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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파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습니다. 사체죠. 사체엔 먹이가 풍부해 암수를 가리지 않고 파리가 모입니다. 파리는 이곳에서 밥도 먹고 짝짓기도 하며 알도 낳습니다. 파리가 바라는 모든 것이 사체에 있습니다. 그래서 파리를 탐내는 식물은 사체를 모방합니다. 



덩굴식물에 기생하는 라플레시아(Rafflesia arnoldii), 입도 줄기도 없는 이 식물도 번식을 위해 꽃을 만듭니다. 크기가 1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꽃은 파리를 유혹하기 위해 사체의 썩은 속살을 흉내냅니다.


사체를 모방한 꽃은 여러 지역에 있습니다.



스타펠리아(Stapelia ledini, 스타펠리아 그랜디플로라)가 사는 건조한 지역에는 벌이 드뭅니다. 그래서 파리를 부르기 위해 검붉은 꽃을 피웁니다. 스타펠리아는 디테일까지 신경썼습니다. 꽃속엔 동물 사체를 따라한 털까지 나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 꽃에는 인상을 찌푸릴 정도의 썩은 냄새가 납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악취일 뿐 파리에겐 향기가 되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입니다. 여기 높이 3미터의 꽃대가 있습니다. 바로 시체꽃이죠. 7년 전 이 꽃대는 평범했습니다. 5장의 잎을 가진 높이 30센티미터 정도의 묘목이었지만 해가 갈수록 잎의 개수는 늘어가고 나무는 5미터까지 자랐습니다.



그렇게 커가면서 모은 양분을 모두 알뿌리에 저장합니다. 알뿌리가 성장한 뒤 나무부분은 쓰러졌고 쓰러진 자리엔 알뿌리만 남았죠. 7년 동안 모은 양분이 이 알뿌리 속에 있습니다. 알뿌리의 직경은 1미터 정도 무게는 무려 100킬로그램에 달하죠. 왜 이 식물은 7년 동안 영양분을 축적했을까요? 약 4달의 휴면기 뒤에 그 이유가 드러납니다.



타이탄아룸(Amorphophallus gigas, 아모르포팔루스 티타눔). 높이 3미터, 폭 1.5미터. 지구상에서 가장 큰 꽃, 7년 동안 영양분을 모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꽃이 유혹하는 것도 작은 파리입니다. 이 수술대로 파리를 불러모으기 위해 이름 그대로 시체 냄새를 풍기죠. 악취의 강도는 꽃의 크기에 비례합니다. 숨이 멎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때 꽃은 36도 정도의 열을 발산합니다.



열은 상승기류를 만듭니다. 악취는 3미터의 기둥을 발판 삼아 치솟게 되고, 열과 꽃의 크기 덕분에 냄새는 반경 1킬로미터 밖까지 퍼집니다. 주변의 모든 파리를 부를 수 있죠. 파리들이 몰릴 것을 대비해 꽃은 많은 수술과 암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쪽이 암술이고 아래쪽이 수술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열대에서 시체꽃이 세운 전략, 그것은 대량살포입니다. 거대한 기둥과 나팔 형태의 꽃은 악취를 한번에 많이 뿌리기 위한 확성기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 한 번을 위해 7년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곧 꽃은 시듭니다. 7년의 기다림은 단 이틀만에 끝이 납니다. 거대한 꽃을 오래 유지시킬 순 없죠. 



수정이 되면 동백나무(Camellia japonica)의 꽃, 동백꽃은 통째로 떨어집니다.



짝짓기에 성공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은 식물. 짝짓기에 성공했다면 꽃의 죽음은 오히려 축복입니다. 꽃이 죽어야 비로소 열매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참고자료:

EBS 다큐 오늘: 7년의 기다림, 시체꽃 스타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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