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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과테말라입니다. 수도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과테말라 남서부 아티틀란 호숫가의 작은 마을이죠. 고요한 호수를 내려다보는 울창한 숲 한가운데 라구나 로지 호텔(Laguna Lodge Eco-Resort & Nature Reserve)이 있습니다. 세계적 관광지인 이 지역 최초의 친환경 호텔로 자연에 대한 철학과 친환경적 컨셉이 특징입니다.


이곳에 오는 순간 관광객은 세상과 단절됩니다. 마치 낙원을 향한 창문 같습니다.



라구나 로지 호텔은 광전지 집열판을 활용해 태양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설치되어 있는 100개의 집열판이 건물 전체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죠. 낮 동안 배터리가 충전되고 이 충전된 전기를 사용합니다. 만약 이 전기가 떨어지면 일반 공공 전기를 이용하는데 이 공공전기 역시 청정 에너지입니다. 과테말라 전력의 2/3는 수력발전으로 공급되니까요. 호텔은 낮 동안 일조량이 풍부한 건기에는 전력을 완전히 자급자족 할 수 있는 반면 일조량이 많지 않은 우기에는 공공전기에 계속 의존해야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5년 안에 전기를 완벽하게 자급자족할 계획입니다. 물론 태양열을 이용해서요.


호수를 다니는 이동수단은 크고 작은 배들밖에 없습니다. 필요한 모든 물자를 오로지 배로만 운반했습니다. 특히 건설 자재를 운반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목재는 수도 인근에 있는 한 마을에서, 석재는 세로라는 곳에서, 진흙은 농장주들의 집 근처에서 모아왔습니다. 여기는 도로가 없어 배로 옮길 수밖에 없습니다. 큰 배들은 연료를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큰 배를 쓰지 않고 작은 배에 가득 실어서 건설 자재를 운반했습니다.


라구나 로지 호텔은 2가지 방법으로 물을 공급합니다. 첫번째 방법은 빗물을 모으는 것입니다. 5월에서 10월 말까지 반년 동안 빗물을 모아서 사용합니다. 호텔 옥상이 천연 집수장으로 옥상의 테라스들을 이용해서 물탱크에 물을 채웁니다. 이 역시 중력을 이용해 물탱크를 최대한 높은 곳에 설치해서 자연스럽게 호텔로 물이 내려오도록 만들었습니다. 또 호텔 건물만이 아니라 정원에서도 빗물을 모아 그 물로 작물을 키웁니다.


두번째로 건기가 되면 비가 오지 않으니 호수의 물을 사용하기 위해 펌프로 물을 길어와서 사용합니다. 이 펌프 역시 태양열로 작동합니다. 모래나 침전물을 걸러내기 위해 자외선 필터를 사용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다시 여과를 해서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식수로 만듭니다.



이 호텔의 친환경적 장치는 기반 설계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객실이든 식당이든 호텔의 실내 역시 에너지를 최대한 적게 소비하게 설계되었으며 자재 역시 재생성이나 내구성을 고려해 엄선했습니다. 또한 내부 장식들은 호수 부근의 한 마을에서 제작한 것입니다. 벽난로는 호텔 뒤 강에서 가져온 돌을 쌓아서 만들었습니다. 밤에는 벽난로를 켜고 촛불을 밝혀 조명으로 씁니다. 그러면 친환경적이면서 로맨틱하기도 하죠.


또한 바람이 잘 통하도록 호수의 공기가 들어오는 창문과 큰 유리창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이 창문들이 실내채광과 환기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실내는 시원합니다. 자연 덕분에 에어컨도 필요없습니다. 한편 다리로 나가면 더위도 즐길 수 있도록 일광욕을 할 수 있는 긴 의자도 갖다 놓았습니다. 손님들이 더위와 시원함을 모두 즐길 수 있기를 바란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자연의 혜택이 이 건물의 컨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붕에 사용된 재료는 남부 해안에서 가져온 야자나무 잎입니다. 야자나뭇잎은 아주 효과적인 단열재로 실내의 시원함이 유지되게 해주고 아주 튼튼해서 열기와 비로부터 건물을 보호해줍니다. 야자나뭇잎을 따서 포개는데 그러면 그 무엇도 통과할 수가 없습니다. 내구성이 좋아서 20년 동안 사용하고 교체하면 됩니다.


또한 이 호텔을 지으면서 역시 이 지역 재료이자 친환경적 재료인 흙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면서도 선조들의 지식도 계승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흙을 캐내서 오랜 시간을 들여서 곱게 빻습니다. 그리고 뾰족한 소나뭇잎은 제거하고 진흙을 틀에 놓고 잘 섞습니다. 그리고 마를 때까지 놓아두었다가 말라서 진흙 벽돌이 되면 호텔로 운반합니다. 흙으로 만들어진 벽은 실내온도를 잘 유지해 줍니다. 밤에 온도가 쉽게 내려가지 않고 또 낮에는 너무 덥지 않게 항상 쾌적한 온도를 유지합니다.



이 호텔의 6개의 객실은 무척 안락하며 호수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금박 장식이나 평면TV는 없지만 직물과 마야 족의 대표적 용품들로 장식되어 있어서 현지문화에 흠뻑 빠질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천연 자재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높은 천장은 실내를 시원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줍니다. 사실 이렇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환경을 보존하며 고급 객실을 완성했습니다. 고급 장식품과 중고 가구를 재활용해서 적절하게 결합했습니다.


라구나 로지를 운영하는 후안 마누엘(Juan-Manuel Xingo Barreno)은 이 호수가 고향입니다. 오래전부터 후안은 관광을 고향의 중요한 생계원으로 생각해왔습니다. 환경과 지역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후안은 카치켈(Kaqchikel) 마을의 원주민만 고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이 호텔은 환경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모범 호텔로 꼽힙니다.


“호텔을 짓기 전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돌멩이와 호수로 오는 길, 풀과 나무만 있었죠. 이 호텔을 짓기 전에는 그냥 벌판이었습니다. 예전 이곳의 주요한 경제활동은 농업이었습니다. 옥수수와 콩을 키웠죠. 하지만 이곳이 발전하면서 관광객이 많아졌습니다. 관광은 호수 주변의 주요한 수입원이 되었죠.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 덕분에 농업과 건설이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계획을 구상하며 염두에 둔 생각이 있습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각자 성숙할 수 있는 여지를 원주민들에게 주자. 우선 직업훈련을 받고 일자리를 얻은 다음 마지막으로 진학을 하는 겁니다.”


이 호텔의 건설이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라구나 호텔은 환경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이 환경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그것을 지역 주민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친환경적인 건물을 짓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주변 환경을 보존하면서 관광이라는 새로운 수입원을 불러왔고 호텔에 원주민을 고용하며 필요한 것들은 주변 지역에서 구입하고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지역과 함께 해나가는 것, 그것이 라구나 호텔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참고자료

건강한 집 세계의 에코하우스(“Laguna Lodge”. Écho-logis. Prod. Frédéric Planchenault. TV5MONDE, France. 2013)

thelagunalod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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