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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친환경 건축은 세계 각지에서 빠르게 발달하고 있습니다. 건물주와 건설업자들은 건물을 지을 때 최대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낮은 몇몇 나라들에서는 노하우와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상적인 친환경 주택을 짓기 위해 남들보다 2배는 더 노력해야 하죠.
루마니아의 부자우(Buzău) 마을, 이곳에는 이 지역에서 유일한 친환경 주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엘렌 가족은 프랑스 출신이지만 10년 넘게 루마니아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혼잡하고 오염된 부쿠레슈티를 벗어나기 위해 수도에서 차로 2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별장을 지었습니다.
“친환경 주택을 선택한 건 당연한 결정이었어요. 저희는 자연이 저희에게 베풀어주는 걸 다시 되돌려주고 싶었어요. 저희가 사는 곳만이라도 오염시키고 싶지 않았죠. 그게 친환경 주택을 짓기로 한 가장 큰 이유예요.” - 집 주인 엘렌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아직 친환경 건축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에서 돌과 통나무 같은 천연 소재만 사용해 지속가능한 집을 지을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이곳의 풍요로운 자연을 최대한 존중하고자 하는 엘렌의 바람과 루마니아 건축가 세르기우 페트레아(Sergiu Petrea)의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저희는 부크레슈티 외곽에 적당한 땅을 알아보고 다녔어요. 그러다 이 언덕을 발견했는데 주변 마을이 떨어져 있는 게 마음에 들었죠. 근처에 수도원이 2개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래서 저희는 이 언덕에 집을 짓기로 결정했어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친환경적인 건축 방식을 택했어요. 굳이 주변환경과 섞이지 않는 시멘트 건물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너무 외진 곳이라 기술적인 제약도 있었고요. 저희는 최대한 많은 부분에서 완전한 자립을 이뤄내는 게 경제적일 거라고 생각했죠.”
이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엘렌은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고 적절한 기술과 재료를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이 집을 설계한 건축가 세르기우 페트레아는 이 집이 완공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봤죠.
“이 프로젝트는 2배로 힘들었습니다. 일단 의뢰인이 원하는 집은 루마니아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집과는 완전히 달랐죠. 또 집을 지을 땅도 지형적으로 일하기에는 마땅치 않았습니다.” - 건축가 세르기우 페트레아
엘렌 부부의 가장 큰 목표는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언덕의 자연스러운 경사를 그대로 내버려뒀죠. 집에 맞춰 환경을 고친 게 아니라 환경에 맞춰 집을 지은 것입니다.
“의뢰인들은 최상의 전망을 얻기 위해 이 언덕 꼭대기에 집을 짓기를 원했습니다. 동시에 주변 지형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희는 특별한 대책을 강구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1차원적인 방식으로 집을 짓는 대신 공사를 구역별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 집은 어느 방향에서든 숲이 잘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또한 주변 지형과 땅의 경사를 고려해서 지어졌죠. 그리고 지면의 단차를 완화하기 위해 실내에 구역을 연결하는 계단을 만들었습니다.” - 세르기우 페트레아
“저희는 통나무집을 지으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주제가 통나무 집인 만큼 플라스틱 재료는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죠. 그 대신 다른 천연소재를 사용해 통나무집을 보강했어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죠.” - 엘렌
통나무집은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양식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통나무집을 짓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죠.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통나무 벽 때문에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저희는 사전에 건조시켜둔 통나무가 아니라 숲에서 벌목해온 나무를 곧바로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집을 짓고 나서 한 5년 동안 나무가 계속 줄어들죠.” - 세르기우 페트레아
나무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변화합니다. 특히 부피가 줄어들죠. 그래서 통나무 건물은 짓고 나서 처음 몇 년 동안 높이가 수십 센티미터 정도 줄어듭니다.
“저희가 이번에 사용한 방법은 무척 실험적인 기술입니다. 시간이 지나 통나무가 줄어들 것을 계산해서 집을 설계했죠. 통나무가 줄어들고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무가 더욱 견고하고 단단해지죠.” - 세르기우 페트레아
통나무는 방충제와 친환경적인 수용성 광택제만 사용했습니다. 이 작업을 3년 동안 반복해야 하죠.
“나무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질감입니다. 이 독특한 질감은 우리에게 친밀한 느낌을 전해주죠. 나무는 만지면 따뜻한 온기와 거친 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 건축에서 사용되는 벽돌이나 시멘트 같은 재료에서는 절대로 이런 촉감을 얻을 수 없습니다.” - 세르기우 페트레아
이 프로젝트의 원칙은 오직 천연재료만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탄소 배출량이 적고 주변환경과 잘 어울리는 천연소재는 엘렌 부부의 바람과 딱 맞아떨어졌죠. 시모나 리찌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입니다. 그녀는 계단과 난로 등을 디자인하고 엘렌에게 어떤 재료를 선택해야 할지 조언해줬죠.
“제 디자인의 목표는 시골생활에 적합하면서 외부와 투명하게 소통하는 집을 만드는 거였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게 자연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이어야 했죠. 여기 온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마지막으로 본 게 5년 전인데 모든 천연소재들이 아름답게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해요. 5년 동안 비바람을 맞고 사람의 손때를 타서 아주 멋지게 나이를 먹었어요. 이렇게 나무로 만든 집은 제약에서 자유롭죠. 저는 거의 모든 걸 제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어요. 유일하게 신경써야 할 건 나무가 점점 줄어든다는 거였죠. 이 집에는 문이 아주 많기 때문에 그 점이 특히 중요했어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모든 게 원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나무가 줄어드는 걸 고려해 집을 디자인해야 했죠.”
“원목을 사용해 굴뚝 패널을 만들었는데요, 굴뚝에는 기본적인 페인트칠만 한 다음 몇 센티미터 간격을 두고 다양한 두께의 원목으로 격자모양의 판을 만들어 덧댔죠. 이 나무는 아무런 처리도 하지 않은 원목이에요. 첫번째는 미관상의 이유 때문이고요, 두번째는 유독물질이 발생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예요. 이 방은 침실이니까요.” - 엘렌
“실내장식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새것을 사기보다는 되도록 재활용품을 사용하려고 노력했죠. 그래서 집 근처에서 주운 철조망과 나무로 이 벽장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집을 만들고 남은 통나무로 침실 등을 만들었죠. 이것들은 전부 쓰고 남은 재료로 만든 거예요. 테이블도 장작더미에 섞여 있던 나무줄기로 만들었고요.” - 엘렌
이 집의 또 다른 핵심재료는 돌입니다. 본관을 둘러싼 양옆과 실내에 있는 벽이 돌로 만들어졌죠. 이 돌벽은 드라이스톤 기술을 이용해서 프랑스식으로 꾸몄어요. 이 돌들은 프랑스 모리엔 지방에서 수입했죠.
“프랑스 기술자들이 직접 와서 기술을 전수해줬어요. 이 기술은 돌 표면의 2/3에만 모르타르를 발라 담을 쌓는 방식인데 루마니아에서는 전혀 사용되지 않는 기술이에요. 사실 루마니아에서는 친환경 건축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어요. 당연히 관련분야도 좁고요. 그래서 적절한 공급업체를 찾기가 힘들었죠. 시멘트 건물이었다면 일사천리였을 텐데 말이에요. 하지만 다행히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건축가를 발견했죠. 그는 자발적으로 많은 연구를 하고 적절한 공급업체와 기술적인 대안들을 찾아냈어요. 그래서 저희도 프랑스 업체에 부탁해 그들의 노하우를 전수해줬죠.” - 엘렌
외진 곳에 집을 지으려면 현지에서 일용품을 조달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특히 물이 큰 문제죠. 그들은 수도를 들여와 주변 지형을 훼손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지하수를 퍼올려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땅이 너무 건조해서 물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에 걸쳐 테스트를 한 끝에 식수를 공급할 수 있는 지하수를 찾아냈죠. 지하에서 퍼올린 물은 지하설비실에 설치된 여과 및 연수 장치를 거쳐 집안으로 공급돼요.” - 세르기우 페트레아
이 지하수는 집안에 있는 수도를 통해 곧바로 공급됩니다. 한편 빗물은 따로 모아서 근처에 있는 호수로 흘려보내죠. 이 영구적인 수원은 정원이나 욕실에서 사용됩니다.
이 집은 대부분 시멘트로 만든 루마니아의 전형적인 건축물과는 크게 차별화됩니다. 루마니아에서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벽돌과 시멘트로 집을 짓는 경우가 많죠. 일반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안은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
이 집은 햇빛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설계됐습니다. 햇빛은 그들에게 1년 내내 안락함을 제공해주죠.
“낮 동안 집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 남향으로 큰 창을 냈습니다. 겨울에는 이 창이 햇빛을 투과시키면서 온실효과로 열을 발생시키죠. 햇빛의 또다른 장점은 햇빛에 달궈진 바닥이 축열재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또 여름에 과열되는 걸 막기 위해 처마를 달아서 그늘을 만들어줬죠. 마치 우산을 씌운 것처럼 말이에요.” - 세르기우 페트레아
이 지역은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지고 여름에는 35도까지 올라갑니다. 그래서 단열이 무척 중요했죠. 그들은 재활용소재를 사용해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단열을 시공했습니다.
“일단 재활용지로 만든 셀룰로오스를 시공했고 그 위에 재생목재로 만든 나무 패널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천연약품을 사용해 방충처리를 했죠.” - 세르기우 페트레아
여름에는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전지판이 욕실과 수영장에 온수를 공급해줍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지하에 있는 난방장치가 이 역할을 넘겨받죠. 이 보일러는 나무를 연료로 사용합니다. 그들은 사유지에서 베어낸 나무를 잘게 쪼개 집으로 운반하죠. 운반 시에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지가 훼손되는 걸 막기 위해 말과 수레로 짐을 운반하죠. 루시안과 조지는 공사 일꾼으로 참여했다가 지금은 이 사유지의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들에게는 모든 게 새로웠죠.
“제일 처음에 지은 건 저택 근처에 있는 작은 오두막이었어요. 그리고 지금 제 뒤로 보이는 농가를 지었죠. 저는 이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무척 새로웠어요. 제가 맡은 일은 전체적인 공사과정을 감독하는 일이었죠. 이 프로젝트는 엄청난 대 공사였어요. 루마니아 각지에서 일꾼들이 모여들었죠. 그래서 일꾼들의 입맛을 맞추느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지역마다 식습관이 다 다르거든요.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일할 수 있어서 참 재밌었어요.”
루시안은 저택 근처에 있는 작은 집에 살고 있습니다. 이 집 역시 친환경적으로 지어졌죠. “저는 저택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 이 집 역시 통나무로 만들어졌고 지붕에 잔디를 깔았죠. 저는 이런 친환경 건축물을 이곳에 와서 처음 봤는데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시골은 정말 아름답죠. 여기가 제가 있을 곳인 것 같습니다. 여긴 지상낙원이에요. 그래서 여기서 일하는 게 정말 좋아요.”
부저우 숲은 이 지역의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이 숲을 보호해야 하죠. 그래서 건물을 짓는 것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 숲을 책임지고 있는 피티스 코넬(Pitis Cornel)은 이 프로젝트가 삼림법규를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감독했죠.
“이 숲에 건물을 지으려면 정해진 법과 규칙을 존중해야 됩니다. 특히 집의 실제 위치가 아주 중요하죠. 벌목은 헥타르당 200제곱미터 이하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 숲은 국제산림관리협회의 인증을 받았습니다. 그 말은 불법적인 벌채를 막기 위해 목재 이력을 추적하고 있다는 뜻이죠. 이 집은 자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주변 환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생산된 천연재료를 사용해서 집을 지은 것도 훌륭하죠. 덕분에 이 지역이 세간에서 큰 화제가 됐어요. 그것뿐만이 아니라 루마니아에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죠.”
“이 프로젝트는 루마니아 최대의 친환경 건축 프로젝트였습니다. 저희가 생전 듣도 보도 못했던 여러 기술이 도입됐죠. 공사를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습니다.” 세르기우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친환경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를 훌륭한 본보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 저희는 이렇게 큰 규모는 아니지만 또 다른 친환경 주택을 짓기 시작하고 있죠. 저희는 항상 의뢰인들에게 친환경 건축의 장점을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저희들의 설명을 듣고 관심을 갖는 고객들도 많죠.”
엘렌 부부의 집은 루마니아에서 친환경 건축의 표본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현지 건설업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술을 전수해줬죠. 비록 비용은 아직 부담스럽지만 이 프로젝트는 시멘트 건물에 익숙해져있는 루마니아에 천연소재를 사용한 친환경 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건강한 집 세계의 에코하우스(“Sustainable House”. Écho-logis)
www.echologis.com/habitat/4082
tecto.ro/portfolio/lud-sustainable-house-casa-sustenabila-l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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