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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요? 목조주택이나 수상가옥, 혹은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집이 이상적인 미래의 집일까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건축에도 창의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독일 그중에서도 함부르크는 건축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친 빌헬름스부르크 지구는 미래의 집을 실험하는 거대한 실험실이 됐죠.
“이곳은 미래의 도시가 어떤 모습일지 보여주고 있어요. 특히 지속가능한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IBA 함부르크 책임자 올리 헬베그
빌헬름스부르크 지구에서는 건축가와 건설자재업체 등으로 구성된 70개의 다국적 팀이 21세기에 걸맞는 친환경 도시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국제건축박람회, IBA가 이끄는 전문가들이 30만 제곱미터의 부지에 17채로 이루어진 180가구의 아파트를 새로 건설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5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주거공간으로 실현시킬 수 있었을까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위험은 중요한 환경 문제 중 하나입니다. 빌헬름스부르크는 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물 위에 직접 집을 지었습니다.
하랄드 쾨넨(Harald Koenen)은 2년 전부터 이 워터하우스에 살고 있습니다. 그는 이 외에도 지역 재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다양한 기반시설의 혜택을 누리고 있죠.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수영장입니다. 이곳 역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친환경 건축물이죠. 이러한 여가시설은 빌헬름스부르크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워터하우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다른 도시들을 먼저 살펴 봤어요. 특히 암스테르담이나 로테르담같이 역사적으로 물과 관련이 깊은 도시들을 중심으로 개인적으로 저는 베네치아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있어서 물은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미래에는 어디에 어떤 집을 지을 것인가 집을 지을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도시는 점점 팽창하고 있죠. 그래서 저희는 보통 건축용지로 사용되지 않는 장소를 선택했습니다. 어떤 곳이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컨셉을 통해 그곳이 가진 매력을 끌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건축의 묘미죠.
발코니에 나와 수면을 바라보며 수면에 비친 그림자가 기막힌 풍경을 만들어내죠. 수많은 자연적인 요소들이 이 집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습니다.
“워터하우스는 경제적 면에서도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먼저 모든 건물이 100% 패시브 하우스죠. 그건 즉 연간 난방에너지 요구량이 1제곱미터당 15킬로와트시 이하라는 뜻입니다. 그것뿐 아니라 지열을 이용해 난방을 하고 태양에너지로 생활용수를 가열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걸 봤을 때 워터하우스는 필요한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자급자족형 건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워터하우스 건축가 게오르그 바이블링거(Georg Wailblinger)
패시브 하우스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이 건물은 에너지 소비량이 일반 아파트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빌헬름스부르크는 이 외에도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공장과 항구에서 유발되는 산업공해죠.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부가 손을 놓고 방관하고 있는 다문화 통합 문제입니다.
함부르크 당국은 빌헬름스부르크를 지속가능한 건축의 완벽한 예시로 만들기 위해 투자자와 에너지 공급업체의 지원을 받아 총 12억 유로의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그 결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주거공간을 목표로 하는 다양한 건축물이 만들어졌죠.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소프트 하우스(Soft House)는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는 인공지능 패널이 설치돼 있죠.
우드큐브(Wood Cube)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아파트입니다.
엘지 하우스(Algae House)는 외벽에 설치된 조류 생물 반응장치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죠. 하지만 겨울에는 조류가 얼어죽는 걸 방지하기 위해 온수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생산하는 에너지보다 소비하는 에너지가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하죠.
마지막으로 스마트이즈그린(Smart is green)은 열과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해 혁신적인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 건물도 있고 너무 욕심을 부린 나머지 처음부터 삐걱거리는 건물도 있습니다. 특히 이 건물에는 상균화 축열기라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데 원리는 우리가 겨울에 흔히 쓰는 손난로랑 비슷해요. 주머니에서 꺼내 버튼을 누르면 따뜻해지는 손난로 말이에요. 이 손난로는 배터리 대신 물질의 상태가 변하면서 방출하는 에너지를 이용해 열을 발산하는데 스마트이즈그린에도 같은 원리의 축열기가 설치됐죠. 이 건물은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발전기를 통해 열을 생산해요. 그리고 그 열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이 건물이나 네트워크로 연결된 다른 건물에 재분배를 하죠. 열 생산량도 많고 축열기도 무척이나 효율적인데 문제는 저장장치가 생산되는 열을 모두 흡수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 기술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기술이죠. 그래서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저희 IBA가 하는 일입니다.” - IBA 함부르크 책임자 올리 헬베그
스마트이즈그린 건물에는 총 14가구가 입주해 있습니다. 롤프와 코넬리아는 에너지 효율을 보고 이 집을 구입했죠. 스마트이즈그린은 태양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날씨가 나쁜 날에 재분배합니다. 또한 상변화 소재로 만든 커튼을 통해 각 가구마다 더 작은 규모로 에너지를 재분배하죠.
“이 커튼은 상변화 물질이라는 신소재로 만들어져서 맑은 날에 에너지를 모아놨다가 온도가 떨어지면 열을 발산하죠. 조직 안에 열을 수집하는 작은 센서가 있는데 날씨가 추우면 그 센서에서 열을 발산합니다. 이 집은 항상 따뜻한 편이라서 이 커튼이 꼭 필요한진 모르겠지만 노후된 건물에서는 좋은 대안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 사는 건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편안함만 따진다면 최고예요. 물론 완벽하진 않아요. 열 교환 네트워크와 관련해서 기술적인 문제도 좀 있고요. 저희는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야 에너지를 나눌 수 있으니까요.” - 주민 롤프 피프니츠카
빌헬름스부르크는 이 외에도 파격적인 컨셉은 아니지만 탁월한 효율을 자랑하는 친환경 건물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우드큐브는 접착제나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완전히 나무로 만들었죠. 유일한 예외는 토대와 계단통에 사용한 콘크리트뿐입니다. 안드레아스 가노와 가족들은 1년 전 이곳으로 이사했습니다. 이곳의 환경은 그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죠.
“빌헬름스부르크에 관한 얘기를 듣고 관심이 생겼습니다. 건물마다 다 다른 건축방식을 사용했다고 해서 보러 갔죠. 그러던 중 우드큐브에 대한 얘기를 듣고 매력을 느꼈습니다. 저희도 그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전에 살던 곳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예요. 우드큡에서의 삶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거죠. 저희 가족의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어요. 여기 살면서 무엇보다도 환경을 우선시하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장을 보러가도 유기농 제품만 사죠. 또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고요.” - 주민 안드레아스 가너
우드큐브의 설립자 마티아스 코프가 대표로 있는 딥그린(Deep Green)은 친환경 목조주택을 만드는 회사죠. 그는 모든 에너지와 자본을 이 프로젝트에 쏟아부었습니다. 그에게 이 일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더 큰 규모로 풀어내는 작업이었죠.
“이 일을 하면서 역사적인 건축물들을 수없이 리모델링했는데 그러면서 깨달은 건 수백 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 아직도 튼튼하다는 겁니다. 반면 지난 수십 년간 지어진 건물들은 건축자재가 유독성 쓰레기로 변해 폐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 우드큐브 설립자 마티아스 코프
슈투트가르트 남부의 투르베르크에 있는 누어홀츠 제재소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숲에서 소나무를 채취합니다. 물론 제재소가 바로 옆에 있다는 점도 환경훼손을 줄이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 롤프 롬바흐(Rolf Rombach)는 자신의 노하우를 살려 사업범위를 오로지 목조건축으로 한정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접착제나 화학제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죠. 그는 건축물의 견고함을 보강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입증된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오직 나사만 이용해서 집을 지어요. 나사는 여러 겹의 목재를 뚫고 삽입되죠. 이게 다예요. 구멍을 뚫고 나사를 만든 다음 구멍에 나사를 끼우기만 하면 되죠. 이 나사는 한 번 조이면 절대 빠지지 않아요. 나사 하나가 최대 100킬로그램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데 나사가 빠지거나 부러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바닥재부터 천장재까지 모든 부품은 이곳에 있는 공장에서 제작돼 현장에서 조립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드큐브는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덕분에 이곳도 더 바빠졌습니다. “사업이 점점 성장하고 있어요. 작년에만 수백 채의 집을 지었죠. 특히 딥그린(Deep Green)과의 협업 이후 주문이 더 늘어나고 있어요. 그들이 저희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죠. 저희는 5년이나 10년이면 수명이 끝나는 건물은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훨씬 오래가야죠. 적어도 수백 년은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는 오로지 나무로 집을 짓기 때문에 나사만 제거하면 다시 해체해서 다른 곳에 쓸 수 있어요. 아니면 그냥 톱으로 잘라서 장작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요. 화학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나무니까요.”
우드큐브는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예상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저희가 계산을 잘못했어요. 실제 에너지 소비량이 저희가 처음에 예상했던 것의 반의 반도 안 되더라고요. 1층에 사는 사람 중에는 난방비가 10유로밖에 안 나온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1년으로 치면 100유로 정도죠. 난방비가 거의 안 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 우드큐브 설립자 마티아스 코프
“한 가지 분명한 건 넓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사방을 둘러싼 나무 역시 체감온도에 영향을 미치죠. 벽에 손을 대보면 나무패널에서 온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시멘트벽에서는 차디찬 냉기만 느낄 수 있죠. 이 사소한 차이가 열 손실을 크게 줄여줘요. 환경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그게 바로 목조주택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물론 환경적인 면에서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면에서도 이득이죠. 이 집에 사는 건 저희의 선택이고 저희는 오랜 심사숙고를 통해 이 집을 구입했죠. 지금까지는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주민
이 친환경 목조주택의 건축비용은 일반 건축물에 비해 겨우 5%밖에 비싸지 않습니다. 게다가 에너지 비용을 절약함으로써 투자금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죠. 함부르크 당국은 재개발 사업을 통해 빌헬름스부르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습니다.
“저는 물론 저희 팀 모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희가 국제건축박람회의 전통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거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단지 전통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죠. 이 프로젝트는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희가 지속가능한 건축에 대한 인식을 확대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증거죠.” - IBA 함부르크 책임자 올리 헬베그
함부르크는 2011년에 녹색수도로 선정됐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여기가 끝이 아니죠. 그들은 202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0%까지 줄이고 도시 중심부에 자동차 진입을 금지할 계획입니다. 함부르크는 이와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도시의 상징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건강한 집 세계의 에코하우스(“Weltquartier”. Écho-logis)
www.echologis.com/habitat/le-quartier-wilhelmsburg-hambourg-allemagne
www.iba-hamburg.de/projekte/weltquartier/projekt/weltquarti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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