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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수도 방콕은 친환경 개발보다는 고층빌딩과 관광, 밀림 같은 도심, 공해, 높은 인구밀도로 더 유명합니다. 800만 명이 사는 태국 최대 대도시, 전통과 미래가 또렷이 대비되는 이곳에서 환경문제는 지역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방콕 동쪽 방남풍(Bang Nam Phueng) 녹지의 트리 하우스는 도심에서 얼마 안 떨어졌음에도 배로만 갈 수 있는 호텔입니다. 맹그로브 숲 야자수와 코코넛 농장, 수상가옥에 둘러싸인 이곳은 마치 오래 전에 시간이 멈춘 것 같습니다.


호텔 소유주인 조이 툴랴논드는 대도시에 살면서 밀실이나 사람이 밀집한 곳에 있으면 두려움을 느끼는 공포증에 걸렸고 이곳에서 자신의 작은 낙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곳이 좋아질수록 이런 좋은 곳을 혼자 누릴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모두가 이 멋진 푸른 낙원을 누릴 수 있도록 트리 하우스를 지었습니다.


트리 하우스는 공항 쪽을 향해 방콕 시내와 마주보고 있습니다. 발달된 도심과 아주 가깝습니다. 실제로도 강 건너편에 석유 정제공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강만 넘어오면 맹그로브 숲이 있고 강 하나로 이곳과 공업지대가 나눠져 이 잘 보존된 녹지에 있으면 지리적으로는 물론 시간적으로도 방콕과 멀어진 인상을 받게 됩니다.


“우선 바로 뚝딱 지은 건 아니란 걸 말씀드려야겠군요. 2년 동안 준비를 하고 건설했죠. 그동안 이웃들과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듣고 조언과 제안을 구했습니다. 이 계획에 관해 많은 얘기를 했죠. 다시 말해 건설과정에서 이웃들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의 충고를 통해 풍향, 태양의 위치, 풀, 나무, 음식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젠 어떤 토종 품종을 요리에 쓸 수 있고 어디에 토종 과일이 있는지 알기에 다른 곳으로 장을 보러갈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주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걸 배웠는지 상상도 못하실 거예요.”


3층 건물에 35제곱미터 크기의 방갈로 10개로 구성된 트리 하우스는 훗날 철거되면 자재들을 재활용하거나 비료로 만들 수 있도록 목재, 금속, 유리 등 최대한 천연 자재 위주로 울창한 녹지 위에 건설되었습니다. 그리고 에어콘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차오프라야(Chao Phraya)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자연통풍이 가능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식당과 거실 사이에 있는 정원만 걸어봐도 트리 하우스가 친환경 자재들을 사용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바닥에 깔린 나무판자를 보면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구멍도 나고 금도 가 있습니다. 재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낡은 폐가를 다니며 최대한 합판을 모아 목재를 재활용함으로써 벌목을 줄였습니다.


사람들이 쓰레기라고 여기는 물건을 재활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쓸 곳을 찾아 가치를 부여하는 겁니다. 주민들이 버린 물건도 재활용하기 위해 고민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정원의 화분 페트병은 다른 쓰레기더미와 함께 강물에 실려온 것입니다. 그 병에 구멍을 내고 옆을 잘라내서 화분으로 만들었습니다. 하나만 있으면 그다지 예쁘지는 않지만 한 줄로 늘어놓으면 훨씬 보기 좋을 뿐더러 이 호텔이 추구하는 바를 대변하는 상징물이 됩니다.



특히 객실 외부를 장식할 때 재활용품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이 사진은 강 위에 떠다니던 나무를 모아서 미술 작품처럼 조립해 장식한 외벽입니다. 나무조각마다 다르게 생겼고 개성이 있습니다.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낸 합판과는 다른 미적 가치가 있습니다. 이 대형 벽 장식은 강에서 썩을 뻔한 나무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나무판에 적어 재활용의 가치를 방문객들에게 알리는 일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식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대나무 샹들리에가 눈에 띕니다. 무언가를 영구적으로 쓰고 싶다면 여러 기능을 주어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호텔 소유주 조이는 말합니다. 대나무 샹들리에는 천장등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멋진 인테리어 소품이기도 하고 바람이 불면 나무통들이 딩동딩동 아름다운 소리도 냅니다. 재미있는 건 이곳이 낮 동안 박쥐들의 피난처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자연 속에서 자연에 녹아드는 건축을 하면 의도치 않게 동물의 서식지가 되기도 합니다.


호텔을 가로질러 가보면 얼마나 통풍이 잘 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트리 하우스에는 그늘이나 환풍기가 필요없습니다. 작은 길들 사이로 바람이 통하도록 설계해서 사람이 지나가거나 멈추는 곳마다 항상 바람이 붑니다. 무더운 방콕에서는 이런 자연통풍이 아주 중요합니다.


객실 2층의 침실은 나무 위의 새둥지라고 불립니다. 들어오면 바로 통풍이 잘 되는 게 느껴집니다. 방 양쪽에 큰 창을 만들어서 바람이 잘 통하게 설계했습니다. 특히 침실은 비교적 작게 만들려고 신경썼습니다. 침실 만큼은 에어컨이 없어선 안 되는 방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침실은 널찍하면서도 작은 에어컨으로도 충분히 냉방이 될 정도의 크기입니다. 또 간결하고 단순하게 인테리어를 하고 벽을 밝은 색으로 칠해서 낮에 불을 켤 필요가 없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친환경 건물이 되려면 자가발전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호텔은 태양열 집열판과 풍력발전기를 객실, 공용공간, 주방에 연결했습니다. 두 장치를 함께 설치한 것은 방콕에서는 맑은 날엔 대게 바람이 안 불고 반대로 비가 오는 날엔 바람이 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두 장치는 서로 보완을 합니다. 진공유리관을 이용해서 온수를 공급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연중 무더운 태국 같은 나라에서는 태양열이 전기뿐 아니라 온수를 공급할 때도 아주 큰 몫을 합니다.


이 호텔은 녹음이 우거진 프라프라뎅(Phra Pradaeng) 지구에 있습니다. 전통 방식대로 사는 주민들은 친환경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그래서 더러 문제가 발생합니다. 조이는 이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게 유도하고 특히 쓰레기 수거를 위해 기부도 합니다.


“방콕에서도 친환경 생활이 가능합니다. 이것이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그저 본보기에 그치더라도 작은 노력 자체에 의미가 있어요. 저희는 강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수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객실이 1박 예약될 때마다 강에서 1킬로그램씩 쓰레기를 건집니다. 방콕 시민들 대부분은 환경에 관심이 없는데 현재 겪고 있는 빈곤처럼 더 급한 관심사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활동이 본보기가 되어 자극받는 사람이 한 명, 두 명, 네 명, 여덟 명씩 늘 겁니다. 공장과 회사가 늘수록 환경을 생각하고 행동할 테니까요.”


녹음이 우거진 프라프라뎅 사람들이 자연과 가까이하며 산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적어도 방콕 시내 사람들보다는요. 그런데 강가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강에 쓰레기를 버리고는 합니다. 모두가 강을 쓰레기장으로 여긴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들의 사고방식을 바꿔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 면에서 트리 하우스가 일반 호텔이나 친환경 펜션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지역사회에 통합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처음에 사람들은 제가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여기는 도시 교외로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은 아니니까요. 위락시설도 없고 큰 식당도 없어요. 다 이 동네 규모에 맞는 작은 식당들이죠. 그래서 저를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미래의 관광은 이렇게 현지인이 사는 곳에 와서 실제 생활을 보는 것입니다. 관광객들은 본인 나라에도 있는 상점들이 들어선 백화점에 가기보다는 현지인들이 어떻게 살고 무엇을 먹고 어디에 자주 가는지 알고 싶어할 겁니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미래의 관광입니다. 진정성이 관광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거예요.”


참고자료

건강한 집 세계의 에코하우스(“Bangkok Tree House”. Écho-logis. Prod. Frédéric Planchenault. TV5MONDE, France. 2014)

www.bangkoktreehou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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