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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서부 샤랑트 마리탱(Charente-Maritime) 주의 베르네생마르탱(Bernay-Saint-Martin)은 쾌적한 생활환경 속에서 약 800명이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이 차분한 모습 뒤로 이 마을은 프랑스에서 가장 특이한 친환경 주거지 건설 계획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엔 지하주택이나 최첨단 친환경주택은 없습니다. 다만 집주인들이 손수 지은 목조주택들만 있을 뿐입니다. 집을 지어보고 싶어서, 나무가 좋아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집을 갖고 싶어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는 다양하지만 모두 같은 이상을 가지고 모였습니다. 자연을 존중하고 일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사실 우린 개인적인 이유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각자 살기 편한 집을 갖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세상의 변화에 동참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몇 해 전 각자의 바람에 맞춘 친환경 주택을 직접 짓는 이 원대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핵심은 각자가 자기 땅의 주인이 되어 본인이 원하고 자신에게 맞는 집을 직접 짓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집을 지음으로써 건축비를 20~30%를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투자와 해석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각자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집을 지었습니다.



터는 이미 정해져 있고 권장되는 집의 크기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원하는 집의 크기를 선택한 후 부지의 면적을 측정합니다. 아치 뼈대를 더 넣거나 덜 넣는 것에 따라 세로 길이는 달라질 수 있지만 지름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친환경적이고 협동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여럿이 하면 느릴지도 모르지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습니다. 각자의 능력이 다르기에 다른 사람이 가진 능력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이 친환경 주택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서로 줄 수 있는 것을 끊임없이 교환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나무로 집을 짓는 것은 예전 방식입니다. 옛날 집은 모두 나무였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내구성이 좋은 자재로 변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마을에서는 목재를 사용해 각자 원하는 형태로 집을 짓습니다. 기본 골조는 목재지만 건축 방식에 따라 구조는 다양합니다. 건축이 용이해서 집이 낡아가고 변화해감에 따라 내부구조를 재배치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점에서 매우 적절한 건축 형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대 건축에서 목재는 미적이며 현대적이고 건물의 온기를 더해주기에 인기가 높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친환경적 면에서도 많은 장점을 가진 자재입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또한 천연 단열재로 콘크리트보다 7배나 효과가 뛰어납니다. 그야말로 매력적인 건축자재가 아닐 수 없죠.


이곳에서 친환경 주택을 짓고 꿈에 그리던 집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프랑수아 데종부르(François Desombre) 덕분이기도 합니다. 환경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관심이 많은 데종부르는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조립식 목조주택 에코키유(Écoquille)를 구상하고 설계도를 무료로 인터넷에 배포했습니다.


“15년 전부터 변화가 시작됐고 친환경 주택은 점점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죠. 저는 가능한 한 단순한 주택을 지향합니다. 할아버지들이 살던 전통적인 주택처럼 말이죠. 하지만 현대 기술의 도움을 배제하지는 않아요. 쉬운 해결책을 찾고자 합니다. 제게 친환경 주택이란 건축이나 유지 면에 있어서도 당연히 경제적인 주택이어야 하니까요.”



이 친환경 주택은 아주 독창적이지만 형태 면에서는 전통지식을 계승한 면도 있습니다. 프랑수아 데종부르는 수백 년 전부터 존재했던 건축방식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아치를 이용해 둥글게 집을 짓는 방식은 16세기 프랑스 건축가 필리베르 드 로르메(Philibert de l'Orme)의 골조입니다. 물론 현대적인 자재를 사용해 이 방식을 재해석했고 조금씩 독창적인 주택이 되도록 조정했습니다.


“이 둥근 형태는 자연에서 따왔어요. 달팽이 껍질, 거북이 등, 아르마딜로에서 영감을 얻었죠. 자연에는 이런 둥근 형태가 많습니다. 여러 장점이 있으니까요. 우선 튼튼합니다. 예컨대 달걀 껍데기는 그 두께를 생각해본다면 상당히 단단한 편이죠. 또 각도가 예리하면 둥근 형태보다 열 손실량이 더 많습니다. 둥근 형태의 항공역학적 면은 주택과 딱히 관련이 없지만 자동차 등에서는 고려되는 사항입니다. 어쨌든 열역학적으로 장점이 많습니다.”


아치형은 무엇보다 튼튼합니다. 로마시대에 건설된 수도교를 생각해보세요. 진입로나 난간 등은 사라졌어도 아치는 수많은 세월과 지진을 견뎌냈습니다. 또 자재의 수를 줄이면서 운송량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단열성이 좋아 복잡한 난방 설비도 필요 없습니다. 난방 설비보다는 단열 설비를 하는 선택을 하면 건축비나 유지비 면에서 더 경제적인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기존 주택보다 나은 장점입니다.


개인이 직접 지을 수 있게 잘 설계된 것도 장점 중 하나입니다. 크거나 무거운 자재는 전혀 없어요. 아치도 레고형처럼 조립할 수 있죠. 한 조각이 몇 킬로그램밖에 안 되고 쉽게 다룰 수 있죠. 몸이 유연하면 더 쉽게 만들 수 있어요. 저 같은 사람은 아주 즐거웠죠. 제 생각에 이 친환경 주택의 또 좋은 점은 기본 골조를 만들고 나면 폭과 길이 집의 정면 모양에 맞춰 내부구조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 온실처럼 구조를 만들었어요. 온실 유리와 실내 사이에 단열을 위해 장작을 쌓은 벽을 만들고 두 짝으로 된 창문 겸 문을 설치했습니다. 겨울에는 온기가 들어오게 이 문을 열고 여름에는 거꾸로 닫아두죠. 또한 여름에 온실이 너무 더워지면 열기를 빼내기 위해서 양쪽에 작은 날개 같은 덧창을 달았습니다. 통풍이 좋아지고 열기가 더 쉽게 빠져나가죠. 어차피 햇빛은 비치는 거니 저는 태양을 겨울철 난방에 이용해 집의 유지비를 더 낮출 수가 있었죠. 이 태양열 집적기 안에는 150리터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원형물통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물을 사용하는 집과 최대한 가까이에 설치했죠. 그리고 벽장 안에는 50리터 들이 원형 전기 물통들이 있는데 태양열이 부족한 겨울에 도움이 됩니다. 저게 저희 집의 빗물 저장통 덮개예요. 홈통을 따라 빗물이 차죠. 집 양쪽에 홈통이 있어요. 지붕에 떨어진 빗물이 두 개의 홈통을 따라 흘러 땅에 묻어놓은 물통을 채웁니다. 그리고 수도꼭지를 틀 때마다 펌프가 작동하죠. 여기는 주방이고 바로 옆에 욕실이 있어요. 즉 물을 쓰는 곳도 경제적으로 배치했어요. 물이 주방으로 들어와 욕실로 연결되고 땅으로 사라지거나 하수관으로 갑니다. 거리를 줄여 비용도 줄였죠.”


“제 생각에 세상에 무언가를 움직이게 하기 위한 가능성을 만들어내려면 잘 작동한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어요. 말만 하는 건 도움이 거의 안 됩니다. 실천을 시작하고 직접 보여줘야 해요. 친환경 주택에서 산다고 중세 시대에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행복하게 잘 사는 걸 보여주면 우리를 따라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죠.”


본보기가 된다는 점이 이 프로젝트의 장점입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고 여기에 동조할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입니다. 이 주택이 꼭 정답은 아니지만 건축자재와 인간의 행태에 친환경성을 아우르는 하나의 답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건강한 집 세계의 에코하우스(“Ecoquille”. Écho-logis. Prod. Frédéric Planchenault. TV5MONDE, France. 2013)

www.ecoquille.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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