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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서부 피레네 산맥 끝자락에 한 19세기 전통 목장 주택이 완전히 현대화되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모습으로 외관이 탈바꿈했습니다.


“땅에 흔적을 남기거나 스스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과시를 하는 그런 속물적인 건축이 아니에요. 오히려 물러서고 자제하는 그런 건축입니다.” - 건축가 장마누엘 퓌그(Jean-Manuel Puig)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히 미래지향적인 건물이에요. 주변 100킬로미터를 다 돌아봐도 이런 모습의 건물은 없죠. 물론 건축계에 어떤 업적을 남기려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처음엔 그저 밝고 안락하고 조용한 집을 지을 생각이었습니다.” - 주택 소유주 피에르 뫼니에르


503제곱미터의 흙을 파고 강철과 유리로 지은 이 80제곱미터의 건물은 주변 자연에 자리를 양보하고 언덕 아래 숨어있습니다.


“제겐 걱정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 산악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너무 좋아해서인지는 몰라도 이들의 생활환경과 유산을 모두 존중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건축가 장마뉘엘과 저희 부부가 함께 설계를 하며 최대한 주변에 동화되는 집을 짓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건축을 시작했죠. 그런데 50톤 짜리 포크레인을 불러 땅을 다지고 레미콘이 계속 돌아가고 있으니 이웃들은 마치 저 사람이 미친 거 아냐? 케이블카도 설치하나? 하는 표정을 지었죠. 그렇게 여겨지던 난감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공사가 끝나고 초대하는 사람을 점점 줄였습니다. 누구나 그냥 와서 보면 돼요. 그 뒤로 사람들은 저를 잡고 얘기하죠. 아, 풀이 자라면 자연과 더 하나가 되겠어. 앞에 장작을 두면 더 근사할 거야.”



기존에 있던 모든 것과 연결되지 않고는 건축을 할 수 없습니다. 건축에서는 새로운 발명이란 없습니다. 새로운 건축술, 경제체제, 생활방식에 맞게 이미 있던 요소들을 다시 가져오는 것으로 특히 건축은 새로운 생활방식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이런 전통 주택은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지켜준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작은 창문과 출입구가 추위를 막아줍니다. 이것이 피레네 지방 건축의 상식입니다.



반면 이 건물의 컨셉은 자연 속에 들어갑니다. 경치와 계절마다 달라지는 태양을 누리며 풍경에 동화되는 거죠. 처음엔 일종의 도전이었습니다. 손이 많이 가고 힘든 도전이었지만 건물을 땅속에 지음으로써 단열 효율을 확연히 높이고 본래 모습을 좀 더 남기기 위해 현장에 있던 돌을 실내에 쌓았습니다. 그리고 장작난로 하나로 집 전체를 데울 수 있죠.


“이 집에 친환경이라는 말을 붙이기 위해 딱히 기술적 요소를 연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저희 테마가 아니었죠. 저희 테마는 오히려 주변에 잘 동화된 생물기후학적 건축입니다. 저희는 땅을 파낸 뒤 여기에 등을 지게 집을 심었습니다. 옛날 피레네 산맥 주민이 언덕 속에 건물을 짓던 방식과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산에 가면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지은 건축물이 많습니다.”



“이 집을 짓는 동안에 환경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죠. 하지만 이젠 걱정 없어요. 예를 들어 이 건물 부지에 있던 흙과 풀을 모두 모아두었다가 집이 완공된 뒤에 건물 뒤에 다시 올려놓았습니다. 즉 원래 있던 흙을 되돌려놓았죠. 또 장작은 겨울에 쓸 만큼만 제가 숲에서 가져옵니다. 이 역시 집과 주변환경이 하나가 되는 방법이죠.”



“현장에 있던 흙이나 자재를 모아서 되돌려 놓았는데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지반공사 때 골라낸 돌로 담을 이중으로 만들었습니다. 또 이렇게 집이 땅에 묻히고 흙에 덮인 덕분에 실내온도의 변화폭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름엔 서늘하고 겨울엔 따뜻하죠. 주변환경에 거슬리는 자재를 사용해가며 현대적인 건물을 지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금속 UFO 모양으로 짓자는 농담도 했지만 작업 진행은 현대적으로 하되 이 지역의 전통적인 자재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건물 위 흙의 두께는 평군 3.5미터입니다. 건물을 땅에 묻고 최대한 땅에 묻는다는 발상은 우연히 나온 게 아닙니다.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주변을 흙으로 덮으면 분명 단열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완전히 남향으로 지어진 이 집은 태양빛을 충분히 받습니다. 또 단열효과를 높이기 위해 원목 마루판을 사용했고 대형 이중창이 열손실을 막아주죠. 위의 저 풀들은 사료로 쓰는 잡초의 꽃에서 자란 풀들입니다. 겨울 내내 농부가 가축에게 건초를 먹이고 나면 창고에는 풀씨가 남죠. 먼지 같지만 그게 모두 잡초의 꽃이자 풀씨입니다.


건축이 계속 이렇게 숨을 수만은 없습니다. 다만 요즘 유럽에선 스펙타클만 추구하는 건축이 유행하고 있죠. 건물이 주변과의 관계 같은 요소를 생각하는 건 늘 중요합니다.


그리고 북쪽으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같은 미드 피레네 지방에 역시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면서 환경에 영향을 덜 주려는 생각으로 지은 한 가족의 집이 있습니다.



톨로주(Villeneuve-Tolosane) 시 남쪽 평범한 단독주택 단지입니다. 그런데 한 길모퉁이에 특이한 모습의 집이 숨어있습니다. 이 큰 흙무더기 안에는 컨테이너 3개를 재활용해 만든 90제곱미터 크기의 집이 감춰져 있습니다.


“전 최대한 눈에 안 띄는 집을 짓고 싶었습니다. 도로에서 차로 지나가면서 보면 이 집은 거의 눈에 안 들어 옵니다. 풀이 난 작은 언덕으로만 보이죠. 따라서 이 안의 컨테이너를 바탕으로 창고 형식으로 지은 집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 집 주인 올리비에 레노(Olivier Raynaud)



“컨테이너를 사용하고 건물을 묻는 방식을 예전부터 구상했지만 저와 뜻이 맞는 의뢰인이 없어서 구체화하지는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레노 씨를 만나 다시 실행해볼 기회가 생겼죠. 컨테이너를 선택한 건 무엇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입니다. 컨테이너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잠재적인 활용성은 아주 큰 자재입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 딱 맞게 개조했죠. 사람이 살 수 있게 하려면 당연히 컨테이너를 개조해야 합니다. 따라서 용접도 하고 보강재도 넣고 여러 곳을 손봐야 하죠. 또 컨테이너는 기본적으로 밀폐되어 있으니 구멍을 내고 빛이 들어오게 해야죠. 손볼 곳이 아주 많아죠.” - 건축가 니콜라 에두(Nicolas Eydoux)


컨테이너를 개조할 때는 완성된 건물이 지탱할 수 있는 전체 힘을 다시 개선해야 합니다. 금속 들보를 새로 만들고 방을 만들기 위해 컨테이너를 분할하고 지붕에 아이빔 골조를 설치했죠. 그리고 제거된 벽면을 대신해 건물을 떠받칠 수 있도록 3미터마다 기둥을 세웠어요. 1제곱미터당 800킬로그램을 견뎌야 하니 컨테이너를 보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컨테이너를 안락한 집으로 개조하는 데는 몇몇 제약이 따르긴 하지만 컨테이너는 건축자재로서 상당히 저렴한 편입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 정도 집의 건축비는 대략 1억 8천만 원입니다. 예를 들어 벽돌을 사용해서 짓는 일반 주택 건물과 비교하면 동등한 설비와 구조일 때 건축비가 대략 20~30% 정도 저렵합니다.


작은 부지에 집을 지을 땐 주변 경관을 그대로 두고 주위에 경계를 만들면 안 됩니다. 지붕에 풀을 심고 지붕으로 출입하고 지하에 집을 짓는 아이디어는 따라서 이곳이 부지가 좁다는 점과도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또 이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올리비에는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공사를 하는 내내 많은 친구나 가족들이, 또는 호기심을 느낀 분들이 오셔서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여러 공사를 도와주었죠. 이 집은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탄생한 겁니다. 이 집은 저소비 건축물 인증을 받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건물은 에너지 소비량이 아주 적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소비량이 적을 수 있는 것은 고효율의 단열설비를 많이 갖추었기 때문이죠. 아주 효율이 높은 방풍성 자재를 사용했고 컨테이너 외부에는 9센티미터 두께의 발포 폴레우레탄을 붙였습니다. 그래서 단열이 아주 잘 되죠. 게다가 흙이 더울 때나 추울 때나 모두 효과적으로 열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컨테이너와 연결된 차고를 통해 빛이 대량으로 들어오고 동시에 차고는 보조 보일러의 역할도 하죠.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보통 이 온실의 온도는 20도를 넘어갑니다.”


이 집은 남향이며 온실의 대형유리 역시 남쪽을 향해 있어서 빛이 아주 환하게 들어오며 따라서 조명에 사용되는 전기를 줄일 수가 있습니다. 저소비 건축물 인증을 받았다는 건 1년 평균 1제곱미터에 시간당 45킬로와트의 전기만 쓴다는 뜻으로 툴루즈 시의 기존 주택의 경우 110와트를 소모하니 절반도 안 되는 것입니다. 이런 설비들은 유지비가 아주 적게 듭니다. 실내에 난방장치는 장작난로 하나뿐인데 성능이 아주 뛰어나죠. 또 태양열도 사용하지만 아주 한정적인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다시 말해서 태양열 온수기를 사용하는데 이 온수를 주방과 욕실에서 사용합니다.


전 물리적인 면에서 드러나지 않고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환경이나 주변 경관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좋겠죠. 또 대기를 오염시키지도 않고 수 년 수십 년 그 이상의 세월이 지나도 썩지 않을 쓰레기도 만들어내지 않고요. 게다가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핵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잖아요. 간단히 말해 절약하고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선택할 수 있는 생활방식 중 하나입니다.



“이 집은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해 설계됐죠. 저희는 개인 방으로 분할된 공간은 최대한 작게 줄이고자 했습니다. 대신 같은 평면 위에 아주 넓은 공간을 하나 만들어 몸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뿐 아니라 시선 역시 편하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하고자 했습니다.”


공사과정이나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 지속성을 고려한 올리비에의 집은 세월에 대해서도 영구적이죠. 전 세계 바다를 누볐던 이 컨테이너는 거의 수명이 무한합니다. 컨테이너의 수명은 대개 공장에서 출고된 뒤부터 약 40년 정도로 내다봅니다. 그런데 이 집의 경우에는 추가 보강재를 넣고 외부 단열재를 설비하고 실내 페인트 도장 등 추가 공사를 했으니 컨테이너의 수명이 몇 년은 더 늘었다고 볼 수 있죠.


올리비에의 계획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친환경에 대한 신념을 가진 그는 더 효율적인 주택을 상상하죠.


저“는 이보다 더 발전된 주택을 꿈꿉니다. 이른바 패시브 하우스를 만들어내는 거죠. 경우에 따라서는 주택 전체를 운영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에너지 시스템을 혼합하는 방법도 있어요. 많은 게 필요하진 않아요. 예컨대 지붕의 풍력 발전기와 보조용 태양전지판들을 설치할 수 있죠. 작은 노력으로도 에너지 분야에 긍정적 변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 집은 실험적인 주택입니다. 이미 증명된 방법을 사용했지만 이를 결합한 방식은 실험적이죠. 핵심은 이런 활동이 대중에게 전해져서 조금씩 이를 모방하는 사람들이 생기도록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프로젝트가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거죠.


땅을 파고 언덕 아래 조심스레 자리잡은 이 건축물들은 그 자체로도 놀라울 뿐더러 자연과의 성공적인 동화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입니다.


참고자료

건강한 집 세계의 에코하우스(“La Grange & La Taupiniere”. Écho-logis)

www.echologis.com/habitat/la-grange/

www.echologis.com/habitat/la-taupini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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