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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로렌주 메스 시에서 동남쪽으로 90킬로미터를 가면 숲속 한복판에 현대미술과 숲길들이 공존하는 특별한 시골마을이 숨어있습니다.


이 문화적 공간을 창조한 〈숲의 바람〉이라는 단체는 17년 전부터 과감한 풍경을 연출하며 농촌의 규칙들을 깨왔습니다. 해마다 예술가들을 초청해 숲과 마을에 작품을 만들고 겨울 사냥도 하고 또 숲을 탐사하기도 합니다. 예술가들은 주로 7월에 찾아와 주민들의 집에 머물며 주민들과 함께 숲에 설치할 작품을 구상합니다.


인간적 관계와 예술적 야심이 결합된 〈숲의 바람〉 프로젝트는 약 20년 동안 5000헥타르의 숲과 45킬로미터의 숲길에 각국에서 온 예술가들이 구상한 예술작품 90여 점을 설치했습니다. 모양이 좀 뜻밖일 때도 있지만 모두 주변 자연과 완벽히 조화를 이루도록 구상되었습니다.


One of those who were too long in the woods, Stefan Rinck, 2010


Globe, Maarten Vanden Eynde, 2013


큰 공 모양의 작품은 협회의 역사를 말해줍니다. 이 작품은 인근 주민들이 쓰레기를 직접 거는 형식으로 참여했습니다. 처음에는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곧 좋아하게 됐습니다. 끝내 싫어하는 사람도 작품은 보러 옵니다.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묻곤 합니다. 결국 이런 것이 가장 큰 이득입니다. 이런 창작활동에 지역이 깊이 연관되는 것 그 자체 말입니다.


이 예술 프로젝트의 중심에 ‘메종 실베스테르(Maisons Sylvestres)’ 즉 ‘숲 속의 집’이라는 산장들이 있습니다. 잘 보존된 수목들 사이에 등장하기 시작한 산장들 역시 친환경적이면서도 명상하기 좋은 목재로 만들어진 예술작품으로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이 산장에는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색다른 체험이 문득 하고 싶어진 도시인들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현지 주민들이 묻기도 합니다. 이들도 조금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으니까요. 이렇게 이 산장은 숲에서 생소한 체험을 하거나 자연을 되찾고 싶어하는 가족, 모험가, 혹은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되었고 매년 〈숲의 바람〉에서는 도시의 번잡함에서 동떨어진 녹색에 매료된 방문객 25000명을 맞이합니다.


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정해진 숲길을 벗어나 모험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숲 속의 집들은 소비를 안 해도 될 수 있게 특화된 장소입니다. 여유를 가지고 차분히 주변 소리를 듣고 관찰하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본질적으로는 혁신적인 예술작품이자 야심찬 디자이너의 기획을 보며 현대미술에 동참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별한 방식으로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주민의 의지와 함께 〈숲의 바람〉은 마탈리 크라세(Matali Crasset)에게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실험적인 집을 디자인하는 마탈리는 다양하면서도 미래적인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새로운 논리를 만드는 게 제 직업이죠. 그래서 늘 한 발 옆에서 다른 각도로 사물을 관찰하고 뭔가 다른 것을 들여오죠. 특히 저는 삶에 입체감을 다시 부여하려 해요. 야외에 나갔으면 집에서처럼 행동하지 말고 다른 일을 하고 그걸 만끽하자는 겁니다.” - 마탈리 크라세


“핵심은 20제곱미터 이내로 사전허가 없이도 건축물로 등록할 수 있는 작은 산장을 짓는 거였죠. 모든 산장에 통일성을 부여하기 위해 동일한 형태로 작업하기로 했습니다. 모서리들이 달린 직사각형 모양으로 건물에 입체감을 주고 하나의 언어를 부여하고자 했어요.” - 마탈리 크라세


친환경적이고 에너지를 자가생산하는 이 독립된 산장들은 인간으로부터 잘 보호된 이 자연 환경 속에 완벽히 녹아 있습니다. 친환경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만큼 주변에 최대한 영향을 주지 않도록 모든 것이 구상되었습니다. 현지 자재를 사용하고 화학약품은 쓰지 않으며 또 설치할 때도 절대 가지를 치거나 나무를 베지 않습니다.



여러 한계로 인해 내구성이 좋은 자재를 찾아야 했습니다.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수명이 약 60년이나 되는 이 기와는 보즈 산맥에서 구해왔습니다. 한편 실내에는 현지 목재를 사용했습니다. 바로 물푸레나무입니다. 물푸레나무는 이곳을 대표하는 나무로 아주 잘 어울립니다. 또 바닥은 참나무로 주변에 목재를 가져올 수 있는 좋은 참나무 숲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La Noisette, Matali Crasset, 2012


두 번째 산장에서는 지붕에 로렌 지방에서는 거의 안 쓰는 짚으로 만든 낯선 자재를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짚지붕협회 회장을 초청해서 이 지붕을 얹는 법을 배웠습니다. 목수들은 작업기간 내내 새로운 기법을 배워가며 전통기술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손보며 이 독특한 형태의 건축방식과 씨름했습니다.


모양으로 보나 친환경적 콘셉트로 보나 평범하지 않은 이 산장들은 숲 속에서 좋은 관찰 장소의 역할도 합니다.


Le Nichoir, Matali Crasset, 2011


모양으로 보나 친환경적 콘셉트로 보나 평범하지 않은 이 산장들은 숲 속에서 좋은 관찰 장소의 역할도 합니다. 형태가 다른 산장마다 체험도 달라집니다. ‘둥지’라고 불리는 산장은 지상으로부터 살짝 떠있고 아주 수직적이며 압축적인 형태로 지었습니다. 새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입니다.


〈숲의 바람〉에서 하는 이 프로젝트의 장점은 예술적이면서 사회적인 프로젝트고 동시에 친환경적이면서 건축적인 프로젝트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요소들이 융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참여적인 프로젝트라는 사실입니다. 주민들은 이 프로젝트와 직접 관계를 맺고 있을 뿐 아니라 폭넓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숲을 알리고 싶어합니다. 산장에서 머물 외부인을 맞이한다는 것은 외부인에게 몇 가지 설명해주고 생필품이나 식수가 담긴 가방을 전해줄 주민과의 관계가 형성된다는 뜻이죠. 즉, 이런 관계에 대한 생각, 숲을 알리려는 생각이 있어요. 숲은 저절로 알려지지 않아요. 주민과의 관계라는 개념은 아주 중요하며 이것이 바로 〈숲의 바람〉이 가진 특별함이죠.” - 마탈리 크라세


“그래서 이곳에서는 일종의 묘한 부조화가 생겨납니다. 우선 시골이란 세계와 현대미술의 만남은 꽤 뜻밖이죠. 그래서 이것이 첫 번째 부조화고. 그런데 시골주민들이 현대미술을 좋아합니다. 이건 더욱 뜻밖이죠.” - 〈숲의 바람〉 회장


이 프로젝트를 위해 〈숲의 바람〉 회원들은 집에 예술가들을 묵게 합니다. 그리고 작품을 창작하는 동안 공통적으로 이 단체의 왕성한 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연대의식이 크게 높아지죠. 또 8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이 지역을 널리 알려줄 친환경 산장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17년째 자원봉사로 민박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돕고 있어요. 〈숲의 바람〉의 또 다른 장점은 주민들을 서로 가깝게 이어주었다는 겁니다. 숲의 바람이 많은 것을 바꿨습니다. 숲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길에서 마주쳤어요. 또 〈숲의 바람〉엔 공감과 애정이 있어요. 식사나 여러 일을 서로 도우며 주민들끼리도 서로 정이 생겼죠.”


“전 현대미술 전시장엔 한 번도 안 가봤어요. 현대미술이 우리에게 찾아왔을 때 우리는 어떤 색다른 것과 예술의 세계를 알게 되었어요. 진짜로 저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또 어딘가를 갔을 때 현대적인 장소가 있다면 찾아가보죠. 아마 예술이 제게 찾아오지 않았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정말 이곳에서 17년 동안 색다른 것과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고 산장을 세우기 위해 새로운 일들도 알게 되었어요. 17년 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이죠. 우리 지역처럼 겨우 120명이 사는 작은 시골에 이런 산장이 생기다니, 뭐랄까 꿈만 같죠. 많은 노력의 결실이고요. 또 우리에겐 일종의 보상이죠. 왜냐면 17년 동안 예술과 함께 많은 변화를 겪었고 이젠 실제적인 결과를 가졌어요.”


이곳은 한 예시에 지나지 않습니다. 〈숲의 바람〉이 만든 산책로는 하나의 출발점입니다. 곳곳에 있는 작품들도 또 다른 출발점입니다. 산장 역시 하나의 출발점이고 여기에 이어서 또 다른 뭔가를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숲의 바람〉과 산장들이 만든 이 섬 같은 녹색공간은 그 주변 시골세계를 존중하면서도 뜻밖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건강한 집 세계의 에코하우스(“Le Vent des Forêts”. Écho-logis. Prod. Frédéric Planchenault. TV5MONDE, France. 2014)

ventdesfore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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