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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동떨어진 사막 한가운데서 잠들 수 있다는 건 독특한 모험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유혹으로 다가오죠. 심각한 기후변화로 이런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환경운동가들은 지속가능한 관광을 통해 이런 풍경을 지켜나가려 애쓰고 있죠.
요르단은 비록 분쟁지역 한가운데 위치해있지만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토의 3/4이 사막으로 이루어진 이 나라는 수세기에 걸쳐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향유해 왔죠. 하지만 최근 들어 불안한 중동정세로 요르단의 관광산업은 크게 휘청이고 있습니다.
관광지에서 멀리 떨어진 다나 보호구역에 페이난 에코로지(Feynan Ecolodge)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 주민을 돕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죠.
“과거에 관광산업은 그야말로 관광이 전부였습니다. 관광지를 구경하고 기념사진이나 찍는 게 다였죠.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갔어요. 사람들은 현지인을 만나 문화를 배우고. 그곳의 분위기에 동참하고 싶어하죠. 저는 페이난에서 그런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지역의 문화를 배우고 그 문화를 보존하면서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했습니다.” - 나빌 타라지(페이난 에코로지 창립자)
원래 구리광산을 연구하는 연구소였다가 그후 등반객들을 위한 베이스캠프로 사용됐던 페이난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과 같은 친환경관광의 성지가 됐습니다. 이 호텔의 창립자인 나빌 타라지는 원래 첨단기술 분야에 종사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기 위해 런던을 떠났습니다. 그는 1년간의 방랑 끝에 요르단에 자리를 잡고 페이난을 친환경 호텔로 변신시켰습니다.
“이곳은 요르단에서 가장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곳 중 하나입니다. 이 땅에는 무려 12000년 동안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아왔죠. 이곳은 역사상 처음으로 인류가 수렵과 유목생활을 멈추고 정착한 곳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 처음 왔을 때 페이난을 단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이 지역의 자연과 환경, 그리고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나빌 타라지(페이난 에코로지 창립자)
나빌은 요르단에서 가장 유능한 건축가 중 하나인 아마르 카마쉬에게 이 일을 맡겼습니다. 그는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철저히 보호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저희는 벽지를 그냥 벽지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이곳이 도시처럼 변하는 것은 원치 않았습니다. 저는 땅이 바로 건축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녀요. 만약 땅이 건물을 설계할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땅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거예요.” - 아마루 카마쉬(건축가)
요르단에서 2번째로 큰 보호구역 안에 있는 낡고 오래된 건물을 친환경 건축물로 개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르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에 호텔을 만들기 위해 한정된 소재만 사용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습니다. 그래서 원래 있던 건물의 잔해에 콘크리트와 요르단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상징하는 돌을 사용해 건물을 지었죠. 벽에 바른 흙은 단열재 역할을 하는 동시에 건물을 주변 풍경 속으로 섞여들게 만들어줍니다.
“저는 건축의 영속성이 좋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콘크리트와 돌은 수명이 반영구적이죠. 그리고 옹벽을 비롯해 많은 구조물을 중력을 이용해 쌓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역시 수명에 제한이 없죠. 이곳은 요르단에서 여름철 기온이 제일 높은 지역입니다. 그리고 환경도 무척 거친 편이죠. 도시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고요. 그래서 환경에 민감하거나 유지하는 데 손이 많이 가는 건물은 지을 수 없었습니다.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었죠. 그래서 약간 미완성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습니다.” - 아마루 카마쉬(건축가)
건물 외관은 아주 단순합니다. 입구도 소박하기 그지없습니다. 특별히 눈여겨볼 부분이 2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돌을 선반처럼 붙여놓은 것입니다. 이건 예멘의 전통 건축양식에서 따온 것으로 예멘에서는 비오는 날 벽이 짓무르는 걸 막고 맑은 날에는 그늘을 만들기 위해 이런 건축양식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늘을 만드는 역할만 하죠. 이렇게 하면 돌이 햇빛을 막아서 벽이 뜨거워지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호텔 구석구석에 있는 작은 화단들입니다. 화단에 있는 식물들이 태양을 향해 건물 밖으로 뻗어나와 있습니다.
“건물 중앙에 있는 중정은 통풍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죠. 저는 실내도 아니고 그렇다고 야외도 아닌 공간의 틈바구니가 좋습니다. 건축은 무엇을 짓느냐보다 무엇을 짓지 않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벽과 벽 사이에 있는 공간처럼 말이에요. 이 중정은 일부러 만든 게 아니라 저절로 생겨난 겁니다. 그게 바로 건축의 묘미죠.” - 아마루 카마쉬(건축가)
그림자와 빛이 교차하는 중정은 페르시아 건축양식을 응용한 것입니다. 여름이면 수은주가 40도 이상 올라가는 이곳에서 중정은 맞 바람을 통해 건물의 온도를 식혀주는 역할을 하죠. 페이난은 심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탁월한 친환경성을 자랑합니다. 덕분에 이곳은 세계 최고의 친환경 호텔로 손꼽히고 있죠.
“객실은 최대한 간소하게 만들었습니다. 되도록 한 가지 재료만 사용하려고 노력했죠. 이곳은 마치 바위를 깎아 만든 집처럼 하나로 된 구조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더 아름답고 편안한 느낌을 주죠. 보시면 바닥과 침대, 책상이 모두 연결돼 있어요. 집이라면 너무 허전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2~3일 묵다 가는 곳으로는 좋죠. 조금 불편하더라도 평소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요소들로부터 해방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저는 건축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아요. 그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 뿐이죠. 문제를 제대로 풀면 아름다움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 아마루 카마쉬(건축가)
“페이난에는 총 26개의 객실이 있어요. 전기나 수도는 따로 끌어쓰지 않고 천연 자원을 활용해 자체생산하고 있습니다. 조명은 욕실에만 있어요. 욕실을 제외하고는 전부 양초로 불을 밝히죠. 그래서 밤이면 분위기가 더 좋습니다.” - 나빌 타라지(페이난 에코로지 창립자)
페이난은 건축적인 면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친환경주의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페이난에서는 플라스틱병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항아리를 쓰죠. 지역에서 질항아리를 사서 주민들의 수입에도 도움을 되고 있습니다. 이 항아리는 물을 시원하게 유지해줍니다. 플라스틱 병 대신 이 항아리에 광천수를 담아서 사용하는 덕분에 매년 10000개의 플라스틱 병을 절약하고 있습니다.
페이난의 가장 큰 자산은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입니다. 덕분에 페이난은 완전한 에너지 독립을 누리고 있죠.
“저희 호텔의 에너지 시스템은 크게 2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첫째는 태양열 발전기예요. 태양전지판이 햇빛을 흡수해서 배터리에 에너지를 저장하죠. 이 에너지로 호텔 전체가 굴러가요. 저희는 정말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하죠. 그래서 방 2개짜리 아파트보다 적은 에너지로 26개의 객실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2번째는 온수 시스템인데 물은 위 협곡에 있는 샘물을 끌어 쓰고 있습니다. 파이프관을 타고 내려온 샘물이 지붕에 있는 물탱크에 저장되고 태양열 발전기가 이 물을 가열해서 온수로 만들죠. 이곳은 깜깜한 밤이 되면 더욱 살아나요. 주변을 둘러봐도 불빛 한 점 없죠. 유일하게 빛나는 건 하늘에 빛나는 별과 달뿐이에요. 정말 아름답죠.”- 나빌 타라지(페이난 에코로지 창립자)
해가 지면 마법이 시작됩니다. 전기는 필요없죠. 작은 촛불이면 호텔 전체를 은은하게 밝히는 데 충분합니다. 유네스토가 진행한 다나 보호구역 안에 위치한 페이난은 중동에서 가장 풍요로운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산과 계곡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고 곳곳에는 신석기 유적이 가득합니다. 600여 종의 토착식물도 빼놓을 수 없죠. 왕립자연학회의 후원을 받는 NGO가 이 보물같은 곳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친환경 관광에 있어 페이난의 가장 기본적인 방침은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것이죠. 페이난은 모든 직원을 베두인 족으로 구성하는 것과는 별개로 총 90가구 450명의 지역주민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페이난 덕분에 천 년 동안 이어져온 삶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죠. 아부 칼릴은 이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입니다. 그는 베두인 족의 수장으로서 페이난과 협력관계를 구축했죠. 그것이 전통을 지킬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부 칼릴은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그는 환경보호단체와 함께 일하고 있고 그의 아들들은 현재 저희 호텔에서 가이드로 일하고 있죠. 아부 칼릴 역시 호텔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서 셔틀 서비스와 베두인 족들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홈스테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NGO가 저와 함께 페이난을 만든 목적은 이 지역에 이익을 가져오기 위해서였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호텔과 지역주민들이 공평하게 이익을 나눠가질 수 있을까. 저희는 그 대안으로 이 지역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제가 배낭여행을 하는 동안 모든 게 새로운 모험이었고 경험이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지역주민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그건 일부러 짜거나 만들어낸 게 아니었으니까요.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저마다 다른 경험을 해요. 저희는 주민들에게 뭘 하거나 하지 말라고 강요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더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죠. 저희는 지금 베두인 족의 집에 와있어요. 일부러 이렇게 꾸민 게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곳이죠.” - 나빌 타라지(페이난 에코로지 창립자)
“저희는 손님들을 진심으로 맞이합니다. 그들을 친구로 생각하고 진심을 다해 환영하죠. 관광객들의 존재는 저희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외부인들이 우리 마을을 좋아하는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요. 그들이 어느 나라에서 왔든 언젠가는 서로 알아가는 법을 터득하게 되죠.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받아들였죠. 물론 환경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사람간의 존중을 잃지 않아야 해요. 항상 그런 마음을 가슴 속에 새기고 있어야 합니다. 저는 평생 이 땅에서 살아왔어요. 가끔 우리 자식들이 더 이상 이런 삶을 원치 않는다고 생각하면 슬퍼지죠. 그들은 천막을 떠나 도시로 나가 문명화된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죠. 하지만 그들이 자라온 환경이나 상황이 새로운 삶을 추구하도록 종용하고 있어요. 어쩌면 앞으로 10~15년 안에 이런 전통적인 천막은 더이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희 세대가 마지막인지도 모르죠.” - 아부 칼릴(베두인 족 족장)
페이난이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도 베두인 족의 전통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방침은 주방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죠. 페이난에서는 반경 30킬로미터 안에서 구입한 과일과 채소로 만든 전통적인 채식요리만 제공합니다.
“관광산업이 발전할수록 환경은 더 많이 훼손되고 있어요. 저는 모든 호텔이 페이난 같은 친환경 호텔이 되라는 게 아니에요. 다만 저희처럼 친환경적인 경영방식을 도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은 10년, 20년, 30년 후에 와도 이 모습 그대로일 거예요. 저희는 사람들이 촛불을 켜고 생활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올 때는 환경에 아무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떠날 때 뭔가를 배워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셈이죠.” - 나빌 타라지(페이난 에코로지 창립자)
나빌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을 보존하면서 지역주민들을 성공적으로 친환경 호텔 프로젝트에 동참시키고 있습니다. 그는 페이난에서 환경을 존중하고 전통문화를 보존하며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조만간 다른 지역에 두 번째 친환경 호텔을 세울 계획입니다.
참고자료
건강한 집 세계의 에코하우스(“Feynan Ecolodge”. Écho-logis)
https://ecohotels.me/Fey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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