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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전 세계 만연한 도시화에 앞서 도심을 최대한 푸르게 만드는 것이 수많은 대도시의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인류에게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고 보다 환경을 존중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새로운 건축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은 사라지고 자연이 우위에 서야 하죠.
이탈리아 토리노에 위치한 25 베르데(25 VERDE)는 5년에 걸쳐 건설됐습니다. 총 63가구로 이루어진 이 아파트는 자연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어 있죠. 도시 한가운데 식물의 천국을 만들겠는다는 말도 안 되는 꿈을 실현시킨 주인공은 건축가 루치아노 피아입니다.
“중요한 건 인간과 자연 사이의 유대를 재발견하는 거예요. 도시인들은 인공적인 공간에서 사는 것을 강요받고 있죠. 하지만 우리는 자연 속에 있을 때 훨씬 더 잘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 속으로 최대한 자연을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인공적인 것은 최소한으로 줄이고요.”
그들은 수페르가 언덕과 토리노 시청 사이에 있던 70년대 자동차 공장을 완전히 갈아엎었습니다. 그리거 그 자리에 풀과 나무로 뒤덮인 놀라운 건축작품을 만들었죠. 개인 투자자들은 건축가 루치아노 피아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참신하면서도 친환경적인 5층 아파트를 설계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렇다면 현대적인 건축물에 수많은 식물을 접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와 더불어 에너지 비용을 줄이려면 어떤 재료, 어떤 대안을 선택해야 할까요?
“저희는 이 건물을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전형적인 도시 건축에서 벗어나 보다 자연에 가깝게 다가서고 싶었죠. 그러기 위해 저희는 먼저 자연을 구성하고 나무 사이에 빈 공간에 방을 채워넣는 식으로 건물을 설계했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자연과 건축 사이에 강하고 친밀한 연결고리를 만드는 거였죠. 어떻게 보면 어른들을 위한 나무요새를 짓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도시 속의 숲을 실현시키기 위해 그는 건물 곳곳에 200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발코니에서 옥상, 그리고 테라스까지 각 가구마다 세심하게 녹색 공간을 배치했죠.
“저희는 반복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각 가구마다 테라스도 다르고 화단 모양도 다르죠. 왜냐면 자연에서는 똑같은 게 없기 때문이에요. 각자가 다 다른 우리 인간들처럼 말이에요. 이 아파트에서는 자신의 가치관, 혹은 생활방식과 맞는 주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위기 속에 세워진 25 베르데는 아직 10여 가구가 공실로 남아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토리노 지역의 평균 시세보다 조금 높은 가격 때문이기도 하죠. 월터와 알렉산드라는 2년 전 두 딸 클라라와 조를 데리고 25 베르데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습니다. 녹음이 무성하게 우거진 이 아파트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죠.
“저희 가족은 원래 도심 지역에 살았습니다. 거기 살면서 환경 오염에 진저리가 났죠. 물론 소음 공해도 포함해서 말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집을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두 딸을 위해서도 그게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아이들이 좀 더 편하게 뛰놀 수 있는 곳에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아파트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었죠. 아이들은 매일같이 꽃과 나무를 접할 수 있고 덤으로 신선한 공기도 마실 수 있으니까요.”
옥상정원은 훌륭한 휴식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건물의 열 관성을 끌어올려 단열에도 도움을 줍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25베르데는 단열이 잘된 벽과 넓은 출창, 그리고 기밀성이 높은 외피 덕분에 에너지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죠.
“이 집의 가장 큰 장점은 난방비가 적게 나온다는 거예요. 겨울에도 11월 말이 되어서야 난방 시스템이 돌아가죠. 이 집은 조금만 난방을 해도 충분합니다. 전에 살던 집보다 2배는 더 넓은데 난방비는 거의 비슷하게 나오죠.”
루치아노는 최대한 적은 자원을 사용해 건물을 지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지지물은 강철로 만들었고 외장물로 사용된 나무 피복은 이 지역에 자생하는 낙엽송이죠. 인위적인 처리를 하지 않은 재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은은한 멋스러움을 자아냅니다.
“녹이 슨 내후성강판 이라는 철판을 아무 처리도 하지 않고 사용했습니다. 목재는 시간이 지나면 회색으로 변하는 낙엽송을 썼죠. 낙엽송은 시간이 흐를수록 곰팡이가 슬면서 자연스러운 멋이 배어들거든요. 그리고 유리 역시 이산화규소를 비롯해 자연성분으로만 만들어진 걸 사용했습니다.”
“여기가 저희 아파트 현관이에요. 저희는 여기에 누구나 신록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공동정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실용적이면서도 실제로 건축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했죠. 그래서 깔끔하고 세련된 나무 패널 대신 좀 더 자연스럽고 최대한 인위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 외장재를 사용했는데 그래서 선택한 게 바로 전통적인 나무 타일이에요. 이 나무 타일은 다른 외장재와는 달리 훨씬 자연스럽고 신선한 느낌을 주죠. 이 아파트는 겉모습만 보면 다른 건물들처럼 화려하지 않아요. 사실 이곳은 안으로 들어와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죠. 속세와 동떨어져 있는 아름다운 섬처럼 말이에요.”
루치아노는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친환경 건축 기술을 적용해 에너지 저소비 건축물 인증을 취득했습니다. 25 베르데는 다른 건축물에 비해 10배나 더 높은 에너지 효율을 자랑하죠.
“친환경 건축물과 그렇지 않은 건축물 사이의 경계선은 정확하게 구분하는 건 어렵습니다. 저희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재료를 사용해서 냉난방에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건물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 관성과 단열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했죠. 열 관성은 오랫동안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단열재를 보강하면 일조량이 적을 때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죠. 저희는 동서쪽과 북남쪽으로 큰 출창을 설치했습니다. 이 출창은 겨울철에 햇빛이 아파트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낙엽수 역시 여름철에 천연 단열재 역할을 해요. 그늘을 만들어서 집안이 과열되는 걸 막아주거든요.”
25 베르데를 뒤덮고 있는 무성한 나무는 각종 환경오염을 막아주는 천연 보호막 역할을 합니다. 이 여과장치를 만들기 위해 조경사 키아라와 스테파니아는 2년 넘게 적당한 나무를 고르고 또 적응시켰죠. 그렇게 심은 22종의 나무 중에는 현재 10미터가 넘게 자란 종도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계산해 봤을 때 저희가 심은 나무는 잎이 피어있는 전엽기에 시간당 200에서 250리터의 산소를 방출합니다. 이건 이산화탄소로 가득한 도시에 산소를 공급하는 하나의 방법이죠. 게다가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성질까지 있으니까요.”
“이 건물은 6개의 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3면을 바깥을 향해 있고 3면은 안을 향해 있죠. 게다가 5층 짜리 건물이기 때문에 화단의 방향과 층수에 따라 일조량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요. 그래서 상록수와 낙엽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종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했죠. 그래야 1년 내내 푸른 자연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 스테파니아 나레토
“거의 대부분은 외래종이에요. 왜냐면 오염에 노출된 도시환경에서, 특히 자연이 아닌 화단에 나무를 심었을 때 외래종이 훨씬 꾸미지 않은 느낌을 주거든요. 자생종이 갖고 있지 않은 특유의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있죠. 물론 자생종도 없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25 베르데에서 가장 상징적인 나무를 꼽으라면 서어나무를 꼽을 수 있죠. 또 단풍나무도 있고요.” - 키아라 오텔라
안젤로는 이 정원에 세심한 보살핌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는 비료나 화학약품 대신 자신이 만든 유기농 치료제만 사용하죠.
“저희는 지금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 그들이 저희를 이 프로젝트에 초대했을 때 이건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저희는 바로 이 일을 받아들였어요. 이곳에서 일하는 건 정말 멋진 경험입니다. 이런 특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죠. 3년에 걸친 노력 끝에 지금 같은 멋진 결과물도 얻었고요. 처음 2년 간은 미리 준비한 계획에 따라 식물을 기르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노력의 결실을 맺고 있죠. 저한테 있어서 이건 일이 아닙니다. 예술작품을 만드는 작업이죠. 올봄에는 식물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100% 유기농 퇴비를 살포했습니다. 주로 소의 뿔과 발굽, 가죽 등을 갈아서 만든 천연비료인데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유감스럽게도 아주 역겨운 냄새를 풍긴다는 겁니다. 그래서 입주민들에게 항의도 많이 받았죠. 하지만 미생물이 풍부한 토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제품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들의 목표는 인위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고 자연주의로 회귀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엄청났습니다. 올해는 나무들이 멋지게 잘 자라줬죠. 이제는 입주민들도 저희가 하는 일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나무가 너무 무성하게 자라서 집안으로 들어올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저희가 가서 집안에 들어온 나무를 치워드립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이런 도시 한가운데 자연으로 둘러싸인 멋진 공간을 만들 수 있었죠. 솔직하게 말해서 제가 봐도 너무 멋져요.”
이 아파트는 생물기후학적으로 설계됐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기계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25 베르데의 지하에는 63가구의 온수와 냉난방을 채임지는 지열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죠. 이 시스템은 2개의 물 방식 열 펌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지하에서 끌어올린 물을 사용해서 온수와 냉수를 생산하고 그중에서 온수는 2개의 물탱크에 저장되어 이 물은 수도관을 타고 욕실과 화장실, 주방에 공급됩니다.
그리고 열 펌프에서 생산된 냉수는 다른 물탱크에 따로 저장됩니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샤워할 때 공짜로 에어컨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름에 무더위가 시작되면 난방 시스템에서 냉방 시스템으로 전환되죠. 열 펌프는 아주 효율적인 냉난방 장치입니다. 8킬로와트의 난방 에너지 혹은 냉방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전력이 겨우 1킬로와트밖에 되지 않습니다. 에너지 효율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시스템 덕분에 25 베르데는 많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습니다. 안드레아는 건축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곳에 보금자리를 틀었죠. 그는 아내와 함께 이곳에서 가장 작은 70제곱미터형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집이 너무 작아서 꼭 배 안에 있는 것 같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하지만 저희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죠. 예를 들어 계단 밑에는 옷장과 냉장고를 설치했어요. 찾아보면 다 자리가 있죠. 이 집은 저희의 작은 보금자리예요.”
안드레아는 자신의 집에 에너지 소모를 보다 줄일 수 있는 새롭고 다양한 기술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날씨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되는 이 인공지능 온도 조절 장치도 그중 하나죠.
“이 온도조절장치는 사람의 생활습관을 학습하고 기억해요. 그래서 특별히 작동시간을 설치해 놓지 않아도 되죠. 집에 사람이 있고 없고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도 없으면 난방장치나 에어컨을 끕니다. 그것보다 더 대단한 건 우리의 생활습관을 점점 학습한다는 겁니다. 저희는 올해 이 시스템 덕분에 난방과 온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작년에 비해 25%나 절약했습니다.”
안드레아는 아파트 밖에서도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려면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무거운 차를 버리고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야 되죠. 저는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이면서도 실용적이고 빠른 이동수단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시험삼아 전동휠을 타기 시작했죠. 저희는 지금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는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건물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는 이런 것들이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사는 방법이 될 겁니다.”
아직 산업화의 흔적이 깊이 남아있는 이 일대에서 25 베르데는 모든 주민들이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새로운 원동력을 만들어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 2년 전 이 아파트로 이사온 파올로 보토죠. 그는 에너지 자립을 이루기 위해 테라스에 태양전지판까지 설치했습니다. “화석연료가 쇠퇴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가격의 오름세는 멈출 줄을 모르고 매장량도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 건물은 A등급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 이상이에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주고 에너지 소비량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니까요. 어떤 상황에서도 다른 이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립을 추구하는 건 아주 좋은 일입니다. 물론 인간은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혼자는 살 수 없죠. 하지만 이건 그것과 다른 얘기예요. 저희는 지금 아주 현대적이고 세련된 건축물에 살고 있어요. 또 온갖 편의시설이 즐비한 도시에 살고 있죠. 하지만 한편으로 전형적인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좀 더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집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우리가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환경에도 책임을 느껴야 하죠. 건물을 지으려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고 땅을 개발하고 또 자원을 소모해야 합니다. 건물을 짓는 건 그곳의 환경을 바꾸는 일이죠. 그래서 불가피하게 그 지역의 자연을 훼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고 보다 자연에 가까운 건물을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지금보다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건축이 필요합니다.”
25베르데는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독창적인 컨셉의 아파트에 대한 한 가지 기준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토리노는 지난 10년간 도시 재구조화에 힘을 쏟아왔죠. 그들의 꿈은 언젠가 지속가능한 발전의 상징으로 우뚝 서는 것입니다.
참고자료
건강한 집 세계의 에코하우스(“25 VERDE”. Écho-logis)
http://www.echologis.com/habitat/25-verde-tu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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