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낡은 것을 파괴하기보다는 새롭게 되살리는 것, 이것은 전 세계의 수많은 도시가 안고 있는 과제입니다. 화려한 날들은 가고 낙후된 지역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심찬 복구사업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되찾고 친환경 건축의 모범사례로 자리잡은 곳이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를 구성하는 20개의 행정구 중 하나인 19구에 위치한 파졸 시장(La Halle Pajol)은 프랑스 국영철도의 화물역을 친환경적으로 개조한 곳입니다. 이곳은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지만 지금은 모범적인 재건축의 사례로 떠오르며 라샤펠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낡은 건물을 새롭게 개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이 경우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았죠. 저희는 정말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했어요. 이 프로젝트는 친환경 건축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요.” - 라파엘르 로르 페로댕(Raphaelle-Laure Perraudin)


하지만 어떻게 낡고 허물어진 창고를 친환경 건축물로 만들 수 있을까요? 어떻게 1926년에 만들어진 역 공장을 현대적으로 개조하고 낙후된 지역을 새로운 번화가로 떠오르게 할 수 있을까요? 바로 이것이 친환경 건축으로 유명한 주르다(Jourda) 건축소가 이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었습니다.



“이곳은 그야말로 유령 건물이었어요. 허물어지기 일보 직전에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도 없고 어디에 등록되어 있지도 않았죠. 유일하게 흥미로운 부분은 엄청난 규모였어요. 그래서 문득 이곳을 시장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잡다한 건 다 제거하고 20세기 초 양식의 금속골조를 부각시킨 다음 그 밑에 완전히 독립적인 건물을 집어넣으면 재밌을 것 같았죠. 골조를 새로운 건물의 우산 내지 파라솔 같은 용도로 사용하는 거예요. 이 프로젝트에는 애초부터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됐어요. 그래서 10년, 20년, 100년 후까지 신경을 써야했죠. 앞으로 50년 후에 헌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지어도 아무 문제가 없도록 말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골조를 해체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해야 했죠.” - 라파엘르 로르 페로댕


개조된 건물 안에는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한쪽에는 유스호스텔과 상점, 그리고 도서관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9000㎡ 면적의 공원이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서고 이 일대가 신흥지역으로 떠오르면서 지역주민들은 막대한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저는 30년 넘게 살면서 이 동네가 끊임없이 변해가는 걸 지켜봤어요. 한때는 아주 망한 줄 알았죠.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가게 같은 것도 몇 개 없었어요. 게다가 칙칙한 벽이 거리를 둘러싸고 있었죠. 다행히 지금은 벽도 사라지고 새로운 가게들도 생겨났어요. 물론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가게들은 아니지만요. 무엇보다도 분위기가 너무 좋아졌어요. 길도 탁 트이고 오가는 사람들도 많아졌고요. 새 생명을 얻은 셈이죠. 계속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에디트 콜라비자는 이브 로베르 유스호스텔(Youth Hostel Yves Robert)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4400㎡에 달하는 이 호스텔은 건물의 80%를 차지하며 4층에 걸쳐 100가 넘는 객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총 수용가능 인원은 330명이죠. 친환경 건물의 심장부에 위치해있는 이 호스텔은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며 교육적인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곳에 묵는 사람들에게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성을 가르쳐주고 있어요.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방법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거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죠. 저희 호스텔의 수도, 샤워기,변기에는 유량제한기가 설치되어 있어요. 그래서 씻으면서 물을 낭비하거나 수도꼭지를 그냥 틀어놓고 나올 일이 없죠. 관광객들은 여행지에 오면 물을 펑펑 쓰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설계 단계에서부터 물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도입한 거죠.”


이 호스텔은 200㎡가 넘는 태양전지판으로 거의 100%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 있습니다. 이 건물에는 난방비를 절감하기 위해 단열효과가 높은 47센티미터 두께의 벽과 삼중창이 시공되어 있을 뿐 아니라 또한 실내공기를 정화하고 데워주는 이중환기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건물은 건축과정에서부터 최대한 환경을 배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건축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에너지 선순환을 의도했고 건축자재 역시 주로 천연소재나 인증된 경로를 통해 조달한 친환경 제품만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건물 도처에 사용된 나무도 한몫했습니다.



“건물 외장재로 나무를 사용했는데 나무의 역할은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단순히 겉에 나무판을 댄 게 아니라 외벽 자체가 나무로 되어 있죠. 또한 모든 수직구조물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요. 건물 안에 들어가면 큰 나무 기둥과 나무로 된 벽을 보실 수 있어요. 나무가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고 있는데 이건 상당히 의미있는 기술혁신이죠. 보통은 시멘트가 나무를 지지하는데 나무가 시멘트를 지지하고 있으니까요. 저희는 나무라는 소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 라파엘르 로르 페로댕


파졸 시장은 소비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태양열 발전기 외에도 별도의 지하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기계실에는 이중환기장치에 필요한 배기관이 140미터에 걸쳐 뻗어있습니다. 파졸 시장은 그외에도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지하 열교환기의 공기 흡입구는 겨울이면 바깥에 있는 차가운 공기를 빨아들여 지하 2미터에 매설되어 있는 배기관을 통해 순환시키는데 지하는 지상보다 온도가 높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공기가 따뜻해집니다. 그런 다음 따뜻해진 공기를 이중환기장치를 이용해 각 객실과 다른 공간으로 보냅니다. 반대로 여름에는 지하 온도가 지상보다 낮아 열 교환기를 통해 실내 공기를 시원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온수를 생산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크게 절약할 수 있는 기발한 시스템도 있습니다. 손님이 많아서 물을 데우는 데 에너지가 많이 필요합니다. 욕실 주방은 물론 식당에서도 온수를 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건축가들이 방법을 궁리해서 물을 데우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먼저 태양열로 욕실에 공급할 물을 미리 데웁니다. 그리고 물의 열량을 회복할 수 있는 설비가 바로 파워파이프라는 장치입니다. 샤워를 하면 뜨거운 물이 하수구로 내려가고 그 물이 이 파이프를 통해 순환하면서 열량을 회복하고 화장실 용수나 보일러 용수로 재사용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에너지는 태양전지판이 설치된 지붕에서 생산됩니다. 3500㎡의 태양전지판으로 덮여있는 이 지붕은 프랑스에서 가장 큰 도시형 태양발전기 중 하나입니다. 남향이기 때문에 1년 내내 햇빛을 고르게 흡수해 호스텔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합니다. 이 지붕은 1년에 약 41만 킬로와트시의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파졸 시장은 이런 노력 덕분에 도시건물로서는 드물게 에너지 흑자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태양 에너지 생산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게 만들었어요. 또 나무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탄소배출 면에서도 적자라고 할 수 있어요. 나무가 저장한 이산화탄소를 반영구적으로 저장하고 있으니까요. 다라서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현재진행형으로 이익을 얻고 있죠.” - 라파엘르 로르 페로댕



파졸 시장은 주목할 만한 친환경적인 성과와 더불어 새로운 지역명소로서 주변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상점들도 빛을 보고 있습니다.


“파졸 시장은 엄청나게 공을 들인 초대형 프로젝트예요. 그래서 이 건물이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게 자랑스러워요. 이곳이 사람들로 북적이면서 주변 지역까지 되살아나고 있죠. 그런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솔직히 기술적인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해결 방법을 찾아내느라 머리가 빠지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힘들게 고생한 만큼 더 보람차고 뿌듯해요. 물론 결점도 있고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죽어가는 건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죠.” - 라파엘르 로르 페로댕


파졸 시장처럼 미래의 친환경 건축물은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기후협약국인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녹색도시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까지 줄이는 것이죠. 파리는 지속가능한 건축이 재개발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참고자료

건강한 집 세계의 에코하우스(“La Halle Pajol”. Écho-logis)

www.halle-pajol.fr

http://www.jourda-architectes.com/projet.php?code=pajol

https://www.lafent.com/inews/news_view_print.html?news_id=117836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