜서 만들었습니다. 단열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흙은 전통적으로 단열효과가 큰 재료입니다. 그래서 흙과 짚으로 만든 반죽을 벽에 바른 것입니다.
이 호텔의 모든 것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들은 태양열 발전기를 통해 사용전력의 80%를 자체 생산하고 있고 불필요한 난방을 줄이기 위해 넓은 출창을 만들어 일조량을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아틀라스 카스바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하루 평군 9킬로그램이나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중형자동차 한 대 12만 킬로미터를 주행했을 때 배출되는 탄소량과 같습니다.
하산과 엘렌느는 전통적인 건축기법을 신봉하지만 부대시설을 만들 때에는 다른 대안이 필요했습니다.
“호텔을 지을 때 수영장을 만들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더운 지역이기 때문에 수영장을 만들기로 결정햇습니다. 그렇지만 수영장을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이 환경에 유해한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누가 소금물로 수영장을 만들 수 있다고 귀띔해 주더군요. 그래서 전문가에게 물어봤더니 전기분해기술을 이용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염소 대신 소금으로 수영장 물을 살균하는 거죠. 다만 유지하기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어요. 아침마다 누가 2시간씩 수영장을 청소해야하죠. 그게 유일한 단점이에요.”
객실 내의 콘센트는 스티커가 있는 것과 없는 것 두 가지가 있습니다. 스티커가 있는 건 일반 전기라는 뜻이고 스티커가 없는 건 태양 에너지입니다.
“저희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다들 마을사람들이에요. 모두 이 베르베르 마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이죠. 저희는 그들의 도움으로 호텔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게 어려웠습니다. 저희 호텔 직원 9명 중 학교를 나와서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3명밖에 없죠. 나머지 직원들은 학교교육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아흐메드는 원래 원양어선을 타고 일을 했습니다.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몇 달씩 바다에 나가 지내야 했죠. 하지만 카스바에 일자리를 얻으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저는 카스바에서 정원일도 하고 일꾼들을 돕기도 하고 가끔은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카스바에 취직하고 이 집을 지었어요. 텔레비전 세트와 새 가구도 들여놨죠. 전에는 다 쓰러져가는 집에 살았지만 이제는 저희 가족 모두 풍족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하산과 엘렌느는 현지인들을 고용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습니다. 객실의 침대 커버는 전부 지방 특산품인 전통 공예품입니다. 호텔이 전체가 현지에서 생산된 재료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내부를 채운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운 흙과 옆 마을 대장간에서 만든 쇠붙이, 대나무 가구와 골풀로 짠 매트까지 이 모든 게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습니다.
“저희는 사라져가는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공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골풀 매트나 타달락트(Tadelakt) 미장법 도자기 등이죠. 일주일 넘게 머물면서 타달락트 미장법을 배워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들은 여행을 와서 흔한 기념품만 사들고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돌아가는 거죠.”
이 지역은 반건조 기후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소중한 수자원을 보존하려면 철저한 물 관리가 필요합니다. 엘렌느와 하산은 지질학자인 벨카셈 카바시 교수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수로 정원을 가꾸는 식물 정화 시스템을 개발했죠. 이 시스템의 원리는 단순하면서 창의적입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화장실에서 나온 물과 욕실과 주방에서 나온 물이 분리되어 여과지를 향해 내려갑니다. 첫 번째 여과지로 흘러간 물은 불순물질이 가라앉으면서 물과 고형물질로 분리됩니다. 이렇게 분리된 물은 정원에 있는 여과지로 흘러가는데 이 여과지에는 거름망 역할을 하는 자갈과 모래가 층층이 쌓여있습니다. 그 위에는 갈대와 대나무, 그리고 붓꽃이 심어져 있습니다. 이 식물들은 뿌리가 길어서 물속에 있는 미세한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좋은 박테리아가 살 수 있는 숙주가 됩니다.
각 여과지는 자연스럽게 다음 여과지로 연결되며 일종의 폭포를 형성합니다. 그 덕분에 물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산소를 머금고 또한 햇빛의 자외선은 남아있는 유해한 박테리아를 제거해줍니다. 이 자체정화시스템은 설치비용이 그다지 많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규모 업소나 가정에서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죠. 게다가 유지하기 간편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카스바의 정원에는 식물 다양성이 빠르게 뿌리를 내렸습니다.
이것은 아틀라스 카스바를 넘어 지역 전체에 지속가능한 발전의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9년에 이곳은 모로코 최초의 영성농업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이곳의 조경은 이 지역에서 잘 자라는 다양한 식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협동조합에서 나온 사람들이 아르간 나무 열매를 줍습니다. 열매를 짜서 오르간 오일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거나 호텔에서 직접 판매합니다. 판매수익은 협동조합과 호텔이 나눠가집니다.
“저희는 직접 재배한 15가지 허브로 손님들에게 허브차를 제공하고 있어요. 카스바에서는 절대 화학약품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요. 이곳에서 나는 건 전부 유기농이죠. 가끔 병충해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저희는 언제나 적절한 대안을 찾아내요. 운좋게도 저희에게는 국내 최고 영농기관인 하산 2세 영농원이 있습니다. 그들은 이런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이고 저희가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나 기꺼이 달려와주죠. 그들에게 있어 카스바는 천혜의 실험실인 셈입니다.”
하산과 엘렌느는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직원들에게 천연위생용품을 만드는 방법을 숙지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무공해 세제만 이용해 청소를 하게 했죠. 그것뿐만 아니라 호텔을 시작하면서 제일 처음 맞닥뜨린 문제가 쓰레기 문제였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로 만들면 되지만 판지, 플라스틱, 빈병은 골칫거리였고 분리수거 같은 간단한 작업도 처음부터 새로 가르쳐야 했습니다. 게다가 이런 시골에는 변변한 쓰레기 처리시설 같은 것도 없습니다. 그때 티에르 카후작이 해결책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티에르의 트럭은 정기적으로 호텔을 찾아와 폐품을 수거해갑니다. 수거한 폐품은 티에르의 공장으로 옮겨져 폐품을 이용해 생활용품을 만듭니다.
“재활용은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큰 이익이 됩니다. 폐품은 원자재로서 충분히 상품가치가 있죠. 새로운 상품으로 변신해 사람들의 구매욕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텔에서는 엄청난 양의 생수병이 버려지죠. 저희는 그 병을 가공해 빗자루와 빗자루 손잡이를 만드는 섬유를 생산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빗자루를 호텔에서 다시 사갈 수도 있죠. 저희가 일주일에 수거하는 생수병은 약 백만 개 정도 됩니다. 그 생수병을 잘게 부숴 건조하면 바로 상품화할 수 있는 30톤 가량의 원자재가 만들어지죠.” 티에르의 목표는 체계화된 분리수거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입니다. 그와 하산 부부는 이 일에 마을사람들을 동참시키고 있죠. 그들은 함께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인 쓰레기 처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역민들에게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베르베르 마을 근처에 분리수거소도 만들었죠. 이곳 사람들은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어요. 그래서 동기를 부여해야 했죠. 그건 바로 폐품을 사은품으로 교환해 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는 공이나 연필, 공책 같은 것을 주고 주부들한테는 주방용품을 드리죠. 마을 단위로 분리수거를 시도하는 건 북아프리카를 통틀어 저희가 처음입니다.”
지역주민들은 환경문제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환경을 배려하는 생활습관을 길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옛날에는 쓰레기를 그냥 버렸지만 지금은 분리수거를 꼭 해요. 쓰레기를 치우죠. 집집마다 쓰레기를 모아서 분리수거를 합니다. 옛날처럼 쓰레기를 그냥 내다버리는 일은 없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죠. 왜 분리수거를 해야하는지 그 필요성을 점점 깨달아가고 있죠. 일주일도 안 돼 마을 미관이 달라졌어요. 사람들이 마을 주변에 있던 쓰레기를 전부 주워서 분리수거소에 갖다 주었거든요.”
하산과 엘렌느는 호텔에서 정기적으로 녹색교실을 열어 지역아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호텔에 있는 정원과 식물정화장치, 전통공예 등을 체험하며 지속가능한 발전과 전통기술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습니다.
“카스바는 작은 실험실이에요. 고맙게도 많은 사람들이 저희가 하는 일을 지지해주고 있죠. 저희는 그 보담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알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2009년에 문을 연 아틀라스 카스바는 지속가능한 관광으로 많은 영예를 얻었습니다. 최근에는 지역활성화에 가장 기여한 호텔로 꼽히기도 했죠. 모로코 왕실과 아가디르 시에서도 그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틀라스 카스바가 사회, 경제, 환경 분야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 덕분에 모로코에서는 보다 환경을 존중하는 새로운 관광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건강한 집 세계의 에코하우스(“Atlas Kasbah”. Écho-logis)
atlaskasbah.c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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