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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리듬을 따라 사는 것은 지속가능한 미래의 대안으로서 꽤나 매력적인 제안입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건축가들이 그들의 가치관과 조화를 이루며 보다 환경을 존중하는 새롭고 혁신적인 주거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알자스 지방의 작은 시골마을 코스빌레(CossWiller)에는 완전히 상식을 탈피한 독특한 건축물이 있습니다. 헬리오 돔(Heliodome)이라고 이름붙여진 이 건축물은 거대한 팽이와 해시계의 중간 모양을 하고 있으며 태양에너지로 자가발전을 하죠. 이곳을 만든 에릭 바세는 가구 디자이너로 20년 넘게 이 프로젝트를 계획해왔습니다.


“우리는 지금 3D시대를 살고 있어요. 그렇다면 태양의 궤도를 형상화 하는 것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죠. 우리는 매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걸 경험해요. 그 모든 걸 합치면 하나의 형상이 완성되죠. 저희는 시간의 리듬을 하나의 이미지로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태초부터 어딘가에 존재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표현되지 못한 하나의 형상을 찾아냈죠.”


에릭은 오랜 세월에 걸쳐 연구를 거듭하며 태양의 궤도를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몇 차례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냈죠. 그곳은 공방에서 멀지 않 은 한 농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수십 년에 걸쳐 생각해온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3년이라는 공사기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이런 특이한 형태의 건물에는 어떤 재료를 사용해야 할까, 어떤 친환경 설비를 설치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풍경적으로 완벽하게 녹아들 수 있을까. 에릭은 이런 질문을 마음속에 품은 채 자신의 전 재산을 이 프로젝트에 쏟아부었습니다.


“저는 해시계의 원리를 바탕으로 태양의 궤적을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학교사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1998년에 지금 보시는 것과 거의 비슷한 종이모형을 만드는 데 성공했죠. 하지만 아직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었어요. 궁극적인 목표는 이걸 통해 난방대책을 마련하는 거였죠.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자연은 항상 저희에게 답을 줬습니다. 자연을 위하는 게 인간을 위한 일이라는 걸 상기시켜줬죠. 집은 사람을 품어줘야 해요. 그리고 사람도 자연을 품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윈윈상황이죠.”


이 프로젝트를 실현시키기 위해 에릭은 석수, 목수, 엔지니어 등 전문가들을 불러모았습니다. 그는 이들을 공범자라고 부르죠. 그중에는 에릭의 친구이자 건축가인 사무엘 노가도 있습니다. 그는 친환경 건축에 일가견이 있죠.


“저는 사람들이 비실용적이라고 기피하는 문제에 도전 의식을 가져왔어요. 그래서 에릭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흔쾌히 받아들였죠. 해야 할 일들이 많았습니다. 조형물의 컨셉에서 실제 주거공간까지 생각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죠. 저와 에릭은 저차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서 생각이 같았습니다. 저희들의 목표는 최대한 지성과 최소한의 수단을 사용해서 최고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거였습니다. 지속가능한 건축이라는 컨셉에 부합하는 방법이기도 했고요.”


정남향으로 이루어진 헬리오 돔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구조상 단 한 줄기의 빛도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사시사철 내내 말입니다.


“건물의 남쪽면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유리창은 헬리오 돔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유리창 면적이 실내 면적과 맞먹죠. 실내 면적이 200제곱미터고 유리창 면적이 160제곱미터예요. 여기는 1층이에요. 헬리오 돔은 거대한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생겼는데 이 다이아몬드 모양은 태양의 궤도를 형상화한 거죠. 다이아몬드는 정확하게 동서남북 네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의 설계자는 태양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죠. 자세히 보시면 건물 한쪽 면이 목골구조로 되어 있는데 전통적인 건축방식을 새롭게 활용했죠. 300~400년 전에는 이런 목골구조로 만든 집이 유행했거든요. 참, 잊어버릴 뻔했는데 이 구조는 난방에도 큰 효과가 있습니다. 덕분에 여름철에는 공짜로 시원함을 즐길 수 있고 겨울에도 햇빛만 들면 알아서 난방이 되죠.”



헬리오 돔은 앞으로 기울어진 모양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겨울에는 햇빛이 관통하면서 집안을 데워주고 반대로 태양의 고도가 높은 여름에는 햇빛이 지붕을 비껴나가면서 온실효과를 방지하죠. 따라서 냉난방이 전혀 필요없습니다. 예외적으로 햇빛이 전혀 없을 때만 장작난로를 때죠.


주변환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에릭의 집은 건축에 생물기후학을 도입한 좋은 예입니다. 그 원리는 간단하지만 극도로 효율적이죠. 덕분에 헬리오 돔은 패시브 하우스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주거공간은, 특히 주택은, 뭐든 단순하고 복잡하지 않은 게 좋아요. 또 편리해야 합니다. 단순함은 무엇보다도 단순한 구조에서 나와요. 이곳은 태양의 궤도에 따라 공간이 알아서 구성되죠. 아침에는 동쪽에서 비치는 따뜻한 햇빛에 잠을 깨고 점심에는 온 집안이 환하게 빛나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빛이 우리를 따라다니죠. 이곳은 공장에서 찍어낸 공산품 같은 집과는 다릅니다. 일상에서도 최소한의 수단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고 있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그렇습니다.”


에릭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재료와 천연제품만 사용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쪽면에는 열 분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창문 개수를 줄이고 목섬유와 코르크로 만들어진 60센티미터 두께의 단열재를 보강했습니다. 이 친환경 건축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태양광 발전기죠. 또한 그는 처음부터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만 이용할 것을 고집했습니다.


“저는 항상 접근성을 염두에 두고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이 집에 사용된 목재는 5킬로미터 떨어진 제재소에서 조달했죠. 나무 자체는 근처에 있는 숲에서 벌목한 거고요. 3층은 2층 전체를 나무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제가 직접 엄청난 효과를 경험했죠. 얼마 전에 온도를 재봤는데 바깥 기온이 13도일 때 실내 기온이 37도였어요. 한겨울에 일광욕을 하는 기분이었죠. 정말 엄청났어요. 지붕 꼭대기는 구리로 돼있고 나머지 부분은 낙엽송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나무 사이의 틈은 구리 조각으로 채워넣었죠. 물론 모든 구리는 산화처리를 했습니다. 산화구리는 천연 살균제 역할을 하죠. 목재는 시간이 흐르면 가끔 보수가 필요해요. 지금 제 뒤로 로마시대에 생긴 작은 마을이 보이는데요. 건축물만 보면 천 년 전과 별로 변한 게 없어요. 10년 전만 해도 이런 건축물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에릭은 헬리오 돔이 전통적인 건축기준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빌레의 시장은 그에게 공사를 허락했죠.


“처음에는 오랭 지역에 건물을 지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시청에 찾아와서는 아무래도 오랭은 안 될 것 같다며 우는소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자기 땅을 놔두고 왜 애먼 곳을 헤매느냐고 물었죠. 에릭은 제 말을 듣고 깜짝 놀란 기색이었습니다. 그게 모든 일의 시작이었죠. 처음에는 구리가 햇빛을 반사해서 주변에 피해를 줬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구리가 어두워지면서 문제가 해결됐죠. 나무를 좀 가리긴 하지만 평범한 2층 짜리 건물보다는 낮잖아요. 안 그래요? 에릭은 원래 별난 사람으로 유명했어요. 하지만 인류의 진보는 항상 별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죠. 그래서 결국엔 이렇게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고 지금은 어딘가에 또다른 건물을 짓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에릭에게는 정말 잘된 일이에요. 이런 친환경 건축물이 늘어나는 것도 좋습니다.”


헬리오 돔이 이 작은 마을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후 에릭은 꾸준히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자신의 건축관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거의 매일 방문객들이 찾아와요. 호기심에 차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있고 아무것도 모르고 우연히 찾아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와서 칭찬을 해줄 때마다 기운이 나요. 뭐가 마음에 안 든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런 만남은 제게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에너지와 이렇게 제 생각을 전파할 수 있는 열정을 줍니다.”


이곳에서 400킬로미터 떨어진 에르쉬마트에는 에릭의 헬리오 돔을 본뜬 새로운 건물이 있습니다. 에릭은 친구 에르베와 아내 가브리엘라를 위해 알자스에 있는 집을 작게 본뜬 80제곱미터 짜리 2번째 헬리오 돔을 만들었습니다.



“에릭과 처음 만난 건 독일 쾰른에서 동료와 함께 디자인한 의자를 소개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에릭도 제 앞에서 자기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있었죠. 저는 그 아이디어가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


“에르베는 어떻게 하면 자연을 위해 인류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와 그런 주제에 관해 토론을 하면서 건축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는 건축을 통해 스위스의 외딴 마을 같은 전통적인 지역에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현대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그건 엄청난 모험이었죠.”


“처음에는 이곳에 이런 건물을 짓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결국에는 왜 이런 모양이어야 하는지 에너지와 일조량을 비롯해 얼마나 많은 장점이 있는지 알게 됐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이 모양이 전혀 거슬리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오히려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죠.”


“이 헬리오 돔은 조금 작아요. 하지만 애초에 다양한 크기로 만들 수 있게 만드는 게 제 목표였죠. 위도에 따라 각도가 조금씩 달라지는데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똑바로 서죠. 물론 크게 다른 건 아니에요. 약 2도 차이죠. 하지만 2도만 달라져도 높이가 확연히 높아져요. 아마 적도에서는 대칭을 이룰 거예요. 그리고 위로 올라갈수록 앞으로 기울어지죠.”


하지만 공사에 착수하기까지 그들은 3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헬리오 돔을 지을 이상적인 부지를 찾고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디자인을 구상해야 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에릭은 코스빌레에서와 마찬가지로 친환경적인 정책을 고수했습니다.


“목재는 이곳 투르투만 계곡에서 많이 자라는 아롤라 소나무를 사용했습니다. 또 장거리 운송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현지 재료만 사용하려고 노력했죠. 그리고 지역 기술자들이 일하는 것을 보는 것도 꽤 즐거웠습니다. 이 지역 특유의 고유한 문화적 전통이 건물 구석구석에 그대로 묻어나는 게 참 신기했죠.”


이곳의 기온은 프랑스에 비해 무척 낮습니다.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날도 많죠. 하지만 에르베와 가브리엘라의 집은 열 효율이 뛰어납니다. 녹색 지붕도 단열에 도움이 되죠. 덕분에 일반건물에 비해 80%까지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습니다. 2년 전 완공된 이 헬리오 돔은 그들이 가끔 와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피난처가 됐죠.


자연과의 영속적인 교감은 헬리오 돔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연결해주는 공통점입니다. 보주 지방의 아니예스 역시 헬리오 돔에 푹 빠진 사람 중 하나죠. 그녀는 이 집이 자신의 가치관을 포용해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처음 코스빌레에 있는 헬리오 돔을 방문했을 때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아주 좋은 느낌을 받았어요. 집 안에 들어가자마자 마음이 차분하고 평온해졌죠. 그리고 철저히 환경을 존중하는 건축방식도 마음에 들었어요. 이제 환경 문제는 더 이상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가 됐죠. 물론 독특한 기하학적 구조 역시 눈길을 사로잡았죠. 이건 삶의 방식의 차이예요. 이 집은 다른 집에 비해 비싸죠. 하지만 개인의 선택이에요.”


“요즘 사람들은 가능하면 싼값에 집을 지으려고 해요. 하지만 가격을 낮출수록 품질과 내구성이 떨어지기 마련이죠. 그렇기 때문에 제 목표는 별도의 보수 없이 50년은 버틸 수 있는 집을 만드는 거예요. 그런 기준에 맞추려면 1제곱미터당 건축비용이 대략 2500유로 정도 드는데요. 시세랑 비교하면 경쟁력이 턱없이 부족하죠. 게다가 품질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력과 각종 기술적인 어려움도 고려해야 하고요.”


“자연은 우리에게 모든 걸 주죠. 물도 주고 햇빛도 주고 먹을 것도 줘요. 한마디로 말해서 자연은 우리를 먹여살려주죠. 이제 우리는 생각의 관점을 바꿔야 해요. 그리고 이런 건축물을 짓는 게 새로운 문,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자연에 훨씬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집에서 살아가게 될 거예요. 그게 제가 친환경 건축에 관심을 갖는 이유죠.”


아직 헬리오 돔은 몇 개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주문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다음에 탄생할 헬리오 돔은 독일에 지어질 단독주택과 스트라스부르 중심에 생겨날 5층 짜리 사무실 건물입니다.


참고자료

건강한 집 세계의 에코하우스(“Heliodome”. Écho-logis)

www.heliodo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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