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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집을 짓는 것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생각보다 쉽게 찾아보기 힘듭니다. 자연은 곡선과 원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인간은 직선과 모서리로 만들어진 집에서 살죠. 이것은 순전히 실용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각형이 크기를 측량하기도 쉽고 계산하기도 쉽죠. 그에 비해 원은 계산이 복잡합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수 세기에 걸쳐 둥근 거처를 지어왔죠. 아프리카의 오두막, 이누이트 족의 이글루, 그리고 몽골의 유르트까지 이런 형태의 주거지는 수천 년에 걸쳐 존재해 왔고 기능성과 견고함을 증명해왔습니다. 


오늘날 많은 건축가들이 이러한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아 친환경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건축물로 재창조하고 있죠.



“20세기 내내 우리는 시멘트로 만든 아주 차갑고 각진 사각형 모양의 건축물을 참아내야 했어요. 하지만 요즘에는 좀 더 자연스럽고 기민하고 주변환경과 잘 섞여들어 자연과 하나가 되는 건축양식이 선호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건축에 접근하고 있어요. 이제 그런 시대가 왔죠.” - 건축가 비르지니 파르주


크리스티앙과 장 프랑수아의 유르트는 코레주 주의 튈(Tulle)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생물기후학적 접근방식을 이용해 지은 이 집은 주변을 둘러싼 환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죠. 하지만 어떻게 유목민족의 주거형태를 정착생활에 적용시킬 수 있을까요? 원형으로 된 집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둥근 집을 짓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요?


“이 집은 저희 부부와 건축가 비르지니 파르주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탄생시킨 작품이에요. 저희 남편은 이 메마른 땅을 보고 거의 같은 순간에 같은 영감을 받았죠.” - 집 주인 크리스티안 메리


“그날따라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바람이 강한 곳에서는 어떤 집을 지어야 할까 고민했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집을 떠올렸어요.” - 집 주인 장 프랑수아 벨리악


원형구조는 편안한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공기역학적으로 바람의 저항을 덜 받아 단열 효과가 뛰어납니다. 이런 형태의 집은 바람이 옆으로 비껴흐르는 데 반해 사각형의 집은 바람과 충돌해 열이 분산되죠.


“이 집은 몽골의 유르트를 본따 만들었어요. 아주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건축방식이죠. 일단 주춧돌을 깔고 그 위에 채광 역할을 하는 고리 모양의 구조물을 설치해요. 이 구조물을 중심으로 살을 달고 집을 지탱해주는 벽을 만들죠. 원형으로 된 집을 지을 때는 가끔 골치가 아파요. 기둥을 세워야 되나 말아야 되나 들보는 어떻게 놔야 하나 문제가 굉장히 복잡해질 수 있죠. 하지만 유르트는 매우 단순해요. 그래서 저는 이 방식을 많이 추천하죠.” - 건축가 비르지니 파르주


비르지니는 이 전형적인 아시아의 주거형태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유르트는 천막집으로 관리 및 운반이 용이해 유목생활과 거친 대륙성 기후에 적합하죠. 하지만 이 집은 전통적인 유르트와는 달리 현지에서 자생하는 미송으로 벽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집안에는 다양한 친환경 시설이 설치되어 있죠.


이 집은 콘크리트와 나무로 만든 지주 위에 지어져 있습니다. 우선 작은 콘크리트 말뚝을 심어 집을 지면에서 40센티미터 정도 띄우고 그 위에 나무 구조물을 설치해 바닥을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이 방식으로 공사비용을 아낄 수 있었고 또한 지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지주 위에 건물을 올리는 건축방식은 라돈 가스를 막아주죠. 라돈 가스는 리무쟁 지역 같은 화강암 지대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인체에 해로운 방사선 가스입니다.


옥상에는 녹색지붕을 만들었습니다. 건축으로 인해 황폐화된 땅에 다시 식물을 심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최근 광물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라도 피해를 줄이려는 것입니다.


“녹색지붕은 또 아름다움을 더해줘요.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봄에 꽃이 피면 정말 아름답죠. 다른 걸 다 떠나서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줘요. 참 재미있어요. 지붕이 새와 벌들의 보금자리가 됐거든요. 야생동물들이 살아가는 공간이 됐습니다.” - 집 주인


녹색지붕은 생물다양성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방음 및 단열재 역할도 합니다. 식물이 만들어내는 그늘과 그 밑에 깔려있는 흙이 시원함을 유지시켜 줄 뿐만 아니라 그 밑으로 흐르는 바람이 열기를 환기시켜 줍니다. 여름이 되면 녹색지붕이 방열재 역할을 해서 집안이 한결 쾌적해지죠.



유르트에 살면서 가족들의 생활습관도 바뀌었습니다. 물이나 전기를 보다 아껴쓰게 됐고 태양열 발전기와 3000리터 짜리 빗물 저장고도 설치했죠. 집 옆에는 창고로 사용되는 컨테이너 박스가 놓여 있습니다. 4개의 지주 위에 설치되어 있는 이 컨테이너 박스는 땅을 덜 훼손하는 것은 물론 집의 단열에도 도움이 되죠. 집 북쪽에 설치되어 차가운 북풍을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이 집의 거실 겸 주방은 위를 보면 복층이 마련되어 있죠. 이 집은 한눈에 모든 게 들어오는 구조인데요. 이곳이 유르트의 정중앙이에요. 천장 중앙을 보면 빛이 들어오는 채광정이 나 있어 공간감을 극대화해 주죠. 저희는 이웃집이 시야에 걸리지 않게 하려고 북쪽으로 전망을 트고 동시에 남쪽에서도 충분히 햇빛이 들어오도록 했어요. 그렇게 해서 이런 공간이 탄생했죠.”


일조량이 많으면 당연히 난방비도 아낄 수 있습니다.


“이 집에 와서 전기 사용량이 엄청나게 줄었어요. 난방비가 덜하죠. 저희는 펠릿 보일러를 사용합니다. 날이 너무 추워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열을 충분히 전달해주지 못할 때 사용하죠. 난방비가 얼마나 줄어들었냐 하면 기름 보일러를 돌릴 때는 난방비가 1년에 2000유로가 들었는데 지금은 300유로밖에 안 들어요.” - 집 주인


“유르트는 기본적으로 탁 트인 하나의 공간이에요. 방도 하나밖에 없고 모든 게 개방되어 있죠. 하지만 저희는 개방된 공간도 있고 침실로 사용할 수 있는 사적인 공간도 있어요. 한마디로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셈이죠.”



원래 유르트는 주춧돌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이 집은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건물 중앙에 생 자작나무 2개를 세워놓았죠.


“저희는 이 기둥이 자연을 집안으로 들여온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이 기둥은 저희한테 감각적인 만족을 주죠. 지나갈 때마다 한 번씩 나무를 만지는데 그러면 꼭 숲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 집 주인


100% 나무로 지은 이 유르트는 다양한 종류의 목재를 이어붙여 만들었습니다. 모든 목재는 리무쟁 숲에서 생산된 것들입니다. 코레주 주는 목재 산업이 크게 발달한 곳이기도 하므로 현지 목재를 쓰는 게 당연했죠. 굳이 수입 목재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이 지역은 농업인구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삼림재단은 버려진 땅을 중심으로 강력한 재조림산업을 실시했고 그 결과 리무쟁 숲이 탄생했습니다. 현재 리무쟁 숲의 면적은 60만 헥타르에 가깝습니다. 덕분에 이 지역에서는 목재산업이 크게 발달했죠. 주로 미송으로 구성된 리무쟁 숲의 나무들은 용도에 따라 다양한 연령대가 사용됩니다. 15~20년 사이의 나무들은 종이나 난방용 펠릿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고 25~40년 사이의 나무는 널빤지를 만들거나 실내장식재로 사용되죠. 반면 지름이 40~50센티미터에 달하는 나무는 건물의 뼈대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미송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특별한 화학처리를 하지 않아도 건축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목재로 뼈대를 만들 때 미송을 많이 사용합니다. 물론 벽면이나 바닥재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미송은 다양한 수입 목재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목재로 뼈대를 만드는 것의 장점은 모든 종류의 건축방식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건축방식은 미국에서 널리 발달한 방식인데 최근 들어 프랑스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목재로 만든 뼈대에 고성능 단열를 조합하는 게 가장 효과적으로 여겨지고 있죠.


어떤 사람들은 나무로 집을 짓는 걸 꺼립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화재의 위험성 때문인데 그건 말도 안 되는 편견입니다. 요즘 큰 쇼핑센터의 뼈대는 모두 글루램(GLULAM)이라고 불리는 집성목재로 만들거든요. 가장 큰 이유는 글루램이 불에 강하기 때문입니다. 철근은 고열에 30분 정도 노출되면 구부러지지만 목재는 천천히 안쪽을 향해서 타기 때문에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어요.


목재의 또다른 장점은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또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난방용 연료로 사용되는 목재 펠릿 같은 걸로 쉽게 가공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나무를 100%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석유 제품을 대체할 수도 있죠. 건축에 사용하든 난방에 사용하든 나무는 장점밖에 없는 재료입니다.


크리스티안과 장 프랑수아의 집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비르지니와 그녀의 가족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집은 중앙에 있는 유르트를 또 다른 유르트가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되어 있죠. 모든 구조물은 독자적인 발전장치로 돌아갑니다.


“예전에는 조금만 깜깜하면 불을 켜고 수돗물을 펑펑 틀어놓고 살았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그런 행동을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물을 쓰고 싶으면 차라리 길어 쓰자고 마음먹었죠. 그게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저희는 그렇게 조금씩 생활습관을 바꿔나갔고 그렇게 주변에 있는 작은 것들에 감사할 줄 알게 됐죠. 저희는 더이상 말로만 떠들지 않아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행동으로 옮기고 있죠. 때로는 물이 똑 떨어져서 곤란할 때도 있어요. 그래서 물을 조금 더 아껴쓰게 됐죠. 전기도 직접 발전해서 쓰기 때문에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쓰지 않아요. 낮에만 전기를 쓰고 밤에는 곧바로 잠자리에 들죠. 그러다 보니 시중에서 파는 전자제품들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잡아먹는지 알게 됐어요. 사실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 않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엄청난 전기를 잡아먹어요. 예를 들면 커피 머신도 그중 하나죠. 전기로 열을 생산하는 기계들은 하나같이 그래요. 저희는 그런 제품을 감당할 수가 없어요. 그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어요. 그것도 나쁘지 않죠.”


“가운데 있는 가장 큰 유르트는 벽면이 거의 다 유리로 되어 있죠. 그 앞에 테라스가 있는데 이곳이 저희가 주로 생활하는 공간이에요. 이 유르트는 주변에 있는 작은 유르트들과 연결돼 있는데 거기가 바로 침실이에요. 물론 단열재는 전통적인 유르트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소재를 사용했어요. 지역목장에서 공수한 양모를 사용했는데 단열효과가 아주 뛰어나죠. 나방이 생기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 것만 빼면 엄청나게 효과적이에요. 사실상 내다버린 거나 다름없는 양모찌꺼기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했죠. 벽은 담요로 단열을 했는데 이 담요는 미사용 군수품을 파는 곳에서 가져왔어요.”


“유르트 안은 무척 환한데 직경 2미터의 채광정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 덕분이죠. 덕분에 저희는 하루종일 자연광 속에서 생활할 수 있어요. 저녁 때까지 불을 켤 필요가 없죠. 날이 흐리거나 조금만 어두워지기 시작해도 불을 켜야 하는 일반적인 집과는 달라요. 이 집을 설계할 때 뉴멕시코에서 원주민들이 전통적인 집을 지을 때 진흙벽돌로 바닥을 깐다는 기사를 봤어요. 그 기사를 보고 저도 꼭 그렇게 하고 싶었죠. 그래서 진흙벽돌로 바닥을 깔고 방수를 위해 그 위에 기름칠을 했어요. 흙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하고 어두워져요. 저희집 바닥도 처음에는 밝은 색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검은색으로 변했어요. 어두운 색은 태양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밤이 되면 그 에너지를 방출하죠.”


“급수탑은 2톤, 즉 2000리터의 물을 저장할 수 있죠. 이 급수탑은 집보다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요. 급수탑이 집보다 조금 높기 때문에 밑에 있는 탱크에 빗물을 저장했다가 해가 뜨거울 때 물을 급수탑으로 퍼올려요. 그게 보통 오후 2시쯤이죠. 2시 종이 울리면 물이 자동으로 흘러올라가요. 한마디로 물을 사용하려면 전기도 같이 사용해야 돼요. 그게 저희가 물을 아껴 쓰는 이유죠.”


“일반적인 집은 수도를 연결해서 물을 사용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유속도 조절해야 하고 물도 정화해야 하고 그 물을 가정으로 퍼올려야 해요. 전기도 마찬가지예요. 어딘가에서 생산된 전기가 전선을 타고 가정으로 공급되죠. 저희도 똑같아요. 단지 규모가 훨씬 작을 뿐이죠. 이런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자원 사용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저희는 이 생활이 완전히 몸에 뱄어요. 그리고 가끔 손님이 집에 와서 묵었다 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미리 설명을 해주죠. 이 집은 어떻게 돌아가고 뭐가 전기를 많이 잡아먹고 언제 전자제품을 써야 하는지 등등 말이에요. 이 집에서 지내려면 규칙을 존중해야 하죠.”


이 집은 미래를 상징합니다. 우리는 이제라도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하고 거창한 건 아니더라도 생활방식이나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제는 정말 생각을 고쳐먹어야 돼요.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아낄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하죠. 만약 우리 모두가 이런 집에서 살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희는 사람들을 억지로 바꾸려는 게 아니에요. 사람들을 붙잡고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설교하려는 게 아니죠. 저희는 그저 저희가 추구하는 대로 행동하고 그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것뿐이에요. 마음만 먹으면 뭐든 실현시킬 수 있다는 걸 말이에요.”


최근에 이런 과거기술에서 영감을 받았거나 천연소재로 지어진 집들이 미래의 집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죠. 세계 각지에서 이색적인 형태를 가졌거나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진 건축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건축은 점점 환경과 동화되고 풍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죠. 건축가들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주거형태를 찾아 인간과 자연을 화해시키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건강한 집 세계의 에코하우스(“Yurt House”. Écho-logis)

projets.cotemaison.fr/projet/1423#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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