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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숲과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길게 뻗은 도로, 1㎢당 20명 이하의 주민이 사는 핀란드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런 이곳에 자연과 넓은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극권에서 60㎞ 떨어진 숲 속 한가운데, 로바니에미 마을과 가까운 라포니(Laponie)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을 발견한 게 대략 7년 전입니다. 둘러보러 왔다가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바로 마음을 정해버렸어요. 이런 곳에서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울창한 숲에 전망이 좋고 주변 경관도 무척 아름다웠거든요. 하지만 집을 지을 만한 장소라는 확신은 없었습니다. 그냥 경치가 마음에 들었죠. 거기다 돌도 많았고요. 처음부터 여기에 집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닙니다. 그러다 건축가 로리 루에카리(Lauri Louekari)를 만나서 이 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죠. 사실 이곳에다 집을 짓겟다고 한 사람은 바로 로리예요. 그만큼 경치가 빼어났으니까요.”


카리는 이곳에 핀란드의 가장 전통적인 나무집인 록하우스(Log House)를 지었습니다. 전형적인 소형 주택이라 면적이 40㎥를 넘지 않고 100,000㎡ 근방에는 자연 외엔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덕분에 카리는 번잡한 도시를 떠나올 수 있었습니다. 장점은 또 있습니다. 나무와 같은 천연 건축자재를 사용함으로써 말 그대로 건축이 주변 자연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도시 생활과는 정반대 생활을 할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는 카리의 바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것은 핀란드인의 전통적인 생각을 재해석한 것인데 인간은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일상의 근심을 떨쳐버린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에서 출발해 거실과 사우나, 수납공간만 있는 집을 구상하였습니다.


대지가 약 100,000㎡ 정도로 전통적으로 핀란드에 여름 별장을 지을 만한 대지와는 달리 어마어마하게 넓었습니다. 그 덕분에 이 넓은 곳에 집을 어디에 지을지 선택할 수 있었고 완전히 자연 속에 있기 위한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햇빛을 듬뿍 받을 수 있도록 가장 높은 곳에 건물 두 채를 짓기로 했고 주위 환경을 충분히 고려한 후에 집 형태를 결정했습니다.



“핀란드에는 나무로 지은 집이 꽤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통나무를 사용하여 집을 지을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박하면서도 오랫동안 사용해온 전통재료니까요. 게다가 모기를 막아줄 만한 외부공간도 필요했고요. 이 일대가 상당히 습해서 모기가 무척 많거든요. 그래서 유리벽을 세우거나 모기장을 설치하면 좋겠다 싶었죠. 그러다가 이 집을 생각해낸 거죠. 건축가인 로리를 만나서 이 아이디어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습니다.”


전통적인 건축방식을 재해석해서 지은 통나무집은 핀란드의 혹독한 기후를 견뎌낼 이상적인 선택입니다. 나무는 콘크리트와 달리 숨을 쉬고 살아있습니다. 단열효과도 뛰어나서 변화무쌍한 기후조건에 잘 맞았고 무척 두껍고 튼튼한 나무를 사용했습니다. 전통적인 건축기법을 사용하기로 하고 아주 오래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집을 지었는데 오늘날 건축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방식이었습니다.


전통적인 건축방식을 현대적으로 풀어내고자 새로운 형태의 통나무를 사용하는 등 건축방식은 전통적이지만 형태는 무척 현대적입니다. 전통과 현대성을 접목시킨 이번 프로젝트는 핀란드의 전통을 재해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발타넨 빌라는 과거와 현대의 만남에 아주 훌륭한 예입니다. 고대 목재 건축과 현대 건축을 결합한 발타넨 빌라는 2012년 겨울 Puuwoodholzbois의 〈올해의 통나무집〉 상을 수상했습니다.



주택이 핀란드의 환경과 어우러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결국 검은색을 사용하면 건축물과 숲이 잘 어우러진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렇게 해서 집은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습니다.


인간이 소비하는 전체 에너지의 약 40%가 건물에서 소비됩니다. 가정에서 생활하는 방식이 에너지 소비에 상당한 영향을 주지만 주택의 건축방식 또한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이런 환경친화적인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열망은 건축학적인 방법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입니다.


환경친화적인 주택이라고 하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내적인 에너지 효율성과 외적인 표현이 그것입니다. 에너지 효율성은 높은데 외관상 지극히 평범해서 그 특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건축은 표현방식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환경친화적인 건물은 소유주와 건축가의 의도를 건물 외부에서부터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외딴 곳에 있지만 첨단기술로 중무장한 건물 못지않게 아주 편안하고 디자인도 훌륭합니다. 그 대신 모든 것이 느립니다. 요리할 때 전자렌지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로 난방을 하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인터넷도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일상생활을 변화시키는 생활방식입니다.


“여기 올 때는 저희만의 시간을 즐기죠. 그 시간을 온전히 보내고 아주 단순한 작업을 합니다. 불을 피우고 물을 길어나르죠. 반면에 요리하기는 쉽지 않아요. 참을성과 용기가 필요해요. 결국에는 시간이 엄청나게 걸려서 하루가 다 지나가죠. 겨울에는 눈 때문에 도로가 사라지는데 스키나 눈 신발을 신고 옵니다. 한겨울이 되면 엄청나게 어두워져요. 네 시만 돼도 해가 저물죠. 그래서 삶이 아주 단순해집니다. 모든 일을 온전히 느끼면서 먹는 것도 그렇고요, 잠도 오래 자는 편입니다. 


한편으로는 물을 길어오거나 불을 지피는 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평범한 일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휴식을 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여긴 조용해서 좋아요. 집에서 자연도 아주 가까이 있고요. 나머지는 다 잊게 돼요. 일상생활은 모두 저 뒷편에 남겨두고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게 되죠. 


여기서는 책을 읽는 것도 훨씬 쉽습니다.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죠. 어떤 책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여기가 훨씬 더 편합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면 되죠. 방해받거나 주의가 산만해질 일은 없으니까요.”


1년이든 몇 주든 외딴 곳에서 살아보는 것은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대사회의 흐름에 반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외딴 곳에서 살아가려면 현대사회의 편리함을 조금만 포기하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에코하우스, 발타넨 빌라였습니다.


참고자료

건강한 집 세계의 에코하우스(“Villa Valtanen”. Écho-logis. Prod. Frédéric Planchenault. TV5MONDE, France. 2013)

https://www.homedsgn.com/2013/03/09/villa-valtanen-by-arkkitehtitoimisto-louek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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